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정율성 공원 철회 요구…“왜 공산당 나팔수를 기념하나”

2023년 08월 23일 오후 5:31

보훈 장관 “정율성, 北·中에 헌신한 영웅”
광주 시장 “음악가로서 업적…역사 문화 자원”

광주광역시가 올해 말까지 ‘정율성 기념 공원’ 조성을 완료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박 장관은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48억 원을 누구에게 바친단 말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자유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앞장섰던 사람을 우리 국민 세금으로 기념하려는 광주시의 계획은 전면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광주시는 2020년 5월 동구 불로동 일대에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 연말까지 총 48억 원을 들여 공원 조성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미 광주에는 ‘정율성로’도 있고 ‘정율성 생가’도 보존돼 있다. 지난 2009년에는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로(路)에 정율성 흉상도 조성됐다.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로(路)에 광주 출신의 중국 혁명 음악가 정율성 흉상이 조성됐다. 사진은 2009년 7월 15일 열린 제막식 | 연합뉴스

박 장관은 “정율성이 독립유공자인가?”라고 반문한 뒤 “(정율성은) 북한 정부 수립에 기여하고 조선인민군 행진가를 만들어 6·25 전쟁 남침의 나팔을 불었던 사람, 조국의 산천과 부모형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눈 공산군 응원 대장이었던 사람이기에 그는 당연히 독립유공자로 인정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영웅’ 또는 ‘북한 영웅’인 그 사람을 위한 기념 공원이라니, 북한의 애국열사능이라도 만들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박 장관은 1948년 2월 북한의 인민 경제계획을 성실히 수행했다는 이유로 김일성이 정율성에게 준 상장 사진도 게재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22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 광주시의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계획을 비판하며 1948년 정율성이 김일성한테 받은 상장 사진을 올렸다. | 페이스북 캡처

그는 “김일성도 항일운동을 했으니 기념 공원을 짓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그렇게도 기념할 인물이 없는가”라고 했다.

박 장관은 정율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그는 대한민국을 위해 일제와 싸운 것이 아니다.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하고 현재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인 ‘팔로군 행진곡'(현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을 작곡한 장본인이다. 해방 후 북한으로 귀국해 조선인민군 구락 부장을 지냈으며, 인민군 협주단을 창단해 단장이 됐다. 그가 작곡한 조선인민군 행진가는 6·25 전쟁 내내 북한군의 사기를 북돋웠다.”

박 장관은 “민족의 비극 6·25 전쟁이 발발하자 전쟁 위문공연단을 조직해 중공군을 위로한 사람”이라며 “이에 그치지 않고 아예 민족을 저버리고 중국으로 귀화해 중국 공산당을 위한 작품을 쓰며 중국인으로 생애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강기정 광주 시장은 “뛰어난 음악가로서의 그의 업적 덕분에 광주에는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찾아온다”며 맞섰다.

강 시장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광주의 눈에 그는 뛰어난 음악가이고, 그의 삶은 시대적 아픔”이라며 “광주는 정율성 선생을 광주의 역사 문화자원으로 발굴하고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정율성의 고향 광주에서는 그를 기념하는 음악제를 열고 한중 합작 영화 제작까지 추진되는 등 항일운동가로 추앙하고 있다. 이처럼 정율성의 삶을 두고 항일 독립운동가라는 평가와 평생을 북한·중국을 위해 헌신한 공산주의자라는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에포크타임스는 지난 2021년 정율성의 행적과 논란을 5회에 걸쳐 상세히 다룬 바 있다.

강 시장의 반발에 박 장관은 23일 페이스북에 재차 반박 글을 올렸다.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라고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박 장관은 돈이 되는 일이라도 국가 정체성은 양보할 수 없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호남에 정말 기념할 인물이 없습니까”라고 시작해 “서재필 박사 등 호남 출신 독립유공자가 무려 2600명이 넘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 영웅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광주시는 이 많은 분을 두고 왜 하필 정율성 같은 공산당 나팔수의 기념 공원을 짓겠다는 거냐”며 “그게 역사를 기억하는 광주의 방식이냐”라고 직격했다.

덧붙여 “그가 만든 군가를 부르며 몰려왔던 적에게 죽임을 당한 수많은 이들의 피가 아직 식지 않은 대한민국”이라며 “정 그렇게 기념하고 싶으시면, 민간 모금을 하든, 민간투자를 받든 국민의 혈세는 손대지 마시기를 바란다”고 일갈했다.

한편,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철회를 요구한 시민도 있다. 연평도 포격전 당시 전사한 고(故) 서정우 하사의 어머니인 김오복 여사가 강 시장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강 시장에게 카카오톡으로 “호국 유공자는 무관심하면서 북한·중국 공산 세력을 도운 인물을 기념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며 “보훈 가족에게 피눈물 나게 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사업”이라며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강 시장은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이라 중단하기 어려운 점을 이해해달라”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