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 의회 연구원이 중국에 포섭돼 스파이 활동을 한 혐의로 체포된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중국 당국의 정보 수집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이 가운데 11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공영 라디오 RFI가 중국 당국이 최근 몇 년간 사용한 다섯 가지 정보 수집 수법을 정리·발표했다. 다음은 RFI가 발표한 내용이다.
사이버 해킹
RFI에 따르면 서방 학자와 정보 당국자들은 중국 당국이 적국의 디지털 시스템을 해킹해 영업 기밀을 수집하는 데 능숙하다고 여러 번 경고했다.
미국은 지난 2022년 중국 당국이 미국 정부와 민간 기업에 “가장 광범위하고 적극적이며 지속적인 사이버 해킹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기타 동맹국도 앞서 2021년, 중국 당국이 고용한 ‘계약직 해커’들이 마이크로소프트 이메일의 취약점을 악용해 중국 당국의 국가 안보 요원이 민감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발표했다.
이뿐 아니라 중국 스파이가 미국 에너지부, 공익 기업체, 통신사와 대학을 해킹한 사례도 미국 정부 성명과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과학 기술 훔치기
중국 당국과 공식 관계를 맺은 기업은 중국 당국에 정보를 공유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FI는 “서방 국가는 항상 이 점을 우려해 왔다”고 전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2019년, 미국 기업의 영업 기밀을 훔치려고 음모를 꾸민 혐의로 중국 통신 기업 화웨이를 기소했다.
화웨이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워싱턴은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미국 민간 기업에 화웨이 시스템 구매를 금지하고,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고 강력히 요청했다.
RFI에 따르면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개발한 틱톡도 해킹 불안을 유발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로 서방 국가의 일부 정치인은 “데이터 보안을 위해 틱톡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해외 중국인을 공업·군사 스파이로 이용
RFI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또 해외 거주 중국인을 이용해 서방 국가의 정보를 수집하고 민감한 기술을 훔친다.
예를 들어, 중국 유학생 지차오췬(紀超群)은 올해 1월 중국 당국의 잠재적 포섭 대상자의 정보를 중국 당국에 넘긴 혐의로 미국에서 체포됐다. 그는 중국 장쑤성 국가보안국에 8명의 개인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장쑤성 국가보안국은 미국 영업 기밀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지차오췬의 상관이었던 쉬옌쥔(徐延軍) 전 장쑤성 국가안전부 부국장도 앞서 지난해 미국 법원에서 20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쉬옌쥔은 중국 당국이 지원하는 5년짜리 프로젝트의 리더였다. 해당 프로젝트의 목표는 세계 최고 항공기 엔진 제조업체로 꼽히는 GE 에비에이션(GE Aviation)과 프랑스 항공우주 기업 사프란그룹(Safran Group)의 영업 기밀을 훔치는 것이었다.
이뿐 아니라 2020년, 미국 ‘레이시온 미사일 앤드 디펜스(Raytheon Missile and Defense)’의 전기 엔지니어 쑨웨이(孫偉)가 미국 미사일 시스템과 관련된 민감한 정보를 담은 회사 노트북을 중국으로 반입한 사례도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계 미국 시민권자인 쑨웨이는 징역 3년 2개월형을 선고받았다.
외국 정치인 감시·포섭
중국 스파이가 영국·미국 정계 엘리트를 포섭한 사례도 여러 번 보도됐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의 일요판 선데이타임스(Sunday Times)는 지난 10일 “영국에서 체포된 중국 스파이는 집권 보수당 의원들과 접촉이 있을 뿐만 아니라 대(對)중 관계를 포함한 국제 정책 연구를 책임진 국회 연구원”이라고 전했다.
앞서 2020년 미국 뉴스 웹사이트 악시오스(Axios)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에 재학 중인 한 중국인 학생이 중국 스파이 조직의 도움을 받고 미국 정계 인사 여러 명과 접촉해 왔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팡팡(Fang Fang)이라 불리는 이 중국인 학생은 지난 2011~2015년 유망 정치 신인을 표적 삼아 선거 자금 모금과 인맥 개발을 돕고, 성관계를 맺는 등의 방식으로 이들에게 접근했다.
RFI에 따르면 중국 정보 요원은 ‘중국 공산당의 내막을 공유하겠다’ ‘중국 공산당 고위 관리를 접촉할 기회를 마련해주겠다’ 등의 말로 유혹해 서방 유명 인사에게 접근하기도 한다.
<스파이와 거짓말: 중국의 가장 큰 비밀 작전은 어떻게 세계를 속였는가(Spies and Lies: How China’s Greatest Covert Operations Fooled the World)>의 저자이자 호주 전략정책연구소(Australian Strategic Policy Institute) 연구원인 알렉스 조스케는 이를 두고 “중국은 서방 리더들을 기만하기 위해 이런 수법을 사용한다”고 했다. 다시 말해 서방 리더들이 ‘중국은 평화롭게 굴기할 것이며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착각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해외 비밀경찰서 운영
마지막으로 RFI는 중국 당국이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 커뮤니티와 언론 기관에 자신들의 대만 정책을 지지하고 홍콩·신장에서 발생한 인권 탄압에 침묵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정황을 언급했다.
RFI에 따르면 스페인 마드리드에 본부를 둔 인권 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지난해 9월, 중국 당국이 세계 각국에 54개에 달하는 비밀경찰서를 설립했다고 보고했다. 보고서는 중국 당국이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는 사람을 감시·통제하기 위해 이러한 비밀 조직을 운영한다고 지적했지만, 중국 당국은 이를 부인했다.
네덜란드는 지난해 11월 중국 당국에 네덜란드에 설치된 비밀경찰서 두 곳을 폐쇄하라고 요구했다. 한 달 뒤 체코도 수도 프라하에 있는 중국 비밀경찰서 두 곳의 운영이 중단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