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빈집, 14억 인구로도 다 못 채워” 전 통계국 관리 실토

강우찬
2023년 09월 25일 오후 2:06 업데이트: 2023년 09월 25일 오후 2:06

부동산 포럼서 주택 공급과잉 지적
로이터통신 “보기 드문 공개적 비판”

중국 전 국가통계국 고위 관리가 중국의 부동산 정책을 ‘공급 과잉’이라며 정면 비판했다.

허컹(賀鏗·81) 전 중국 국가통계국 부국장은 지난 23일 “중국 인구 14억 명으로도 전국에 흩어져 있는 빈 아파트를 채우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 상황을 지적했다.

이날 중국 남부 광둥성 둥관에서 열린 한 부동산 포럼에 강연자로 나선 허컹 전 부국장은 “중국에 빈집이 얼마인지 전문가마다 내놓는 수치가 다르지만, 일부는 30억 명이 살기에도 충분할 정도로 빈집이 넘쳐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홍콩 명보가 25일 보도했다.

집계 방식에 따라 14억이 아니라 30억 명으로도 빈집을 다 채우지 못한다는 결과도 나온다는 중국 국가통계국 전 고위 관리의 발언은 중국 통계의 변동성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여겨진다.

14억 명, 30억 명으로 채우고도 남는다는 중국의 빈집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은 허 전 부국장의 부동산 시장 비판을 “보기 드문 공개 비판”이라고 평가하며 미국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8월 말 기준 중국의 미분양 주택을 약 720만 채라고 분석했다.

올해 8월 5일 중국 부동산 시장 조사기구인 바이커(貝殼)연구원은 2022년 중국 28개 대·중도시 주택 공실률은 평균 12%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공실률이 5~10%이면 정상, 10%를 초과하면 공급과잉이다.

28개 도시 중 12곳은 공급과잉(공실률 10~15%)을 나타냈고, 15% 이상도 6곳이나 됐다. 정상은 9곳으로 전체의 32%에 그쳤다.

바이커연구원의 공실률 집계 방식은 가장 보수적적인 방식으로 알려져 있어, 다른 조사기관 발표보다 낮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앞서 지난해 영국 이코노믹스는 중국의 미분양 아파트가 3천만 가구, 분양은 됐으나 잔금 미지급으로 빈 아파트가 1억 가구로, 빈 집은 총 1억3천만 가구라고 추산한 바 있다.

허 전 부국장은 부동산 시장 비판 후 “이런 정황에서 부동산을 발전시키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라며 부동산 기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재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앙정부가 대출 규제 완화 등 강력한 부양책으로 돈을 풀어 급락한 수요를 끌어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중국이 부동산 시장 살리기에 나설 것인지는 주변국에도 큰 관심사다.

그러나 중국 내부에서는 주택 공급과잉 상황에서 경기 부양은 적합한 대책이 아니라는 반대 목소리도 있는데 허 전 부국장의 발언이 이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