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극좌 단체들, 하마스 옹호…“‘비판적 인종이론’ 확산 우려”

브래드 존스(Brad Jones)
2023년 10월 18일 오후 9:47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대규모 기습 공격으로 현재까지 이스라엘에선 14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당국에 따르면 어린이를 포함 최소 199명이 하마스에 납치돼 인질로 끌려갔다.

이 속에서 지난 12일(현지 시간) 미국 전역에서 친(親)팔레스타인 진영이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해 시위를 벌였다. 이날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에서는 수천 명이 합류한 시위대가 “강부터 바다까지 팔레스타인은 해방될 것”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으로 발생한 민간인 희생의 책임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돌렸다.

해당 시위는 비판적 인종이론을 지지하는 좌파 활동가 단체들이 주최했다.

비판적 인종 이론(Critical Race Theory‧CRT)은 미국의 인종 차별이 개인의 편견이 아니라 사회제도·법률 등 구조적 문제라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모든 백인은 권력과 특권을 가진 인종차별주의 억압자이며, 모든 비(非)백인은 억압받는 피해자로 간주한다. 이 이론의 지지자들은 미국 사회의 모든 측면에서 인종차별주의를 주장하며 헌법 및 법률 등의 제도를 해체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비판적 인종 이론에 근거한 학교 교육을 반대하는 보수우파에서는 CRT 대해증오와 복수심을 조장하는 분열적이고 인종 차별적 이론이라고 비판한다. 모든 백인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려 하며 뿌리가 마르크스의 계급투쟁에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지지

이틀 뒤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로스앤젤레스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 16일 로이터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대다수는 하마스를 테러 조직으로 여기는 한편 이스라엘을 호의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여론 조사에서도 대부분의 미국 유권자는 이번 분쟁의 책임을 팔레스타인에서 찾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응답자들은 하마스의 근절에 동의한다고 답변했다.

릭 그레넬 전 독일 주재 미국대사는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 공격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하마스를 지지하는 시위를 개최한 극좌 단체 ‘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이야말로 미국에 진정한 위협”이라며 규탄했다.

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은 스스로 사회주의자임을 표방하는 미국 내 정치 운동조직으로, 미국 민주당과 연대한다.

그레넬 전 대사는 “‘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과 같은 사회주의자들, 그리고 이른바 ‘성역도시(미 이민국으로부터 불법체류 신분의 이민자를 보호하는 도시)’ 정책을 지지하는 민주당에 투표하면 미국 이민국의 심사를 거치지 않은 사람들이 미국에 자유롭게 입국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하마스와 같은 테러단체의 지지자들이 미국에 입국하지 못하도록 미국을 보호하는 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캘리포니아 평화 연합’의 공동 설립자 마이클 셸런버거도 하마스의 이스라엘 테러 공격을 비판했다.

셸런버거는 “하마스가 저지른 잔학 행위와 관련된 이야기와 이미지들은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며 “지구상의 그 어떤 것도 이러한 범죄를 정당화할 수 없다. 하마스의 테러 행위를 옹호하는 급진 좌파를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캘리포니아 공립학교에서 비판적 인종이론을 가르치는 것에 반대하는 학자인 켈리 쉔코스케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이데올로기를 강요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쉔코스케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미국 전역의 대학교 캠퍼스에서 벌어지고 있다”면서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대학 캠퍼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초중고교에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시행되고 있는 ‘인종학’ 커리큘럼이 그 사례다. 미국 내 최대 규모인 로스앤젤레스 통합 교육구는 2023년부터 졸업하려면 인종학을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쉔코스케는 “비판적 인종이론에 기반한 해당 커리큘럼은 급진적인 이데올로기로 가득 차 있다”고 비판했다.

쉔코스케는 “(비판적 인종이론) 활동가들은 공교육 현장에서 반유대주의적인 인종학 콘텐츠를 홍보하고 신마르크스주의에 뿌리를 둔 훈련을 장려한다”고 전했다.

전직 교사이자 교육 분석가인 데보라 필먼 역시 에포크타임스에 “캘리포니아 학교들은 인종학 교육을 통해 ‘거짓’을 ‘역사적 사실’로 가르치고 있다”고 증언했다.

필먼은 “그들은 사회 정의를 가장해 거짓을 가르치고 있다”면서 “살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의는 없다. 무고한 민간인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정당한 저항 따윈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위한 해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마스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시위대가 외치는 구호인 “강부터 바다까지 팔레스타인은 해방될 것”은 본질적으로 이스라엘과 유대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뜻을 내포한다.

필먼은 “자국민인 팔레스타인인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는 등, 하마스의 모든 행동은 말 그대로 전쟁범죄”라고 꼬집었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이스라엘 지지 집회 참가자들이 한데 모여 있다.|Robyn Beck/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식민지 개척자 vs 피억압자

옛 소련에서는 마르크스 같은 전체주의자들이 계급으로 사람들을 나누고 부르주아 계급과 프롤레타리아 계급 사이를 이간질했다. 이와 비슷한 분열은 마오쩌둥이 세운 중화인민공화국에서도 발생했다. 마오쩌둥은 노동자와 농민을 자극해 지주를 약탈하고 살해하게 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떨까.

사회주의자와 공산주의자들, 체제 전복을 원하는 이들은 나치와 마찬가지로 ‘인종’을 내세웠다.

반유대주의에 맞서 싸우는 비영리단체 AMCHA 이니셔티브의 타미 로스만-벤자민 이사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비판적 인종이론에 근거를 둔) 인종학 지지자들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정치적 싸움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로스만-벤자민 이사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가 비판적 인종이론을 사용, ‘식민지 개척자’와 ‘피억압자’의 두 가지 기준으로 분쟁의 프레임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이는 인종학의 핵심인 ‘억압자-피억압자’라는 이분법적 개념이 국제정치로 확장된 것으로, 시위대의 정치적 의제는 이스라엘을 파괴하려는 하마스의 정치적 의제와 일치한다.

AMCHA 이니셔티브는 학계 일부에서도 팔레스타인 지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두고 “이는 학문의 자유에 관한 정당한 표현이 아니라, 학문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남용”이라며 “우리는 학문적 자유라는 외피를 쓰고 유대인 학살에 학문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교육계에 맞서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