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유네트워크 2024 국제회의] “中, 美 고립시키려 유럽에 침투”

황효정
2024년 01월 10일 오후 8:37 업데이트: 2024년 01월 11일 오전 12:25

G7 유일무이 일대일로 참여국 이탈리아는 왜 이탈했나

유럽에서 활동하는 국제 관계 전문가들이 “공산 중국이 유럽에서 정치전을 전개하고 있다”며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1월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국제자유네트워크 2024 국제회의: 하이브리드 위협과 중국의 정치전에 대응하는 자유민주주의’ 세미나 둘째 날 일정이 이어졌다. 한반도선진화재단·한국세계지역학회·국가안보전략연구원·한국국가전략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세미나의 3세션은 ‘중국의 정치전과 정치개입: 유럽 사례’가 주제다.

“중국공산당의 목적은 美-EU 동맹 약화”

마레이케 올베르크 독일마셜재단 선임연구원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마레이케 올베르크(Mareike Ohlberg) 독일마셜재단(German Marshall Fund) 선임연구원이 첫 주제 발표를 했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 지역에서 중국공산당의 정치적 개입, 영향력 투사를 조명했다.

올베르크는 “중국공산당이 유럽에 공을 들이는 주된 이유는 미국-유럽 동맹 약화를 위해서이다”라고 정의했다. 중국의 적인 미국을 고립시키기 위하여 유럽이 중국 편에 서거나 최소한 중립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중국공산당의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세계를 3가지 ‘존(Zone)’으로 나눌수 있다”는 취지의 연설을 했다. ▲레드존=우방국 ▲그레이존=한국, 유럽 등 중립국 ▲블랙존=적성국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회색지대에 속하는 국가들이 흑색지대와 연합하는 것을 방해하고자 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국제사회에서 대(對)중국 비판 목소리를 차단하고, 중국공산당의 추후 행보에 방해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중국공산당의 목표를 파악했다면 다음 수순은 중국공산당의 행보다. 올베르크 연구원은 “우방국 대상 활동과 적성국 대상 활동으로 구분 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중국공산당은 그레이존 국가에 대해서는 대리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친선교류, 문화교류, 학술교류, 비즈니스 등의 미명하에 중국 정책이나 제도에 대한 최대치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이 목표다. 대표 사례로 중국 당국은 유럽에서 활동하는 학자를 대상으로 ‘신장위구르자치구 투어’를 진행했다. 투어 참여 학자 중 2인이 “중국 제재를 철회하라” 요지의 논평을 발표했다.

적성국으로 구분하는 국가는 고립을 통해 해당국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한다. 올베르크 연구원은 “대한국 사드 보복 조치, 한한령이 대표 사례이다”라고 말했다. 동유럽 리투아니아 사례도 들었다. 2021년 리투아니아 정부는 사실상 대만을 외교적으로 승인하고 수도 빌뉴스에 주리투아니아 대만대표부 개설을 허용했다. 중국은 리투아니아에 무역 보복 조치를 취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리투아니아 고립을 획책했다.

올베르크 연구원은 “전방위로 대중국 비판을 차단하는 것이 중국의 대외 정책 기조이다”라며 이메일 스푸핑, 폭탄 테러 위협 사례 증가를 주목했다. 실례도 들었다. “주중국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네덜란드 국정 기자가 스푸핑 이메일을 통해 폭탄 테러 위협을 받았다. 지난날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위협이 비중국계 인사에게까지 대상과 범위가 확장한 것”이라며 중국공산당은 지속적으로 위협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대응책도 제언했다. “중국공산당의 전략전술을 정부 차원에서 면밀하게 파악하고 대응 매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나 정규 교육기관에서 대응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동맹국 간 중국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중국의 행태에 대응하는 집단 연대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올베르크 연구원은 “중국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이에 기반하여 지역 공작을 전개한다. 유럽 사례를 참조하여 한국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대일로伊 이익 될거라 예상실패한 조치

마테오 게를리니 시에나대 교수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마테오 게를리니 이탈리아 시에나대 교수(정치·국제관계학)가 ‘일대일로와 이탈리아: 중국의 정치전 사례연구’ 발표를 이어 나갔다.

이탈리아는 서방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런 이탈리아는 최근 일대일로 프로젝트 탈퇴를 선언했다.

외교사학자인 게를리니 교수는 이탈리아가 해당 결정을 내린 역사적 배경을 설명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했다. 그 시기 유럽의 이탈리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는 등 미국과 보조를 맞췄다. 이탈리아의 대 중국 정책도 미국과 궤를 같이했다. 당시 집권 기독교민주당(Democrazia Cristiana)은 반공(反共)노선을 추구했다. 이 속에서 이탈리아는 ‘대만의 중화민국(中華民國在臺灣)’을 전(全)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 합법정부로 인정했다.

변화가 찾아온 것은 1964년이다. 그해 프랑스는 본토의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승인하고 대만의 중화민국과 단교했다. 이는 이탈리아의 대중국 외교 노선에도 영향을 끼쳤다. 게를리니 교수는 “이탈리아 야당은 중화인민공화국을 외교적으로 승인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당시 역사적 배경을 설명했다.

1969년 이탈리아는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국무원 총리와 외교 교섭을 했다. 그 결과 베이징에 ‘무역대표부’를 설치했다. 다만 대만의 중화민국과 공식 외교관계는 유지했다. 베이징 정부가 용인한 것이기도 했다.

이듬해인 1970년 이탈리아는 중화민국과 전격 단교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을 전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 합법정부로 인정했다. 국교도 수립했다. 중국은 같은 해 10월 13일 수교한 캐나다의 선례를 들어 대만과는 단교를 요구했고 이를 관철시켰다.

1980년대 이탈리아 대통령이었던 산드로 페르티니(Sandro Pertini)는 이탈리아 정상 최초로 중국을 방문했다. 페르티니 대통령은 이탈리아 첫 이탈리아 사회당( Partito Socialista Italiano) 출신 국가원수로서 중국공산당과 관계 개선을 추구했다.

게를리니 교수는 2000년대 중국-이탈리아 관계에 대해서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2000년대 들어서 세계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실적이 이탈리아 기업을 추월했다. 여타 유럽국가와는 달리 이탈리아는 중국의 경제 성장의 수혜를 받지 못했다. 이에 이탈리아는 중국과 양자(兩者) 교역 확대를 추구했다. 2012년 베이징을 방문한 마리오 몬티(Mario Monti) 당시 총리는 ‘중국은 전략적 파트너’라고 표현했다. 2014~16년 총리로 재임했던 마테오 렌치(Matteo Renzi)는 취임 첫해 6가지 전략 분야 관련 이행계획(Action Plan)과 상호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2015년 이탈리아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도 가입했다. AIIB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위한 투자금 유치가 주목적이다. 렌치 총리는 2016년 베이징을 방문했고 쑤닝그룹(苏宁集团), 중국화공그룹(中国化工集团), 중국은행(中國銀行) 고위 경영진을 면담했다. 이듬해 후임 총리 파올로 젠틸로니(Paolo Gentiloni)는 베이징에서 개최된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 포럼에 참석했다. 2년 후 2019년 3월, 시진핑이 이탈리아를 방문했다. 해당 기간에 일대일로 프로젝트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게를리니 교수는 2018~21년 총리였던 주세페 콘테(Giuseppe Conte)에 주목했다. “그는 포퓰리즘으로 악명을 얻었다. 콘테는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시진핑은 그와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구축했다.”

이탈리아는 G7 유일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국이었다. 2000년대 들어 이탈리아는 중국으로부터 약 1억 6000만 유로의 직접 투자를 유치했다. 같은 시기 중국의 대독일 직접 투자액은 약 2억 3000만 유로, 대영국 투자액은 5억 유로였다. 일대일로 프로젝트 협정 체결 후 이탈리아는 제반 항목에 걸쳐 세부 협정을 체결했다. 게를리니 교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 협정은 종전 협정들을 이름만 바꾼 것이었다. 경제적 측면에서 실질적인 변화는 없었다. 경제적 의미는 없고 정치적 의미만 있었다”고 지적했다.

게를리니 교수 등의 공저 ‘이탈리아 일대일로(The Belt and Road initiative in Italy)’에서는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의 위험성에 대해 ▲부채 함정 ▲투명성 결여 ▲항만 등 핵심 인프라 점유 ▲현지 경제 발전 저해 ▲법적 보호장치 결여 등을 지적했다. 그는 “콘테 총리는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가 이익을 가져 올 것이라 봤지만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회의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