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중국어 교사 대만 출신으로 교체 추진…中 관영매체 ‘발끈’

강우찬
2023년 09월 27일 오전 10:34 업데이트: 2023년 09월 27일 오전 10:34

내무부 주도 “중국어 교육, 공산당 침투 공작루트”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 “정치적 목적에 따른 발상”

영국 정부 내에서 중국어 교사를 본토 중국인에서 대만인으로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 가운데, 중국 공산당이 ‘정치적 목적’이라며 반발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이달 중순 현지 저널리스트 기고문을 통해 영국 교육부 장관, 안보부 장관, 내무부 장관, 하원외교위원회 위원장을 싸잡아 비난했다.

기고문에서는 “영국 교실에서 중국어를 가르치는 중국 본토 출신 교사를 대만 출신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는 1년 전부터 영국 언론에 거론되고 있다”며 “질리언 키건 교육부 장관이 이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톰 투겐타트 안보부 장관 등 영국 내 대중 강경파 인사들에게 점수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일간 ‘메일 온라인’에 따르면, 영국은 수에라 브레이브먼 내무장관과 내무부 주도하에 안보부, 교육부가 힘을 합쳐 중국어 교사를 대만 출신으로 교체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는 간첩 활동 등을 통해 영국 사회에 파고드는, 중국 공산당의 침투 공작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다.

영국에서는 최근 중국에 포섭돼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영국 의회 조사관 등 남성 3명이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산당의 안보 위협’과 ‘영국 침투 공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흔히 ‘문화 교류’를 내세워 상대국 여러 인사들과 관계를 맺고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우호적 관계를 맺고 각종 재정적 지원을 제공한 후, 이를 이용해 중국에 불리한 학술연구나 발언 등을 자가검열하게 하는 것이 흔한 수법이다.

특히 해외에서 중국어 교육을 내세운 ‘공자학원’을 통해 중공은 선전과 침투 공작을 해왔다.

글로벌타임스 기고문의 저자는 “나는 공자학원 2곳에서 중국어를 배웠는데, 공항에서 택시 잡는 법, 호텔에 체크인 하는 법, 공식적인 자리에서 차(茶) 마시고 행동하는 법을 배웠다”며 “이후 나는 런던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전복하려는 시도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자신이 직접 공자학원을 다녀봤으나 공산당 선전이나 세뇌 교육은 없었다는 주장이다.

그가 공자학원을 거론한 것은 영국의 중국어 교육 예산이 대부분 30개 대학과 150개 중고등학교에 설치된 공자학원·공자학당 등에 투입되고 있어서다. 공교육 분야에서 중국어 교육을 거의 전적으로 공자학원에 맡긴 셈이다.

기고문에서는 영국이 설립한 영어·영국문화 홍보기관인 영국문화원을 거론하며 공자학원도 마찬가지로 “국가 간 이해를 증진하고 상호 존중과 이익을 위한 조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개인적 경험이나 소수의 사례를 근거로 어떤 사물이나 사건을 평가하는 것은 흔히 범하기 쉬운 논리적 오류다.

공자학원의 교육자료 중에는 시진핑 주석을 친근하게 묘사하거나, 인권탄압이 심각한 신장 위구르 지역을 아름다운 여행지로 묘사하는 내용들이 포함됐다. 노골적인 선전 대신 은연중에 학습자에게 중국 공산당의 시각에 짜맞춘 세계관을 받아들이도록 구성됐다.

글로벌타임스 기고문을 쓴 저널리스트 마크 블랙록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있어서도 중국 정부를 옹호하는 글을 쓴 바 있다. 중국 ‘화웨이’ 네트워크 장비에 대한 영국과 미국의 공동 대응을 ‘미국에 끌려가는 행동’으로 조롱한 칼럼도 기고했다.

블랙록의 기고문 역시 ‘중국인 교사를 대만인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 배후에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그의 비판이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정부 공식 대변인은 아니지만, 소위 ‘전문가’나 일부 필진이 오피니언 형태를 빌려 중국 공산당의 입장을 표명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