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권자, 도덕적 리더십 갖춘 지도자 원해” 여론조사

정향매
2023년 12월 18일 오후 6:11 업데이트: 2023년 12월 19일 오후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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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24년 세계 40국에서 대선 또는 총선이 열린다. 세계 인구와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유권자 40억 명이 일제히 투표소로 향할 예정이다. 1월 13일 대만 대선·총선을 시작으로 3월 15일~17일 러시아 대선, 4월 10일 한국 총선에 이어 11월 5일에는 미국 대선이 예정돼 있다. 

이 속에서 다수 미국 유권자는 “미국인들은 정치적 결과보다는 도덕적인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를 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눈길을 끈다. 

미국 유타주 일간지 디저레트 뉴스(Deseret News)는 지난 8월 7일(현지 시간) 여론조사 기관 ‘해리스 엑스(Harris X)’에 의뢰한 전국 여론조사 결과를 이같이 전하며 미국인들은 ‘도덕적 리더십’의 의미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저레트에 따르면 해리스 엑스가 지난 7월 31일~8월 1일 유권자 93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참가자의 55%가 정치인의 실적보다 도덕적 리더십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도덕적 리더십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는 3가지를 선택하라는 질문에는 다수 유권자(민주당 61%, 공화당 53%, 무소속 55%)가 ‘정직과 신뢰’를 택했다. 민주당은 DEI(다양성·공정·포용, 33%)와 타인을 공정하게 대하는 것(33%)을 리더의 덕목으로 선택했고, 공화당은 바른 가족 가치관(36%)과 미국 건국 원칙 수호(32%)를 택했다. 무소속 유권자는 바른 가족 가치관(28%)과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27%)을 꼽았다. 

다만 미국인들의 도덕에 대한 정의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바라보고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평가하는 시각도 다르다는 게 매체의 설명이다. 

“개인적으로 도덕적 리더십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주관식 질문에 대해 민주당원의 답변에는 ‘윤리적(ethical)’ ‘타인(others)’ ‘모든 사람(everyone)’ 등의 단어가 다수 등장했고 공화당원은 ‘정의(just)’ ‘국가(country)’ ‘신(God)’ 등의 단어를 썼다. 다수 참가자가 공통으로 언급한 단어는 ‘옳은 것(right)’ ‘정직(honest), 가치관(values)’이었다. 

디저레트에 따르면 위에서 언급한 단어 외에도 세 가지 용어를 선택하라고 요청받았을 때 민주당원은 ‘선행’ ‘기회의 평등’을 선호했고 공화당원은 ‘개인의 자유’ ‘정의’를 선택하는 확률이 높았다. 

“그럼에도 다수 공화당 당원은 공평함도 중시한다고 말했고 다수 민주당 당원은 믿음도 선택했다. 게다가 상위 3개 항목 중 어떤 것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나머지 덕목은 가치 없다고 여기는 게 아니다”라며 “미국은 생각이 서로 다르지만 그렇게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했다. 

미국은 건국 이래 도덕적 리더십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은 다수 정치인을 배출했다. 

냉전시기 1987년 6월 12일, 로널드 레이건 제40대 미국 대통령은 동베를린과 서베를린 경계에 있는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독일을 분리시킨 베를린 장벽과 자유에 관해 연설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향해 “고르바초프 씨, 이 장벽을 허물어요!”라고 외쳤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은 통일했다. 그로부터 2년 후 옛 소련은 해체됐다. 레이건 대통령의 용기는 냉전 시대를 살았던 모든 사람에게 기적을 가져다줬다. 

조지 워싱턴 미국 초대 대통령은 정직과 명예를 지킨 미덕으로 널리 칭송받고 있다. 

워싱턴은 그와 동시에 살았던 토머스 제퍼슨 제3대 미국 대통령, 존 애덤스 제2대 미국 대통령 등에 비해 교육 수준이 낮고 지적 재능도 뛰어나지 않았다. 다수 미국의 건국 아버지와 달리, 그는 외국어에 능통하지 않고 법률가로 활동한 적도 없다. 그는 전투에서 승리보다 패배를 더 많이 맛보았다. 

하지만 미국 독립전쟁이 끝날 무렵 워싱턴의 인기는 매우 높았고 다수 국민은 그가 미국의 지도자가 되기를 기대했다. 미국의 지도자가 돼 달라는 다수 사람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은 군 지휘권을 내려놓고 버지니아주에 있는 농장으로 돌아갔다. 

이 밖에도 ‘과묵한 쿨리지’로 알려진 캘빈 쿨리지 제30대 미국 대통령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용기를 내 바른 선택을 하는 도덕적 리더십으로 인정받고 있다. 34년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야드킨 카운티 소속 분빌 마을 이장을 지낸 하비 스미스(1926~2018)는 “사랑으로 마을 주민을 위해 봉사한 지도자”로 기록됐다.  

한편 올해 5월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54%가 미국의 도덕성 수준이 매우 낮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는 미국인 83%가 “미국의 도덕 기준이 나빠지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출된 지도자는 일반적으로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의 가치를 반영한다. 존 애덤스 대통령은 “우리의 헌법은 도덕적이고 신앙심이 깊은 국민을 위한 것이다. 다른 형태의 정부에는 절대 적용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도덕적 리더십을 갖춘 정치인을 선출하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더 도덕적인 사람이 돼야 한다는 메시지인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