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1개 주, 인스타·페북 메타에 집단 소송…“청소년 정신건강 피해’

벤자민 큐(Benjamin Kew)
2023년 10월 26일 오후 6:42 업데이트: 2023년 10월 26일 오후 8:27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기업 ‘메타’가 미국 전체 50개 주 가운데 41개 주 정부로부터 무더기 소송을 당했다. 어린이와 10대 청소년의 정신 건강을 해쳤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4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33개 주 정부는 메타가 어린이와 청소년 사용자들이 중독성 높은 SNS를 사용하도록 고의적으로 유도했다며 미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 밖에 워싱턴DC와 다른 8개 주도 같은 취지로 각각의 연방법원 등에 소송을 냈다. 법원은 메타의 법 위반 행위를 금지하는 법적 명령을 제정하는 한편 메타에 벌금을 부과할 것을 요청받았다.

고소장에는 “메타는 ‘SNS 콘텐츠를 무시하면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오도하는 방식으로 중독에 가장 취약한 미성년 이용자의 심리적 취약성을 이용했다”는 요지가 담겼다.

이들 주 정부는 고소장을 통해 “메타의 동기는 금전적 이익이며, (이를 위해) 어린이와 청소년을 끌어들여 참여시키고 궁극적으로 함정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메타의 SNS 플랫폼 사용과 우울증, 불안, 불면증, 교육과 일상생활의 지장 및 기타 다른 많은 부정적인 결과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를 언급했다.

주 정부들은 이와 함께 메타가 여러 주의 소비자 보호법을 위반한 것은 물론, 부모 동의 없이 13세 미만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함으로써 미국 연방 아동 온라인 프라이버시 보호법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화당 소속의 조너선 스커메티 테네시주 법무장관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모든 법무장관이 초당적으로 (메타 소송을 위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무언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앞서 지난 2021년 페이스북 전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였던 내부 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건이 페이스북의 위험성을 폭로한 지 2년 만에 제기됐다.

당시 하우건은 내부 연구 문건을 유출, 공개하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어린이들에게 해를 끼치고 분열을 부추긴다”고 증언했다. 자체 내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을 하는 10대 소녀들의 13.5%가 자신의 신체에 불만족해 자살 및 자해에 대한 생각을 더 하게 되고, 17%는 거식증과 같은 문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 소송을 제기한 주 중 하나인 뉴욕의 레티샤 제임스 법무장관은 “해당 문건에 따르면, 메타는 자사의 소셜미디어가 청소년 사용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수년 동안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임스 장관은 “그러면서 이러한 유해한 영향을 대외적으로는 부인하고 경시해 왔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번 소송에 대해 메타는 “실망스럽다”는 입장이다. 리사 크렌쇼 메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주 정부들은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과 생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사는 이미 10대와 그 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30개 이상의 도구를 (플랫폼에) 도입했다”고 강조하며 “업계와 생산적으로 협력하는 대신, 소송을 선택한 것은 유감”이라고 전했다.

소송에 직면한 건 메타뿐이 아니다. 올해 7월 미국 전역의 200여 개 지역 교육청은 틱톡·유튜브 등을 상대로 미성년자에게 정신적 피해를 준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청소년들은 역사상 가장 심각한 정신 건강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고도의 기술을 이용하는 강력한 기업들이 전례 없는 정신 건강 위기를 ‘고의적’으로 초래하고 있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