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자문기구 보고서 “中 공산당 안 바뀔 것…경쟁 여전”

린옌(林燕)
2023년 11월 18일 오전 11:00 업데이트: 2023년 11월 18일 오전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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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의 초당적 자문위원회인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가 14일 2023년 연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중국 공산당(중공) 정권은 국내외 정책을 바꿀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며 미중 관계의 장기적인 전략적·시스템적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중국은 40년 만에 최악의 경제 위기를 맞고 있으며, 중공 정권의 경제 관리 능력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했다.

USCC는 미 의회 산하 4개 상설기구의 하나로, 2000년 설치된 이래 매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미중 관계를 평가하고 의회에 공개 보고서를 제출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대중국 논의는 양국 관계의 단기적 부침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잠재적인 현실은 이러한 부침 속에서 양국 간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보고서는 2024년 미중 관계는 중국 내부 상황의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경제가 심각하게 침체하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불확실성과 미중 간의 ‘긴장’과 ‘해빙’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2024년에는 양국 간의 전략적 경쟁이 지속되고 시스템적인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중국의 대내외 정책 바뀌지 않을 것”

보고서는 미중이 고위급 접촉을 하고 있지만, 미중 관계의 “뉴 노멀(New Normal)은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전략적·시스템적 경쟁”이라고 했다.

이 보고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발표됐다. 두 정상은 1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의 부대행사로 별도의 회담을 가졌다.

보고서는 중공 정권의 국내외 정책이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은 국가 안보, 경제 또는 무역과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미국과의 협력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미국이 취한) 일련의 방문과 기타 외교 활동은 중공 정권에 어떠한 중대한 변화도 가져오지 못했다.”

보고서는 “미중 간 고위급 회담의 결과는 구체적인 행동보다는 추가 회담, 즉 더 많은 대화를 약속한 것에 불과했다”고 했다.

이어 “베이징은 현재 미국과의 외교를 주로 미국이 일정 기간 (중국을) 압박하지 못하게 막거나 늦추는 동시에 자체의 경제적, 군사적, 기술적 역량을 더욱 발전시키는 길로 나아가는 도구로 간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베이징은 기존의 국제 질서에 도전하고 미국과 유럽, 아시아 및 기타 지역의 민주주의 동맹국에 대항할 새로운 국제 질서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강화해 왔다.

보고서는 “베이징이 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미중 관계의 진정한 개선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베이징이 점점 더 공세적인 정책을 펴고 중국 국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뉴 노멀’이 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베이징의 경제 관리 능력 의문”

보고서는 “중국은 지금 40년 만에 최악의 경제적 위기에 놓여 있다”고 했다.

중공 정권은 코로나19 봉쇄 정책을 3년 넘게 실시해 오다가 작년 12월에 갑자기 정책을 180도로 전환해 봉쇄 정책을 포기했다. 국제사회는 중국 당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한 후 침체된 경제가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반짝 개선되는 기미를 보이다가 다시 부진해졌다.

보고서는 “이러한 저조한 성과는 공산당의 경제 관리 능력과 중국의 장기 성장 지속 모델에 대한 새로운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보고서는 “중국 공산당은 수십 년 동안 부채에 의존해 성장한 나머지 전통적인 도구를 사용해 경제를 받쳐주는 능력이 제한돼 있다”는 말로 그 원인을 짚었다.

또 “중국 가계와 기업은 이제 중공 정권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이룰 능력이 있다고 믿지 않으며 소비나 투자보다는 적금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모든 것이 중국 부동산 거품의 지속적인 붕괴를 가속화하고 있고, 이는 더 많은 대형 건설사의 파산, 은행 부실, 주택 가격 상승, 부동산에 베팅한 가정의 재산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의 일부 전문가를 포함한, USCC가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수출과 부동산 및 인프라에 대한 부채 중심의 투자에 크게 의존하는 중국의 성장 모델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오랫동안 경고해 왔다’고 했다.

그러나 중공 정권은 현 상황을 바꾸기 위한 조치를 거의 하지 않았다. 중공 정권은 시장의 힘에 더 많이 의존하고 소비자와 민간 기업가에게 더 많은 돈과 의사 결정권을 부여함으로써 경제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관계 개선 노력은 말뿐”

보고서는 “베이징은 국내 문제 외에도 점점 더 불리한 국제 환경에 직면해 있다”며 “미국과 여타 선진 산업 국가들이 공급망을 중국에서 이전하고 중국과의 경제 관계의 리스크를 ‘줄이려’ 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듯 심각함에도 베이징은 지금까지 신뢰 회복 목적으로 사소한 조치를 취하고 공허한 권고를 하는 데 그치고 있다.

게다가 중공 정권은 일관된 비밀 유지와 통제가 필요하다며 청년 실업률 등 일부 경제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에서 독립적인 경제 연구를 수행하는 서방 기업들을 단속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이러한 조치는 중국의 장기적인 성장 궤도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외국인 직접 투자를 더욱 위축시킬 뿐”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또, 베이징이 현재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양보하거나 정책을 수정할 의향이 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미국·유럽과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중국의 노력은 주로 구체적인 행동보다는 말과 추상적인 이념에 머물고 있다.”

보고서는 유럽이 이제 미국에 더 가까워졌으며 베이징을 시스템적인 경쟁자로 인식하고 ‘디리스킹(탈 위험)’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