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황금연휴, 짠돌이 여행 뚜렷…관영매체 “소비 회복”과는 딴판

강우찬
2023년 10월 10일 오후 3:48 업데이트: 2023년 10월 10일 오후 3:51

유명 관광지 사람 몰렸지만 소비는 찔끔
상하이 증시는 관광업계 실적저조에 하락세로 마감

중국 관영매체들의 요란한 ‘호황’ 연출에도 중국의 10월 황금연휴 기간 중국 관광업에 기대했던 소비 회복 효과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초까지 이어진 ‘제로 코로나’ 정책 여파로 기업 도산과 소상공인 폐업이 잇따르면서, 중국 경제가 좀처럼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전국 유명 관광지에는 인파가 몰렸지만 지난 5월 노동절 연휴 때와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저소비 여행’이 대세를 이뤘다.

중국 국내 관광업 매출을 두고 정부와 증시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국가여유국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을 발표했지만, 증시는 실망감을 나타내며 관광레저업종에 대한 매물을 쏟아냈다. 연중 최대 대목에도 실적 부진을 나타낸 관광업에 대한 손절에 나선 것이다.

‘제로 코로나’ 후유증 여전…경제 침체 장기화

관영 매체들은 10월 황금연휴 기간 ‘경제의 순조로운 회복’을 보여주기 위해 일제히 국내 여행의 활황에 대해 보도했다.

방송과 신문에서는 인산인해를 이룬 관광지 모습이 연일 장식됐다.

연휴가 끝나고 지난 8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중국 국가여유국 통계를 인용해 연휴기간(9/29~10/6) 국내 여행객 수가 8억260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3%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연휴기간 전체 국내 관광 수입도 전년 동기 대비 129.5% 증가한 7534억 위안(약 139조 2564억)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전년(2022년)은 제로 코로나로 중국인 대부분이 주택에 갇혀 있거나 외출이 제한되던 시기다. 이때와 비교해서도 여행객 수가 71.3%밖에 증가하지 않았던 것은 기대했던 내수 회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민일보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국내 여행객 수와 관광 수입은 각각 4.1%, 1.5% 증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몇몇 언론들도 인민일보 기사를 인용해 “중국 연휴 여행시장,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 “내수 회복 기대감”, “성장률 전망치 상향” 등 중국 경제의 밝은 전망을 전했다.

중국은 경제 규모는 거대하지만, 공산당 일당독재 정권의 필요에 의해 통계 수치 조작이나 은폐가 상시 발생하는 국가다. 얼마 전에는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악으로 치닫자, 매월 발표하던 청년실업률 통계 발표를 중단하기도 했다.

반면, ‘정권의 필요’와 무관한 외국 투자자들의 자금이 걸린 증시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정확한 실상을 보여준다.

지난 9일, 황금연휴를 마치고 처음 개장한 중국 증시는 하락으로 마감했다. A주 3대지수 모두 나란히 하락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0.44%, 선전성분지수는 0.03%, 촹예반지수는 0.26% 각각 떨어졌다.

이는 연휴기간 소비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투자자들이 관광레저업종에 실망매물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유명 리조트업체인 톈무후(天目湖), 주화(九華)관광이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 종목이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 VOA는 이날 “전염병 발생 전인 2019년에 비해 여행객 수와 관광 수입이 증가했지만 많은 사람이 기대했던 ‘보복 수비’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고 평가했다.

CNN 역시 “여행객 수와 관광 수입 모두 증가율이 정부 전망치보다 낮다”며 “서비스 부분의 회복세가 둔화했음을 시사한다”는 골드만삭스 분석가들의 말을 전했다.

해외 여행객 숫자는 중국의 실망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중국 국가이민국 자료에 따르면, 이번 황금연휴 기간 하루 평균 입출국 여행객 수는 147만7천 명으로 2019년 동기 대비 85.1%에 그쳤다. 중국 정부의 전망치는 하루 평균 158만 명이었다.

기대보다 저조한 것은 국내 및 해외 여행객 수와 매출뿐만이 아니다.

황금연휴 기간 박스오피스 수입은 27억3400만 위안에 그쳤다. 이는 2019년 동기 대비 38% 하락한 것으로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부분 영화관이 몇 개월씩 문을 닫았던 2022년보다 약간 나은 수준이다.

올해 중국 영화시장에서는 애국주의 영화들에 대한 관객 반응이 예전만 못한 특징을 보였다. 다수 관객들은 “식상하다”며 공산당 선전 영화들로부터 등을 돌렸다.

경기회복 상징이었던 ‘쯔보 꼬치구이 열풍’ 실종

이번 황금연휴 때는 언론에 비친 모습과 달리 “실제 관광지를 찾아가 봤더니 한산하더라”는 반응을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TV방송에서는 인파가 붐볐지만 실제로 가봤더니 텅 비었더라는 중국 소셜미디어 게시물들 | 화면 캡처

중국인이라면 평생 한 번은 가봐야 한다는 유명 관광지인 만리장성이나 태산이 인산인해를 이뤘던 것은 사실이다.

한 소셜미디어 이용자는 자신의 웨이보에 “현재 만리장성인데, 성벽 위로 올라가도 전혀 피곤하지 않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3분에 두 걸음밖에 못 가기 때문이다”라며 붐비는 인파가 어느 정도 규모인지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불투명한 경제 전망에 따른 불안감 때문에 연휴를 맞아 여행을 통해 해방감을 즐기면서도 ‘쓰는 여행’ 대신 ‘보는 여행’에 만족했다는 게 해외 위성채널 NTD 취재에 응한 중국인들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상하이 시민인 왕신랑인TV의 취재에 응한 상하이 시민 왕(王)모씨는 “언제 직장을 잃을지 모른다”며 “그래서 이번 연휴 때는 최대한 돈을 아끼려고 했다”고 밝혔다.

중국 서부 충칭시에 사는 리(李)모씨 “이번 연휴기간 충칭에도 많은 여행객이 찾아왔다. 하지만 사람들은 시내를 돌아다니기만 할 뿐 거의 소비를 하지 않았다”며 “그래서 많은 가게들이 연휴기간 문을 닫고 쉬었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중국 출신 경제전문가 리헝칭은 “중국인들 다수가 앞으로 상황이 지금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헝칭은 “중국인들은 앞으로 수익이 늘어날 것이라고는 믿지 못한다. 공무원들까지 급여를 삭감당하는 실정이다.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고 말했다.

평론가 리닝은 “지난 5월 노동절 연휴 때 쯔보(淄博) 꼬치구이 붐이 한창일 때도 적잖은 전문가들이 ‘정치적 필요에 의해 의도적으로 연출된 가짜 번영’이라고 지적하며 단명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결과는 그대로였다”고 평가했다.

리닝은 “관영매체를 선두로 전국 언론이 ‘경기 회복의 신호탄’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한 결과, 산둥성의 작은 공업도시였던 쯔보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것이 바로 연출된 가짜 번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쯔보는 두 달도 안 돼 황량해졌고, 투자한 자금도 회수하지 못한 채 지금은 폐허로 변해버렸다”며 “관영매체는 10월 연휴 때는 쯔보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리닝은 “이러한 중국 매체들의 기만적 보도를 일부 외국 언론들이 여과 없이 자국에 그대로 전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정확한 정보를 전달한다는 언론의 사명을 스스로 흐리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