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유네트워크 2024 국제회의] “자유민주국가 네트워크 구축해 중국 정치전 공동 대응해야”

황효정
2024년 01월 11일 오후 8:53 업데이트: 2024년 01월 11일 오후 8:53

세계 각국 국제 정치 전문가들이 “한국은 중국 공산당의 정치전을 특히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민주주의 국가와 연대 필요성도 강조했다.

1월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국제자유네트워크 2024 국제회의: 하이브리드 위협과 중국의 정치전에 대응하는 자유민주주의’ 마지막 세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세미나 사회자, 발표자, 토론자들은 중국 공산당의 글로벌 팽창 야욕의 현실과 대응방안에 대해서 지혜를 모았다.

중국 정치전 전문가 케리 거샤넥(Kerry Gershaneck) 대만 국립정치대 방문교수(나토 펠로)는 “중국 공산당의 정치전은 한국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실존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한미연합사령부 해병대 사령관(예비역 해병대 중장)을 지낸 월러스 그렉슨(Wallace Gregson) 전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역사는 완벽하게 반복되진 않지만 우리는 역사를 통해 분명히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있다. 오늘날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전제하며 “북한도 한국을 상대로 정치전을 전개해 오기 때문에 한국도 중국의 정치 공작에 익숙할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월러스 그렉슨 전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예비역 해병대 중장으로 한미연합사령부 해병대 사령관을 지냈다.|한기민/에포크타임스

샤오량치(蕭良其) 글로벌타이완연구센터(全球臺灣研究中心·GTI) 집행장은 “오늘날 한국은 여타 민주주의 국가가 겪고 있는 것과 유사한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진단하며 중국의 대한국 경제 보복 조치에 주목했다. “중국은 한국의 ‘주권 사항’ 예를 들어 사드 배치 결정 등을 두고 다방면에서 경제 보복 조치를 취했다. 한국 정부를 상대로 압력을 행사하고, 민간 기업에 세무조사를 실시하였으며 단체 관광 금지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며 가시적인 중국의 대한국 보복 조치를 언급한 샤오량치 집행장은 “가시적이고 공식적인 보복 조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 공산당 중앙통일전선공작부 등 통일전선공작 기관은 한국 내 조직원, 동조자를 활용하여 은밀한 압력을 행사하고 한국 사회 여론을 오도하려 들었다”며 ‘보이지 않는 위험’에 대해서 경고했다.

샤오량치 집행장은 “중국 공산당의 ‘총력전’ 수준의 대한국 정치전이 한국에서 실제 전개되고 있다”며 “오늘날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가 처한 현실은 피차일반이다. 각국이 개별적으로 위협에 대응하는 것보다는 협업을 통하여 자유민주주의 국가 본연의 정치적·경제적 회복력 강화를 도모한다면 직면한 위협에 공동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중국 대외 첩보 공작 실체를 파헤친 저작 ‘스파이와 거짓말(Spies and Lies)’을 저술한 재(在)호주 중국연구자 알렉스 조스케(Alex Joske)는 중국의 전방위 보복을 받았던 호주 현실을 언급하며 “호주가 외세 개입에 대응한 과정을 고찰하면 한국에 적용 가능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파이와 거짓말 저자. 재(在) 호주 중국 연구자 알렉스 조스케|한기민/에포크타임스

알렉스 조스케는 “호주에서는 오래전부터 학자들이 중심이 된 민간 영역에서 중국 공산당의 개입에 대한 우려 목소리를 높여왔다. 다만 호주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다 한 호주 언론인이 ‘중국 공산당원을 호주 국회의사당에 보낸 꼴’이라는 취지의 글에서 중국 공산당의 호주 침투 상황을 조망하는 기사를 썼다. 이후 호주 사회가 각성하게 됐다”며 “한국에서도 중국 공산당이 자행해 오고 있는 일을 정리해 보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해당 분야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학계, 언론계, 싱크탱크 등에서 중국 공산당의 전방위 침투에 대응하는 정책을 제언할 수 있는 전문가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추상적인 담론에서 벗어나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존재하는지, 한국에서 중국 공산당의 정치전의 실상은 어떠한지를 파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클라이브 해밀턴(Clive Hamilton)의 저서 ‘숨은 손: 중국 공산당이 세계를 재편하는 방법(Hidden Hand: Exposing How the Chinese Communist Party Is Reshaping the World)’ 공저자로 참여한 마레이케 올베르크(Mareike Ohlberg) 독일마셜재단(German Marshall Fund)  선임연구원은 “한국과 독일은 유사하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구체적으로 “양국(兩國) 다 일반 대중은 중국 공산당의 위협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과 독일 양국 정부는 행동을 취하는 데 있어 주저하는 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올베르크는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한국은 중국 공산당이 장기간 집중 공략해 온 곳으로서 유럽 국가와 사정이 다름에도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의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중국 공산당의 경제 수단을 동원한 겁박(劫迫), 대중국 정책 기조 수정 압력 등에 대해 한국은 ‘국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 간 연대’ 필요성도 이야기했다. “각국 정부 부처가 협력하여 중국 공산당 정치전에 대응한 사례를 공유하고 대응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등 파트너십 체결이 중요하다”고 구체적 방법을 제시한 올베르크는 “특정 개인, 집단, 국가를 고립시키는 것도 중국 공산당의 주요 목표 중 하나이다”라며 “해당 문제는 동맹이나 연대를 결성하여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노다 오사무 일·미·대만관계연구소 선임연구위원|한기민/에포크타임스

오노다 오사무(小野田治) 일미대관계연구소(日米台関係研究所)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공산당은 한일 관계에도 정치전을 적극 악용한다고 짚었다.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역사적 난제(難題)가 존재하지만 한일 관계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개선돼 오고 있다”고 평가한 그는 “문제는 중국이 한일 관계 개선을 바라지 않는 것에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공산당은 일본에 다각도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오염 처리수 방류에도 강한 어조의 반대 목소리를 냈다. 그 연장선상에서 일본산 수산물 금수(禁輸) 조치를 취했다”며 중국의 대일본 보복 조치에 대해 설명한 오노다 오사무 연구위원은 “또 다른 이웃 국가 한국에서도 오염 처리수 해상 방류에 우려의 목소리는 존재한다. 다만 한일 양국은 해당 사안에 공동 대처하고 있다”며 중국과 다른 한국의 현실을 이야기했다.

오노다 오사무 연구위원은 중국 공산당의 대(對)일본 정치전 대응 사례도 언급했다. “일본은 국제협력을 통해 중국 공산당의 정치전 공세를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국제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동 대응 프레임워크를 구축하여 국가 간 협력을 지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노다 오사무는 방위대학교 출신 예비역 예비역 공장(空將·공군 중장)으로 일본 항공자위대 서부항공방면대 사령관, 항공교육집단사령관 등을 역임한 군(軍) 출신 안보전문가이다

위쭝지 전 대만 국방대학 정치작전학원 원장(예비역 소장)|한기민/에포크타임스

대만 출신 안보전문가도 유사한 견해를 제시했다. 위쭝지(余宗其) 국립대만대 교양학부 교수는 ‘대만의 오늘은 한국의 내일’이라며 “오늘날 대만에서 벌어지는 일은 언젠가 한국에서도 일어날 것이라 생각한다”며 중국 공산당의 정치전에 대응하는 아시아 국가 간 신속 대응·경보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예비역 소장(少將)으로 대만 국방대학 산하 정치작전학원(政治作戰學院) 교수·원장을 역임한 위쭝지 교수는 대만의 대표적인 중국 정치전 전문가이다. 그는 “전(全) 아시아 자유민주 국가가 연대하여 중국 공산당의 정치전 대응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대응 전략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초한전: 새로운 전쟁의 도래’ 저자 이지용 계명대 인문국제학대학 교수(중국전략연구소 부소장)는 “한국은 장기간에 걸쳐 대대적인 규모로 중국의 공격을 받아오고 있다”며 “중국 공산당의 위협은 실존한다”고 진단했다. 대응책으로 ‘(가칭) 중국 공산당 하이브리드전 대응센터’ 설립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이지용 교수의 구상에 의하면 센터는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는 데 있어 일종의 ‘허브(hub)’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를 통해 중국 공산당의 세계 각국 정치 개입, 정치전 방어 기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지용 교수의 복안이다. 그는 “(가칭) 중국 공산당 하이브리드전 대응센터는 중국에만 국한하지 않고 북한, 러시아, 이란 등 전 세계 모든 전체주의 체제를 전반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