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걸린 후 ‘머리 멍’?…집중력 등 인지기능 저하 수년간 지속

셰라미 차이(Sheramy Tsai)
2023년 08월 23일 오후 2:46 업데이트: 2024년 02월 03일 오후 10:11
TextSize
Print

최근 들어 머리가 아프고 단어를 자꾸 잊는다면, 또 방에 들어온 이유 등 사소한 것을 까먹는다면 이는 코로나19의 장기적인 증상일 수 있다.

최근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연구팀은 코로나19 후유증을 최소 3개월 이상 겪은 사람들의 뇌가 10년 더 노화한 정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인지기능 저하를 보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세계적 의학 저널 랜짓의 자매지 ‘e클리니컬메디신’에 지난달 21일(현지 시간) 게재됐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클레어 스티브스 킹스칼리지런던 교수는 “(코로나19) 첫 감염 후 2년이 지난 뒤에도 환자 중 일부는 완전히 회복됐다고 느끼지 못했으며 바이러스의 장기적인 영향을 계속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연구는 2021년 7월부터 2022년 6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영국 코로나19 증상 연구 바이오뱅크에 속한 개인 333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에 걸렸던 참가자들과 걸린 적 없는 참가자들 두 그룹은 모두 12가지 과제를 통해 평가를 받았다. 업무 수행 능력, 주의력, 추론 능력, 처리 속도 및 운동 제어와 같은 인지능력을 측정하는 과제였다.

바이러스가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바이러스 감염 후 증상이 지속되는 기간에 대해서도 함께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코로나에 걸렸던 사람들의 인지능력이 걸리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후유증 등 코로나19 증상을 12주 이상 경험한 참가자들에게서 두드러지는 인지기능 결손이 나타났다. 이들은 약 10년간의 노화 또는 질병으로 입원했을 때 겪는 결손과 비슷한 수준의 인지 저하를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러한 결손은 바이러스 감염 후 거의 2년이 지난 후에도 지속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인지기능에 장기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다.

스티브스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거나 교육을 적게 받았을 때 발생하는 인지 저하보다는 낮은 수준”이라면서도 “코로나19가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가시적이며 일상생활에서 눈에 띄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질병과 회복에 대한 자각

나아가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회복에 대한 사람들의 자각이 실제 진행 중인 증상과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새롭게 조명했다. 연구 참가자들은 “마지막으로 코로나19에 걸렸을 때를 떠올린다면 지금은 회복돼 정상으로 돌아갔는가?”라는 질문에 답변했다. 연구팀은 답변을 기준으로 참가자 그룹을 나눴다.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대답한 참가자들은 인지기능 결손을 보이지 않았다. 이때는 12주 이상의 장기 증상을 경험한 참가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말해 장기 증상을 겪었어도 현재는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답한 이들은 후유증이 사라지면서 다행히 인지능력도 회복됐다.

반면 “아직 증상이 일부 또는 전부 남아있다”고 응답한 참가자들은 인지기능 장애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심리적 고통과 피로가 이러한 인지기능 결손을 부분적으로 매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코로나19 회복에 대한 자각 증상은 증상 지속 기간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었다.

다만 연구 결과의 해석에 있어서는 여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코로나19 장기 환자를 주로 담당하는 아르멘 니코고시안 의사는 에포크타임스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장기간 고통받는 환자들은 기존 의학에서 소외된다”며 “의료진이 확인하지 못한 증상을 계속 보일 확률이 매우 높다”고 했다.

이렇듯 코로나19 증상과 회복, 자각 사이의 관계는 다면적으로 나타난다. 이번 연구는 이들 관계의 복잡성을 조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인지기능 저하

코로나19 이후 찾아오는 ‘브레인 포그’로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

브레인 포그란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머리가 맑지 않고 멍한 느낌이 지속되는 상태다. 집중력 감소, 기억력 저하, 피로감, 우울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정신과 의사인 캐서린 판넬 박사는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브레인 포그를 직접 경험했다.

판넬 박사는 미국의사협회 ‘의사들이 환자들이 알았으면 하는 것들’에서 “무슨 말을 하려고 할 때마다 단어를 찾을 수 없어 정말 좌절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호흡기 치료사도 앞서 지난 2021년 1월 경미한 코로나19 증상을 겪은 뒤 1년이 지나 피로감과 건망증, 운전 중 길 잃기 등의 증상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이 치료사는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경미한 인지기능 저하 진단을 받았다.

인내심을 갖고 인지 훈련을 반복하는 한편 식단과 운동 등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기른 끝에 조금씩 호전됐으나, 여전히 완벽하게 회복되지는 않았다고 해당 치료사는 전했다.

판넬 박사는 많은 환자가 자신의 상태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스스로를 불신하게 되므로 브레인 포그 그 자체보다 이로 인한 좌절감이 훨씬 더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정신과 의사로서 우울과 불안을 겪는 환자들을 많이 보아온 판넬 박사는 “그러나 많은 사람은 코로나19로 인한 장기 증상인 브레인 포그가 존재한다고 믿지 않는다”며 “환자들은 자신들이 실제로 경험하는 증상을 증명할 수 있는 (기존) 연구가 없기 때문에 좌절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지난 2022년 알츠하이머 학회 학술지 ‘알츠하이머병과 치매’에 발표된 메타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에서 회복한 성인은 감염 후 최장 7개월까지 실행 기능, 주의력, 기억력에서 눈에 띄는 결손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총 2049명을 대상으로 한 해당 메타분석에서는 또한 이전에 인지 장애를 앓은 적 없는 사람들의 인지 점수가 코로나19 이후 현저하게 감소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이에 더해 니코고시안 의사는 “인지기능 저하의 기저에는 개인마다 생체 독소를 다르게 처리하는 것과 관련된 질병인 만성염증반응질환이 존재한다”고 했다.

만성염증반응질환이 있는 신체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브레인 포그 증상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니코고시안 의사에 따르면 장기 코로나19(롱코비드)를 치료하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질병의 다면적인 특성을 반영하고 근본적인 건강 문제를 주의 깊게 고려하면서 치료해 나가야 한다.

인지기능 저하, 바이러스 때문인가 백신 때문인가?

그렇다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지기능 저하와 관련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코로나19 백신이 인지기능 저하와 관련이 있는 것인가. 여러 사례 연구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인지기능이 저하된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에 의학계에서는 인지기능 저하가 코로나19 바이러스뿐만이 아니라 백신의 영향도 받는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논쟁이 벌어졌다.

백신 접종 상태에 따라 연구 결과를 정리한 1차 연구팀은 에포크타임스에 “일반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의 영향은 단기적인 증상에 그쳤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우리는 코로나19 백신이 되레 롱코비드 증상을 개선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또 다른 대규모 연구 결과를 확보했다. 이는 백신이 전반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니코고시안 의사는 “스파이크 단백질은 백신과 바이러스 모두에서 유사하게 작동하며, 백신과 바이러스 모두 잠재적으로 인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백신 양 측면에서 인지기능이 받는 영향을 이해하는 게 그만큼 복잡하다는 얘기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백신 모두 아직 의학계에서 명확히 탐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의 한계

이번 영국 연구팀의 연구는 통찰력을 제공하지만 분명 한계도 지니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 전 인지 평가와 같이 연구에 중요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채 진행됐으며,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후의 인지 재활 정보도 누락됐다.

연구에 사용된 인지 과제 또한 완전하지 않았다. 신경심리 검사를 통해 더욱더 구체적으로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있었으나 해당 연구의 규모상 심층 분석이 불가능했다.

니코고시안 의사는 “이번 연구는 코로나19와 인지기능의 상관성에 대한 훌륭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하지만 가장 큰 한계는 자발적인 전향적 증상 기록에 의존했다는 점이다. 이는 매우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며 과학적 추가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음 단계 탐색

코로나19의 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이해가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는 위에 언급된 정보들을 토대로 코로나19 치료 및 재활을 진행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미국 보건복지부는 1차 진료 담당 의료진이 인지기능 장애를 포함한 롱코비드의 정신건강 증상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새로 발표된 지침은 코로나19 환자의 최소 10%가 롱코비드 증상을 경험하며 이러한 증상은 재발과 회복의 패턴으로 악화하고 지속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데 따른 것이다.

레이첼 레빈 미 보건부 차관보는 “우리는 롱코비드 환자들이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롱코비드를 치료할 의료진도 이를 어떻게 치료할지에 대한 도움이 필요하다”며 이번 지침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 연방정부는 롱코비드를 장애로 공식 인정하고 있다. 미국 현행법은 한 가지 이상의 주요 생활 활동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경우 장애로 인정한다.

바꿔 말하자면 이렇다. “기억력 감퇴와 브레인 포그를 경험하는 롱코비드 환자는 뇌 기능, 집중력 및 사고력에 상당한 제한을 받는다.”

이에 스티브스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코로나19 이후 브레인 포그를 호소하는 사람들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셰라미 차이는 10년의 집필 경력을 지닌 작가이자 간호사다. 미들버리대학과 존스홉킨스대학교를 졸업했으며, 간호 전문 지식을 통해 건강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