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가 연말까지 48억 원을 들여 만든다는 ‘정율성 역사공원’ 논란이 이제는 여야 간의 정쟁이 됐다.
정율성 역사공원은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가 ‘정율성 테마’로 벌인 다양한 사업 가운데 하나다. 수십억 예산이 투입된 다른 사업들을 정리해봤다.
정율성 역사공원은 광주광역시 동구 불로동에 조성한다. 공원 면적은 878㎡이다. 여기에는 정율성 광장, 정자, 교양·관리 시설 등이 들어선다.
앞서 광주광역시는 남구 율림동에 2009년 ‘정율성 거리 전시관’을 조성했다. 당시 예산 1억 원을 들여 240m 길이의 거리 벽면에 정율성의 일대기를 그린 사진, 그림, 영화 장면 등을 전시하고 있다. 시작점에는 남광주청년회의소가 기증한 정율성 흉상도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웹진에 따르면 현재 전시물은 2019년 수해복구 자금을 지원받아 정비·보수한 것이라고 한다.
광주광역시, 정율성 거리 만들고 전시관 조성
거액이 들어간 사업은 아니지만 지명을 바꾼 일도 있다. 광주 남구 양림동 일대 도로명 주소에는 ‘정율성로’가 있다. 정율성의 생가 일대다.
정율성로에서 조금 떨어진 동구 불로동에 있는 한 호텔에도 정율성 기념 시설이 있다. 호텔 주차장 안쪽에 ‘정율성 선생 생가 복원 추진위원회’가 2006년 9월에 세웠다는 ‘음악가 정율성 선생 탄생지’라는 비석이 서 있다.
‘월간조선’ 2022년 8월호에 따르면 2006년부터 열고 있는 ‘정율성 국제음악제’와 ‘정율성 음악축제’는 광주광역시 산하 광주문화재단이 지원하고 있다.
광주문화재단은 ‘정율성 국제음악제’에 2017~2022년까지 총 19억 5250만 원을 지원했다.
‘정율성 음악축제’는 매년 3~12월 사이 열린다. 행사는 중국 도시 방문 정율성 음악 축제, 광주성악콩쿠르, 정율성 유적지와 광주 남구 양림동 생가터, 광주 주요 축제 현장에 찾아가 정율성 작품을 연주하는 ‘찾아가는 음악회’로 구성돼 있다.
‘찾아가는 음악회’는 정율성 음악 연주뿐만 아니라 사진 전시회, 학술 세미나도 병행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정율성 음악축제’가 김영삼 정부 때 시작됐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1996년 2회가 열렸다가 중단됐으며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재개됐다.
‘월간조선’ 2012년 7월호에 따르면 광주광역시는 이 축제에 연평균 4억 6000만 원을 지원했고 ‘뉴데일리’는 지난해에 2억 8400만 원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이 밖에 ‘정율성 역사공원’ 논란 이후 현재 비공개로 진행 중인 광주성악콩쿠르는 시로부터 6600만 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대 공자학원과 ‘정율성 동요경연대회’ 공동 개최
2014년부터 광주 MBC 주관으로 열리는 ‘정율성 동요경연대회’에도 광주광역시 돈이 들어간다. 이 동요대회는 1회 때 호남대 공자학원과 공동 개최했다.
‘월간조선’이 인용한 광주광역시 남구 자료에 따르면 2016~2022년 사이 ‘정율성 동요경연대회’ 홍보 방송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광주 MBC에 1억 2000만 원을 지불했다.
지난해 ‘정율성 동요경연대회’에서는 중국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인민해방군 열병식 영상을 보여주고, 한 성악가가 나와 중국 공산당이 혁명가로 떠받드는 ‘연안송’을 부르기도 했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참가팀 가운데에는 중국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노래를 부른 팀도 있었다고 한다.
전남 화순군도 ‘정율성’ 내세워 여러 사업 시행
광주광역시는 정율성 기념사업이 중국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관련 예산도 1억 원 가까이 집행했다.
2007년 ‘정율성 국제음악제 및 선양·후난성 노선 연계 상품 개발을 위한 관광설명회에 4800만 원, 2008년 ’정율성 국제음악제 관광설명회 및 신규 상품 판매 촉진을 위한 설명회에 3580만 원, 2009년 ‘정율성 국제음악제 중국 공연 연계 광주 관광 상품 설명회’에 2127만 원을 썼다.
또 2013년에는 또 ‘온리 광주 도심권 관광 기반 구축을 위한 정율성 스토리텔링 개발 계획’ 명목으로 한 시민단체에 2700만 원짜리 용역을 줬다.
2017년에는 정율성 거리 홍보영상 모니터 보수 및 거리 복구 사업에 7400만 원을 썼다.
전라남도 화순군도 정율성을 내세워 10억대의 돈을 썼다. 정율성이 1917~1923년 화순군 능주면에서 거주했다는 주장을 앞세워 능주초등학교와 정율성의 집터에서 사업을 벌였다.
전남 화순군 능주면 관영리에 있는 ‘정율성 고향집’은 군청이 12억 원을 들여 당시의 집처럼 꾸미고 주차장과 진입로를 조성했다.
정율성이 다녔다는 능주초등학교에는 본관 우측 벽면에 가로 10m, 세로 11m 크기의 정율성 모자이크가 있고, 정율성 흉상과 함께 조형물까지 만들어 놓았다. 여기에 들어간 비용이 얼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화순군은 2015년 9월에는 전남도교육청과 함께 능주초등학교 안에 ‘정율성 기념교실’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