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 중국 이탈 지속…내년에도 유입 안 될 가능성” 블룸버그

강우찬
2023년 12월 31일 오후 4:39 업데이트: 2023년 12월 31일 오후 4:39

블룸버그, 미 싱크탱크 전문가 인용해 내년 중국 경제 전망

중국 경제가 둔화되고 미중 관계가 긴장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을 떠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2024년까지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대부분 감소하고 자본 유입이 크게 반등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피터슨 연구소의 메리 러블리 선임 연구원은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외국 자본 유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막상 시행 중인 정책은 ‘투자 냉각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러블리 연구원은 “최근 발견한 바에 따르면, 외국인의 대중 투자만 감소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의 중국 내 자산 매각까지 이뤄지고 있다”며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중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유입됐던 외국인 투자자 자금 약 90%가 이미 빠져나갔다. 중국 당국이 저조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진지한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홍콩과 중국 본토 주식 시장을 연결하는 프로그램인 ‘스톡 커넥트’를 이용한 분석 결과, 중국 상장주식에 대한 외국인 순투자액은 지난 8월 2350억 위안(약 42조9천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현재 307억 위안으로 87% 급감했다.

가장 큰 요인은 8월부터 불거진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컨트리 가든의 채권 상환 불이행 가능성으로 인한 부동산 위기가 꼽힌다.

여기에 중국 설 연휴, 노동절 등 주요 소비 대목 때마다 중국 언론이 요란하게 보도하던 소비 회복도 실제로는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속적인 경기 반등도 포착되지 않았다. 소비자들의 비관적인 전망도 외국인 투자자를 움츠러들게 만든다.

러블리 연구원은 “중국 국내 정책은 물론 대외 정책 역시 투자에 대한 압박을 가중하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가 2024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녀는 중국 공산당(중공) 지도부가 계속해서 외국 기업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동시에 경제 통제를 더 강화할 것으로 관측했다. 그사이 미국은 공급망을 중국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둘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외국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상황을 되돌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과거 중국 정부 부처나 기관이 당근책을 내놓던 모습에서 이제는 시진핑 중공 총서기가 직접 나서는 모양새다.

시진핑 총서기는 지난 2일 광저우에서 열린 ‘2023년 중국을 읽고 이해하다’ 국제회의에 보낸 축하편지에서 “시장 지향적이고 합법적이며 국제화된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며 외자 환영 입장을 내세웠다.

앞서 지난달 27일 열린 중공 중앙정치국 10차 집단학습(그룹 스터디)에서도 “지식 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외자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며 지식 재산권 침해로 중국 시장 진출을 꺼리는 외국 기업을 염두에 둔 듯한 메시지를 발신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시진핑의 행보에도 식어버린 외국인 투자자들의 마음을 한동안은 되살리기 어려울 것으로 러블리 연구원은 전망했다. 그녀는 “2024년에도 대부분 기간 외국인의 대중 투자가 부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에는 중공의 자국 게임산업 새 규제 예고로 홍콩 증시에서 텐센트, 넷이즈 등 대형 기술기업 주가가 각각 12.35%, 24.60% 급락했다. 본토 증시에서도 10여 개 게임 종목이 하한가까지 내려갔다.

중공은 올해 경제 부진이 계속되자 사기업에 대한 통제 완화를 약속했으나, 해가 넘어가기도 전에 또다시 강력한 규제안을 발표하면서 투자 심리를 냉각시켰다.

블룸버그는 취약한 경제 회복과 지정학적 긴장에 대한 우려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의 연간 중국 주식 매입이 2023년에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8월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철수하면서 올해 상하이-홍콩 증시 연계(스톡 커넥트)를 통해 순매수한 중국 주식은 440억 위안(약 8조200억원)으로, 이는 블룸버그가 2017년 연간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중국 증시는 강력한 부양책의 부재와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극심한 매도세를 보이며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외국 자금은 지난 12개월 동안 5개월 연속으로 중국 주식에서 빠져나갔으며, 이는 사상 최장기간이다.

다만, 지난 28일 미국 증시·채권 변동에 대한 실망감으로 중국 블루칩 중심으로 113억 위안의 순매수가 이뤄졌고 일부 펀드 매니저들 역시 중국 주식이 저평가됐다고 전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자들이 중국 시장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게 블룸버그의 평가다.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중국 민간 부문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기업 수익이 더 이상 인상적인 속도로 성장하지 않으며 중국의 마이너스 인구 증가의 영향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