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환경에서 자라길” 제주에 9세 아들 버린 중국인 체포

강우찬
2023년 09월 08일 오후 6:16 업데이트: 2023년 09월 08일 오후 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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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에 아들 유기 목적으로 동반 입국” 진술
“체류기간에 한국인들 친절하게 대해줘서 감사”

제주에 입국해 노숙 생활을 이어가다 어린 아들을 버려두고 사라진 중국인이 검거돼 재판에 넘겨졌다.

8일 제주지검은 30대 중국인 A씨를 아동 유기 및 방임에 따른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A씨는 지난달 25일 제주 서귀포시의 한 공원에 잠든 아들 B군(9)을 내버려 두고 사라진 혐의를 받고 있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A씨가 사라진 후 잠에서 깬 B군이 울면서 아빠를 찾는 것을 서귀포시 관계자가 목격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주변 CCTV 분석 등을 통해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서귀포시에서 A씨를 긴급 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달 14일 관광 목적으로 아들과 함께 제주에 무사증으로 입국해 3박 4일간 숙박업소에서 지내다가 경비가 떨어지자 같은 달 17일부터 8일가량 노숙을 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범행 당시 아들 옆에 짐가방과 편지를 놔둔 것으로 파악됐다.

이 편지에서는 영문으로 “나의 신체적 이유와 생활고로 인해 아이를 키울 형편이 되지 않는다. 삶을 유지하기가 어려운데 아이를 낳은 것은 나의 잘못이다”라며 “아이가 노숙 생활을 함께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한국 기관이나 개인 가정에 입양돼 좋은 교육을 받고 자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A씨는 “한국에서 열흘 이상 지냈는데, 짧은 기간이었지만 아이에게 사탕과 음식을 주는 등 한국인들에게 친절함과 존경심을 느꼈다. 최근 며칠간 저와 아이는 많은 사랑을 느꼈다”며 한글로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 편지 말미에 작성 일자와 함께 ‘실패한 아빠가’라고 써놓기도 했다.

A씨가 아들을 공원에 두고 가며 곁에 남긴 편지. | 제주경찰청 제공

A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아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자라게 하고 싶어서 아들을 한국에 유기할 목적으로 제주에 도착했다고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아들을 유기하기 전에 지역 복지기관 등을 찾아다니며 아이를 맡길 방법을 알아보고 다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B군은 제주의 한 아동보호시설에서 일시 보호를 받다가 중국에 있는 친척에게 인계돼 지난 7일 출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