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프랑스·스웨덴·노르웨이·미국에 있는 다수 대학에 이어 중앙유럽 국가 폴란드의 대학들도 공자학원 폐쇄를 선언했다. 이 속에서 한국 내에 설치된 공자학당 한 곳은 공자학원으로 승격한 정황이 뒤늦게 확인됐다.
폴란드 대학 2곳, 공자학원 폐쇄 선언
지난 25일(이하 현지 시간) 폴란드의 브로츠와프대학은 약 15년간 운영해 온 공자학원을 폐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폐쇄 이유에 대해 대학 측은 “중국 당국이 파견한 공자학원 교사들은 이른바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중국 당국의 선전을 돕는 공작원이라는 언론 보도를 접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어 교육은 폴란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교육 분야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에 공자학원을 폐쇄한 후에도 중국어 교육은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국어와 중국 문화에 초점을 둔 교육 과정을 신설할 계획”이라며 “이번 조치는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가르친다는 명분으로 중국 공산당의 가치관을 전파하는 프로그램을 취소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1702년에 설립된 브로츠와프 대학은 3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명문대며 지난 2008년 중국 국가한판(國家漢辦)을 통해 샤먼(廈門)대학과 협력해 공자학원을 설치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 2020년 7월 국가한판의 문을 닫고 이른바 ‘민간 재단법인’인 중국국제중문교육기금회가 공자학원 및 공자학당을 운영하도록 했다.
해당 협력 계약은 올해 1월 25일에 만료됐으며 브로츠와프대학은 만료 3개월 전인 지난해 10월 중국 측에 공자학원 운영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5월 28일, 폴란드 바르샤바 공과대학에 설치된 공자학원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대학 측이 공자학원 계약을 갱신하지 않음에 따라 이날부터 활동을 중단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바르샤바 공과대학은 폴란드 내 최고의 공과대학이다. 지난 2019년 9월 23일 베이징 교통대학과의 협력으로 떠들썩하게 출범한 이 학교의 공자학원 프로젝트는 3년여 만에 조용히 끝을 맺었다.
브로츠와프대학과 바르샤바 공과대학이 공자학원을 폐쇄하면 폴란드에는 공자학원 4곳이 남는다.
이들 공자학원은 각각 △베이징 외국어대학과 협력한 야기에우워대학 △톈진 이공대학과 협력한 아담미츠키에비츠대학 △베이징 공업대학과 협력한 오폴 공과대학 △중국 사회과학원 대학 산하 중국 청년정치학원과 협력한 그단스크대학에 설치돼 있다.
세계 각국 ‘中 당국 공작 기관’ 공자학원 폐쇄
공자학원은 비영리 교육 기관으로 위장한 중국 당국의 선전 기관으로 알려졌다. 공자학원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캐나다를 시작으로 여러 국가가 자국 내 공자학원을 폐쇄하고 있다.
캐나다 맥마스터대학과 토론토 교육청은 각각 2013년, 2014년 공자학원 운영을 중단했다.
프랑스 리옹에 있는 국립대학교 리옹 2대와 리옹 3대도 2013년 9월 공자학원을 폐쇄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는 2019년 8월 22일, 중국과의 공자학원 협력 프로젝트를 중단했고, 스웨덴과 노르웨이 정부는 지난 2020년 각각 자국 내 공자학원을 모두 폐쇄했다.
같은 해 8월 13일, 미국 정부는 공자학원의 미국 내 본부를 외국 사절단으로 지정했다. 그해 말, 미국 대학 캠퍼스 내의 다수 공자학원이 문을 닫았다.
2021년 10월 31일, 안자 카를리체크 독일 연방 교육부 장관은 독일대학과 지역 교육 당국에 독일 내 설치된 19개 공자학원을 폐쇄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에선 공자학당이 공자학원으로 승격
공교롭게도 대한민국은 공자학원을 세계 최초로 설립한 나라이자 세계에서 세 번째, 아시아 최다 공자학원 보유국이기도 하다. 한국에는 현재 공자학원 24개와 공자학당 16개가 운영되고 있다. 공자학당은 공자학원의 초중고 버전이다.
지난 2004년 11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세계 1호 공자학원 서울공자아카데미가 공식 운영을 시작했다.
이후 호남대, 동아대, 충북대, 대진대, 강원대, 계명대, 충남대, 동서대, 우송대, 세한대, 순천향대, 한국외대, 우석대, 인천대, 제주한라대, 경희대, 국립안동대, 연세대, 원광대, 한양대, 국립제주대, 세명대 등 22개의 대학에 공자학원이 설치됐다.
2021년 8월, 중국국제중문교육기금회는 한국 교육기관 대교그룹과 중국 지린성 교육청이 공동 설립한 대교 차이홍 공자학당을 차이홍 공자아카데미로 승격했다. 중국 대학과 외국 대학의 협력 모델과 달리, 차이홍 공자아카데미는 중국 교육 기관이 외국 기업과 협력해 운영하는 유일한 공자학원이다.
국내 시민단체들 ‘공자학원·학당 추방’ 촉구
시민단체 ‘공자학원 실체알리기 운동본부(대표 한민호, 이하 공실본)’는 지난 2020년 초부터 영화 상영, 전국 순회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공자학원·공자학당의 위험성을 알려 왔다. 그런데도 한국은 지금까지 요지부동인 상황이다.
이 속에서 공실본은 지난 17일 시민단체 ‘CCP(중국공산당) 아웃’과 함께 부산시의회 프레스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내 공자학원 추방을 재차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