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확산…11월 정점”
시민들, 코로나19 재확산 은폐할까봐 불안감
중국 각지의 병원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혼잡하다. 심각한 폐렴을 앓고 있는 어린이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각지에서 병상이 부족해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위기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원인에 대해, 중국 보건당국은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나 A형 독감 때문”이라고만 주장할 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한 감염 확대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당국의 주장에 대해 국민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또다시 은폐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실제로는 신종코로나가 맞을 것이다. 또 이름만 바꾼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 초 중국 당국은 갑자기 제로 코로나 정책을 해제했다. 이후 일일 신규 감염자 통계 발표를 중단해 중국 내 코로나 감염 현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거의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코로나19 확산이 실제로 진정된 것인지 확실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 기간, 이미 ‘은폐’와 ‘조작’을 여러 차례 보인 까닭에 당국 발표에 대한 중국 안팎의 신뢰성은 바닥을 기고 있다.
해외에서는 가끔씩 인터넷에 유출되는 중국 시민의 글을 통해 현 상황의 일부만을 엿볼 수 있을 뿐이다.
최근 며칠 사이에도 베이징, 상하이, 쑤저우, 난징, 정저우, 후난성 등 각지의 아동병원(소아과)에서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진단을 받는 어린이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중에는 호흡곤란이 심해 산소호흡기를 사용해야 하는 ‘백폐(白肺)’라고 불리는 심각한 상태의 아이도 많다. ‘백폐’는 폐에 심한 염증이 생겨 엑스레이 사진에서 하얗게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베이징시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최근 “현재 시내에서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 유행하고 있으며 11월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환자들로 붐비는 시내 여러 아동병원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다수 올라와 있다. 이에 따르면 병원 내부와 수액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로 넘쳐난다.
한 베이징 시민은 “주말이면 베이징 아동병원에서 진찰을 받는 데 평균 6시간 이상 걸린다. 부모와 아이 모두 매우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의사들도 정말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한 영상에서는 “우리 아이는 고열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병상에 자리가 없어 입원할 수 없다. 폐세척은 월말(10월 31일)까지 예약이 꽉 찼다고 한다. 보름을 더 기다려야 한다니 우리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조바심을 내는 부모도 있었다.
베이징뿐만 아니라 상하이, 쑤저우 등 각지의 아동병원도 마찬가지다.
쑤저우 시민이 촬영한 동영상에 따르면 “밤 8시가 돼도 응급 진료를 기다리는 줄이 병원 문 앞까지 이어진다”, “밤 9시, 진료 대기자가 수백 명”, “밤 12시가 되어도 병원 내부는 사람들로 넘쳐난다”는 등 매우 힘든 상황을 엿볼 수 있다.
병원 내에는 앉을 곳도 없어 야외에서 나뭇가지에 수액병을 걸어놓고 주사를 맞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허난성 정저우 아동병원에 아이를 데리고 온 한 부모는 “아침 5시에 외래에 왔다. 그 후 순서를 기다렸다가 입원할 수 있을 때까지 3일이 걸렸다”고 말했다. 입원을 해도 병실 침대가 아닌 병원 복도에 놓인 벤치에 누워 있을 수밖에 없는 아이도 있다.
허난성 소아과 의사 류위후이(劉玉慧)는 “매일 외래에 오는 환자 수는 약 800명이다. 병상이 부족하다. 환자의 80%가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에 감염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아과 의사 츠자펑(戚家峰)은 동영상에서 “이번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은 특히 감염 상황이 심각하고 급박하다. 게다가 뚜렷한 징후가 없는데도 갑자기 심해진다. 감염된 아이들 중에는 발열 증상이 없어도 기침을 시작한 지 3~5일 만에 폐가 하얗게 변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은 주로 5~15세 어린이들이 많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성인도 감염될 수 있어 향후 전염 상황이 더 심각해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