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부 나누자”던 中 공동부유, 되레 빈부격차 확대

기업활동 위축…취약계층에 더 큰 피해
“시진핑 책사, 왕후닝의 실험적 정책”
공동부유를 내세운 시진핑 정권의 집권 3기가 출범했음에도 중국이 역대 최고 수준의 빈부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 정책 실패란 평가가 나온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작년 중국 도시 지역의 상위 20% 가구의 가계소득이 하위 20%에 비해 6.3배 많았다. 이는 관련 집계를 시작한 1985년 이후 가장 큰 격차다.
2015년 상위 20%와 하위 20% 가계의 소득 격차는 5.3배였는데, 지난 수년간 이 격차가 더 늘어났다.
빈부 격차의 심화는 가계의 소득 증가율에서도 드러났다. 작년 도시 지역 상위 20% 소득증가율은 전년 대비 4.5%였으나, 하위 20%는 그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3%였다. 소득이 높을수록 소득이 더 많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농촌 지역에서도 빈부 격차가 확대됐다. 작년 농촌 지역의 상위 20%와 하위 20% 가구의 가계소득 격차는 9.2배로 늘었다. 이는 4년 만에 최대 격차다.
외국과의 비교에서도 중국의 빈부 격차 확대는 두드러졌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자회사 크레디트 스위스에 따르면 중국은 소득 상위 1%가 중국 전체 가계자산의 31.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0.6% 상승한 수치다.
이는 조사 대상국 14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또한 나머지 13개국 중 11개국에서는 각국 전체 가계자산 중 상위 1%가 차지하는 비율이 오히려 하락했다.
빈부 격차가 확대된 결과를 두고 시진핑의 공동부유가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덜 부유한 사람들’을 달래기 위해 민간기업을 쥐어짜는 정책이 오히려 국가 전체의 경제성장을 저해해 취약계층에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지난 2021년 그동안 중국 사회에 누적된 빈부 격차를 줄이기 위해 부의 재분배를 실행하겠다며 공동부유를 내세웠다. 중국의 외진 시골 담장에도 공동부유라는 구호가 커다란 붉은색 글씨로 칠해졌다. 14억 중국이 또 한 번 ‘운동’에 돌입했다.
공동부유 정책의 필요성으로는 불균형 개발이 지목됐다. 지방정부들의 인프라 개발이 집중된 연안 지역은 땅값이 오르고 소득이 늘어 생활 수준이 높아졌지만, 개발에서 소외된 지역은 상대적 박탈감과 빈곤감을 느껴야 했다. 이런 밑바닥 민심은 정권에 위협이 됐다.

공동부유, 시진핑 책사 왕후닝의 정책실험
에포크타임스의 중국 문제 전문가 탕칭과 리닝은 공동부유가 시진핑의 책사인 왕후닝 중앙서기처 서기의 머리에서 나온 “실험적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에 적용하는 등 검증 절차 없이 정권 위기 무마 차원에서 꺼내든 공허한 이론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공동부유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공산주의 정권에서 빈부 격차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하면서 통치 정당성이 약화돼 시진핑에게 압력으로 작용하자, 책사인 왕후닝이 “안 될 줄 알면서도” 제시한 솔루션이다.
리닝은 “왕후닝은 그럴듯한 이론을 꾸며내는 재주가 탁월하다”며 “국제금융과 외국 기업의 경영 방식에 정통한 경제 관료들이 포진했던 리커창 총리 시절에는 왕후닝의 헛발질이 어느 정도 보완됐지만, 지금은 이를 제지할 살림꾼마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왕후닝은 장쩌민 전 주석, 후진타오 전 주석에 이어 시진핑까지 3대에 걸쳐 공산당 최고 지도자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나 변혁 없이 논리적 구성만으로 이론을 만들어내는 재주가 탁월해 권력자들의 총애를 받아왔다.
장쩌민 시절에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을 겉모양만 바꾼 ‘3개 대표론’ 토대를 마련해 장쩌민에게 제출했고, 장쩌민은 이를 자신의 통치이념으로 삼았다.
3개 대표론은 중국 공산당△선진사회 생산력(민영기업가) △선진문화 발전(지식인) △광대한 인민(노동자와 농민)의 근본이익을 대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통해 시장경제 체제로 이행한 상태에서 장쩌민의 3개 대표론은 실질적인 의미에 의문이 제기된다.
리닝은 “3개 대표론 핵심은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자본가를 껴안는 것”이라며 “장쩌민은 어떤 통치철학을 가진 지도자가 아니라 권력과 부에 대한 탐욕이 심한 인물로 그가 원하는 것은 권력을 이용해 부패를 저지르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왕후닝은 이를 간파하고 3개 대표론을 만들어 자본가를 공산당으로 더 깊게 끌어들일 명분을 제공했고 장쩌민은 이에 흡족해했다”며 “왕후닝은 이러한 처세술로 후진타오에 이어 시진핑 정권까지 중용됐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의 전체 방향성을 좌우하는 정책이 권력자의 숨은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의도에서 검증도 없이 실험적 수준에서 제안되고 그것이 채택돼 거대한 실패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공산당 체제는 한계점에 봉착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