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층 차량, 편도 2차선 홀로 2개 차선 차지
흰색 테슬라, 여러 차례 시도 끝 추월…경찰에 붙잡혀
편도 2차선 한가운데에서 2개 차선을 차지하고 달린 고위층 차량을 앞지른 테슬라 차량 운전자가 교통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2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한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일이다. 당 간부의 심기를 건드려 경찰에 딱지를 떼인 것 아니냐며 고압적인 중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 사건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간)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한 고속도로에서 촬영된 영상이 올라왔다. 1분 30초 분량의 이 영상은 흰색 테슬라 차량 뒤에서 달리던 차량의 블랙박스에 촬영된 것이다.
영상을 보면, 블랙박스 차량 앞쪽에서 달리던 흰색 테슬라 차량이 공산당 간부가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 행렬을 하나씩 추월해 모두 앞지른 후 속도를 올려 멀어지는 과정이 담겼다.
하지만 이 차량은 얼마 가지 못해 경찰에 붙잡혔다. 영상 맨 앞을 보면, 고가도로 진입로 지점에서 도로변에 멈춘 채 경찰의 지시를 받은 흰색 테슬라 차량이 보인다. 앞서 당 간부 차량 행렬을 앞지른 차량과 동일한 번호판을 달고 있다.
이 차량이 과속이나 신호 위반 등 교통법규를 위반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주변 여건상 법규 위반보다는 간부 차량을 추월했기 때문이라는 게 영상을 본 중국 네티즌들의 중론이다.
추월당한 차량들이 간부 차량 행렬이라는 점은 크게 두 가지 근거로 추측된다. 하나는 행렬 선두 쪽에 달리던 승합차 조수석 문 옆에 붙은 ‘공무(公務)’ 표지다. 또한 이 차량의 번호판은 업무용을 나타내는 노란색이었다.
다른 하나는 행렬 뒤쪽에 달리던 고급 승용차의 차종과 주행 행태다. 이 차량은 중국 자국산 자동차 중 최고급 차종인 중국 대형차 ‘훙치(紅旗·붉은 깃발)’였다.
훙치는 중국 디이(第一·제일)자동차의 자회사로 중국 최고가 브랜드다. H9 모델은 롤스로이스 수석 디자이너 출신을 영입해 디자인해 ‘중국판 롤스로이스’로 불린다.
특히 자막에 따르면, 이 훙치 차량은 편도 2차선인 도로에서 한가운데를 달리며 상당한 거리를 2개 차선을 독차지한 채 주행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다면 흰색 테슬라 운전자의 추월주행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결국 무개념 주행을 하던 당 간부 차량에 ‘실력’을 보여준 테슬라 차량이 교통경찰에 붙잡히면서 그의 협객행은 권력 앞에 다시 뒤집히고 말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영상과 관련해 항저우 일대에 보안 강화 조치가 내려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오는 23일 제19회 항저우 아시안 게임을 앞둔 상황에서 일부 도로에서 테슬라 차량 진입을 막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대회는 당초 2022년 예정됐으나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올해로 연기됐다.
중국 당국은 테슬라의 영상기록을 문제 삼아 여러 차례 운행에 제약을 가한 전례가 있다. 테슬라는 모든 차량에 360도 시야를 제공하기 위한 8개의 카메라, 레이더, 센서를 장착해 영상을 포함한 주변 데이터를 수집한다.
지난 2021년 3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은 테슬라의 데이터 수집이 국가안보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자국 군인과 국영기업 직원의 테슬라 차량 이용을 제한하고, 테슬라 차량을 이용한 군시설 출입을 금지했다.
그러나 일반 고속도로에서는 영상기록이 문제 될 만큼 민감한 시설이 없는 데다 대회 시작까지 2주 이상 남았다는 점에서 테슬라 금지령이 내려진 것이 항저우 아시안 게임과 관련이 있다는 추측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반응이 다수다.
테슬라 차량은 지금까지 군시설 외에도 중국 공산당 주요 회의 개최 지역,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가 시찰하는 지역 등지에서 차량 진입이 금지돼 왔다. 그때마다 당국은 차량에 탑재된 카메라를 놓고 보안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테슬라는 “중국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했으며 중국 시장에 판매한 차량으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는 중국 내에 저장된다”며 정보 유출 가능성을 부인했다.
한편, 아래는 중국 소셜미디어에 게재된 해당 영상을 외국인도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미국에 기반을 둔 글로벌 영상 공유 플랫폼인 ‘간징월드’에 다시 올린 영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