“中, 430조원 투입해 증시 되살릴 것”…효과 예측 엇갈려

소식 전해지자 中 증시 3대 지수 소폭 상승
중국·홍콩 증시가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2조 위안(약 374조 원) 상당의 중국 주식을 매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3일(이하 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증시를 안정시키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의하면 중국 정부는 국유 기업이 소유한 해외 자금 374조 원을 끌어모아 환(換)안정자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환안정자금은 통화의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외국환 매매가 균형을 잃지 않도록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는 데 쓰이는 자금이다.
중국 당국은 환안정자금으로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후강퉁(滬港通)’ ‘선강퉁(深港通)’을 통해 국내 주식을 매입할 계획이다. 후강퉁·선강퉁은 외국 투자자가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상하이·선전 증권거래소의 주식을 직접 매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소식통은 또 중국 당국이 중국정권금융공사(中國證券金融), 중앙후이진투자유한회사(中央匯金)를 통해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국내 자금 3000억 위안(약 56조 원) 이상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국내외 자금을 합쳐 총 430조 원을 증시 회복에 투입하는 셈이다.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중국 관리들은 다른 조치도 고려하고 있다. 공산당 지도부가 승인하면 정책 입안자들은 빠르면 이번 주 안에 일부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면서도 “계획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경제와 금융시장은 부동산 위기, 소비자 신뢰도 저하, 외국 자본 이탈 등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다. 중국 당국이 여러 해 동안 불규칙한 정책을 시행한 결과 국내 기업들의 시장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졌다. 최근 몇 달 중국 당국은 투자자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산발적으로 조치를 했으나 결과는 모두 실망스러웠다. 이번 조치가 국면을 전환할 수 있을지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마빈 첸(Marvin Chen)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전략가는 “중국 당국의 지원 정책은 단기적으로 증시 하락세를 멈출 가능성이 존재하고, 증시는 설날(2월 10일) 전 안정을 되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추가 조치가 뒤따르지 않으면 주식 매입만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청즈(朱成志) 대만 완바오(萬寶) 자산관리그룹 회장도 마빈 첸의 분석에 동의했다. 그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중국 당국은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돈을 쏟아부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이는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중국에서 문제가 가장 심각한 부문은 금융 부문이 아니라 부동산 부분이다. 부동산 침체가 확대되면서 국내총생산(GDP)을 비롯한 다수 경제 성과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고, 다방면으로 민간의 소비구조를 바꿔 놓고 있다. 이런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국가가 전적으로 경제 발전을 견인해 왔는데, 현재 중국 당국의 능력은 취약하다. 시진핑의 측근 중에는 경제 전문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여부는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킹거 라우(Kinger Lau) 골드만삭스 중국 주식 수석 전략가는 “2015년 중국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의 증시 투자 규모를 생각하면, 환안정자금 374조 원이 단기간에 주식 시장에 투입되면 시장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당국의 정책에 대해 시장은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서도 “몇 달 후에 예정된 중국 공산당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중국은 (금융시장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 2015년 6~7월, 상하이·선전 증시가 단기간에 연이어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 당국은 그해 7월 초 중국정권금융공사, 중앙후이진투자유한회사 등을 통해 주식을 매입하며 가격 안정을 시도했다. 이 밖에도 증권사 21곳의 신용한도를 2600억 위안(약 48조 원)으로 늘리는 등의 다양한 조처를 했다. 이에 따라 증시는 잠시 반등했지만 하락세를 보였고 이듬해 1월에 들어서야 서서히 회복하기 시작했다.
한편, 전날 2% 이상의 하락세로 장을 마친 중국 증시 3대 지수 상하이지수(SSE)·선전성분지수(SZSE)·창업판지수는 중국 당국의 주식 매입 소식이 전해진 후 소폭 반등했다.
23일 상하이종합지수(SSE)는 장중 1% 이상 상승했다 0.53%의 상승세로 장을 마감했다. 선전성분지수(SZSE)·창업판지수도 각각 1.38%, 1.24% 상승했다. 22일 15개월 만에 최저치 14961.68을 기록한 홍콩항셍지수(HSI)도 이날 15만3000대로 회복해 2.63% 상승세로 장을 마쳤다. 항셍테크지수(HSTECH)는 전날 대비 3.7%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