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으로 국제사회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란이 미국 정부 관리 암살을 위해 청부살인업자 고용을 추진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 상원 국토안보위원회 주최 청문회에 출석한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이후 해외의 여러 테러 조직이 미국과 서방에 최대 위협으로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날 레이 국장은 “하마스와 동맹 세력들이 보인 행동은 미국인을 공격하는 데 있어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영감으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한다. 미국인에 대한 테러 위협이 완전히 다른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레이 국장에 따르면, 현재 FBI는 하마스로부터 자극받은 미국 내 극단주의자들이 평범한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에 대해 하마스를 비롯한 해외 여러 무장단체가 공격을 시사했다는 점도 우려할 부분이다.
문제는 하마스뿐만이 아니다. 레이 국장은 “세계 최대의 테러 후원국인 이란은 직접, 또는 대리인을 고용해 여기 미국 땅에서 미국의 전현직 고위 정부 관리들에 대한 암살을 시도해 왔다”고 전했다.
다만 암살할 타깃이 누구였는지, 암살 계획이 언제 진행됐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과거 미 법무부는 이란 국적자가 암살자를 고용해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고위 관계자를 살해하려다가 적발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란의 표적
지난해 8월 미국 법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이란 국적자를 기소했다.
기소 내용에 따르면, 이란 국적자 샤흐람 푸르사피(45)는 미국이 테러 조직으로 규정한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인사로 알려졌다. 푸르사피는 30만 달러(한화 약 4억원)에 암살자를 고용하고 볼턴 전 보좌관의 청부살인을 의뢰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법무부는 “미국 땅에서 (이란에 위협으로 간주되는) 미국인 개인을 향한 이란의 음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볼턴 전 보좌관 외에도 이란과 연계된 다른 암살 기도도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이란은 “근거 없는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당시 “미국은 타당한 증거와 적법한 절차 없이 이란에 대한 터무니없는 혐의를 주장해 왔다”며 “이란인의 신변에 문제가 생길 경우 어떤 행동도 불사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되레 목소리를 높였다.
‘이란 유화정책’의 끝?
이런 가운데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의 공화당 조니 에른스트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임기 중인 지난 2015년 미국이 탈퇴한 이란 핵 협정과 관련, 최근 미국의 재가입을 방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에른스트 의원은 “이란은 바로 우리 미국 땅에서 미국 정부 관리들에 대한 암살 시도를 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미국인에 대한 이란의 수많은 공격과 음모가 확인된 이후에도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과 계속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에) 바이든 행정부의 이란 유화정책에 종지부를 찍을 법안을 발의했다. 이번에 발의한 법안은 바이든 행정부의 이란 유화정책을 끝내고 이란이 미국의 압박을 느끼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국내외에서 미국 관리와 미국 시민을 죽이려고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최대 테러 후원국에 조금도 제재 완화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