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복에 유럽 주요 주류업체 주가 하락
중국 당국이 이달 초부터 유럽연합(EU)산 브랜디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이는 EU의 중국산 전기차 반(反)보조금 조사에 대한 중국의 ‘맞불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9월 “중국이 대규모 국가 보조금을 통해 전기차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춤으로써 무역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지적하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 조사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징벌적 관세 부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 상무부는 이에 맞서 지난 5일 “반덤핑 조례 제16조 규정에 따라 EU산 브랜디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 접수된 중국주류업협회의 요청에 따라 결정됐으며, 최대 30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프랑스의 주류제조업체 ‘레미 쿠앵트로 그룹’의 주가가 10.93% 떨어지는 등 유럽의 주요 주류 그룹들의 주가가 요동쳤다.
심지어 프랑스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럭셔리 그룹인 ‘루이비통 모에헤네시(LVMH)’도 와인 및 증류주 사업 부문이 영향을 받아 주가가 1.96% 하락했다.
EU의 조사에 맞서 중국이 맞불 조치를 시행함에 따라 양측 간의 무역 갈등이 더욱 고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시사평론가 싱톈싱은 지난 9일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브랜디가 유럽 국가들의 주요 수출 품목임을 고려하면, 중국공산당이 이를 무기로 삼아 EU를 정조준한 경제적 보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은 15억 7000만 달러(약 2조 1000억 원) 상당의 증류주를 수입했다. 그중 프랑스산이 99%를 차지한다.
싱톈싱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은 경제적 강압의 일환으로 다른 국가에 대한 보복성 조치를 내린 전례가 있는데, 호주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호주 정부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던 2020년 4월 이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한 국제 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그 직후 중국공산당은 호주산 석탄, 설탕, 보리, 랍스터, 와인 등의 수입을 비공식적으로 금지했다. 그해 11월 중국 상무부는 “호주산 와인에 대해 최대 212%의 관세를 부과하는 반덤핑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공산당의 전기차 산업 지원
싱톈싱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은 세계 전기차 시장을 장악할 목적으로 막대한 국가 보조금을 투입해 자국 전기차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다른 국가를 압박하는 야만적인 행동”이라고 일갈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9월 12일 “현재 글로벌 시장에는 저가의 전기차가 넘쳐나고 있다. 그 저렴한 가격은 막대한 국가 보조금에 의해 인위적으로 책정된 것”이라며 중국을 겨냥했다.
이어 “중국산 전기차 보조금에 대한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태양광 산업을 예로 들며 “우리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이 우리 태양광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잘 알고 있다”며 “수많은 기업이 막대한 보조금을 받는 중국 경쟁 업체들에 밀려났다”고 꼬집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EU의 조사를 환영하며 “유럽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경제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매체에 따르면 중국 정권은 1295억 위안(약 24조 1000억 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자국 전기차 산업에 투입했다. 이 지원에 힘입어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2009년 5209대에서 2020년 136만여 대로 12년 만에 260배 이상 늘어났다.
심지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1년 1월부터 그해 10월까지는 250만 대가 넘는 중국산 전기차가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싱톈싱은 “중국공산당은 이런 방식을 통해 해외 시장을 장악한 뒤, 이를 무기로 각국의 정치인들을 압박함으로써 서방 국가들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든 국가가 협력해 보호 조치를 취한다면 중국공산당의 이런 책략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