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근본 목적은 習 ‘정치적 야망’ 실현” 하버드대 연구원

일대일로(一帶一路)는 전 세계 무역 교통망을 연결해 육상·해상 경제 벨트를 구축하려는 중국의 국가 프로젝트다. 지난 2013년 9월, 파키스탄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처음 제안했다.
‘신(新)실크로드 전략’으로 불리는 일대일로에 현재까지 100여 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신실크로드의 목적을 ‘경제 네트워크 구축’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근본 목적은 경제 이익이 아니라 시진핑의 ‘정치적 야망’을 실현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에이크 프리만(Eyck Freymann)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연구원은 지난 5일(현지시간) 프랑스라디오방송 RFI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분석하며 “중국이 전 세계에 수천억 달러의 장기 대출을 계속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며 “중국은 자신의 야망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프리만 연구원은 지난 2020년,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한 심층 조사에 근거해 서적 <일대일로, 중국의 힘이 세계와 만나다(one Belt, one Road, Chinese power meets the world)>를 출간했다.
그에 따르면 시진핑은 △중국 내 자신의 입지 강화 △해외에 진출한 중국 은행·기업 감시·통제 △전 세계에 중국의 영향력 강화 등을 위해 일대일로 사업을 제안했다.
프리만 연구원은 “시진핑은 중국의 금융 시스템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는 한편, 국제 무대에서 ‘위인(偉人)’ 위상을 확보하려는 정치적 목적으로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제안했다”며 “이 점에서 시진핑은 성공했다”고 판단했다.
일본, 이탈리아를 포함한 다수 국가는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동참했지만, 이들 국가는 중국과 인프라 구축이나 투자 항목을 함께 추진할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다. 중국은 일본에 항만을 건설하지도 않았다.
프리만 연구원은 “시진핑은 단지 일본, 이탈리아 전 총리가 면담에서 일대일로 프로젝트 구상을 칭찬해 주기를 원했을 뿐”이라며 “이 과정에서 시진핑은 국내에서 ‘위대한 외교가’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동시에 미국이나 기타 국가에 중국의 실력과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국 국민들에게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칭찬하는 것은 의미 없는 ‘빈말’일 뿐이지만, 중국 당국은 이를 우호 관계와 충성의 상징으로 인식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어 “중국은 지난 10년간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시행하며 대출받을 곳이 없는 많은 국가에 대출금을 제공했다”면서도 “남태평양, 중앙아시아,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 있는 수십 개의 국가는 중국이 제공한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 위기에 처했다”고 했다.
프리만 연구원은 지난 3년간 중국은 예고 없이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 확산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사실을 언급하며 “일대일로 프로젝트 계획 발표 당시, 시진핑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중국은 향후 수십 년간 강력한 경제 성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경제 관리, 미국의 대(對)중 정책 등으로 인해 중국의 경제 성장은 둔화됐으며 이러한 상황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배경에서 중국은 더 이상 전 세계에 수십억 달러의 장기 대출을 계속 제공할 수 없다”며 “야망을 재검토 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은 지난 2020년부터 중국 당국의 야망을 억제하기 위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강력히 반대해 왔다. 유럽연합(EU)도 대(對)중국 투자에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고, 다수 중부 유럽 국가들은 일대일로를 탈퇴했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새로운 해외 군사 기지를 확보하지 못했다.
프리만 연구원은 “이런 관점에서 보면 미국의 전략은 성공적”이라면서도 “다수 일대일로 참여국은 미국의 이러한 조처에도 불구하고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선 미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거론할 때, 중국의 파트너 국가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들 국가의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소속된 국가와 정당의 이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그들은 중국과의 협력관계가 자신과 자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에 동의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리만 연구원은 “코로나19 팬데믹, 중국 대출 지연, 미·중 경쟁 등으로 인해 각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한 흥미가 다소 떨어졌다”면서도 “중국은 러시아, 중앙아시아 각국, 파키스탄, 이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국과의 협력관계를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10년간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다수 국가는 중국과 관계를 끊고 싶어 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더 가까워지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프리만 연구원은 “이들 국가의 이익을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문제의 핵심을 파악할 수 없다”고 했다.
프리만 연구원은 또 “미·중 갈등은 양국 관계의 분열을 가속하는 동시에 중국이 ‘핵심 국가’로 부상하도록 했다”며 “150개 국가가 아니라 10~20여 개 국가가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를 계기로 긴밀히 연결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과 동맹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계기로 러시아, 파키스탄, 이란, 북한이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전체주의국가 축에 합류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