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소련 전철 밟을까?…경제 기반 흔들리고 있다” 英 경제 전문가

정향매
2023년 08월 22일 오전 11:14 업데이트: 2023년 08월 22일 오전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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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0일(현지 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중국의 40년 호황은 끝났다”고 단언했다.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라는 질문도 제기했다. 이와 관련 래리 엘리엇 영국 ‘가디언’ 경제 편집장은 이날 발표한 해설기사에서 “중국은 너무 커서 옛 소련처럼 갑자기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기반은 흔들리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 40년 동안 엄청난 속도로 성장한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대국이다. 세계 경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첨단 제조업과 AI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성장은 둔화하고 있고 부동산 거품은 완전히 꺼졌으며 실업률은 증가하고 있다. 

엘리엇 편집장은 “중국 경제 위기를 두고 ‘모든 국가가 과거의 과잉 생산에 발목 잡혀 한동안 어려운 시기를 겪지만 결국 경제 순환은 바뀌고 다시 회복한다’며 ‘중국 경제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극복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회복하지 못하는 국가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옛 소련의 사례를 들었다. 계획 경제를 시행했던 옛 소련은 1980년대 말 급격히 붕괴했다. 엘리엇 편집장은 “돌이켜보면 왜 붕괴될 수밖에 없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당시 크렘린궁이 동유럽 전역에 SS-20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배치할 때만 해도 옛 소련이 경제 위기로 인해 붕괴하리라 예견한 사람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한 주 동안 발생한 통화 약세, 물가 하락, 주거용 주택 부문에서 드러난 금융 압력은 모두 중국이 겪고 있는 심층 경제 문제의 징후다. 집권당인 중국 공산당은 엄격한 정치 통제를 완화하고 경제 구조를 변경해야 한다. 그러나 ‘강인한 지도자’를 자처하는 시진핑은 자유 민주주의에 양보할 생각이 없어 보이며 중국은 조만간 소련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견해도 제기됐다. 

엘리엇 편집장은 “이러한 예측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그는 “중국은 옛 소련 마지막 서기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정치를 개방하지 않고 경제 모델을 재편한 경험에서 교훈을 얻었다. 지금까지 중국은 경제 성장을 우선시함으로써 실질적인 이점을 얻었다”고 했다. 

엘리엇 편집장은 BCA 리서치의 다발 조시 유럽 수석 전략가를 인용해 “지난 10년간 전 세계 경제 성장에 대한 중국의 기여도는 41%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 기여도(22%)의 약 두 배에 달하며 유럽(9%)보다 훨씬 큰 수치”라며 “옛 소련은 중국보다 경제 규모가 훨씬 작았고 글로벌 공급망 편입 수준도 낮았지만 중국은 세계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지난 10년간 세계 경제의 실질 성장률 2.6% 중 1.1%는 중국이 창출했다. 반면 미국, 유럽의 기여는 각각 0.6%, 0.2%에 불과했다. 이는 중국 경제가 연간 8~9% 정도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제 중국 경제 성장률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세계 경제 성장에 대한 중국의 기여도가 절반(약 0.5%포인트) 수준으로 줄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앞으로 중국의 성장률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10년 후, 중국 경제는 미국과 비슷한 수준인 약 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엘리엇 편집장은 이에 대해 “중국의 목표는 느리지만 더 균형 잡히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것”이라며 “정책 입안자들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금리를 인하하고 국가 지출을 늘리며 과도하게 확장된 부동산 부문을 구제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아담 포센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소장을 인용해 “중국 정책 입안자는 ‘모든 것이 계속 잘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중국 경제는 코로나19 발생 전부터 둔화 조짐을 보였다. 팬데믹 봉쇄 해제에 따른 강력한 회복에 대한 기대가 물거품이 된 것만은 아니다”라고 했다. 

아담 소장은 앞서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 기고문에서 “중국은 2010년 중반부터 경제 장기 침체를 겪어 왔다”고 밝혔다. 2015년 이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은행 예금 비율은 50% 포인트 증가했다. 민간 부문의 내구재 소비는 2015년 초에 비해 약 3분의 1 감소했고 경제 재개 이후에도 억눌린 수요 분출로 증가하기는커녕 계속 감소하고 있다. 민간 투자는 2015년 1분기 이후 3분의 2 감소했고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에는 25% 감소했다.

포센 소장은 “이러한 추세는 사람들의 장기 경제적 결정을 반영한다. 중국인과 기업은 자산에 대한 접근성을 잃을까 봐 점점 두려워하며 투자보다 단기 유동성을 우선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두려움은 중국 당국의 엄격한 봉쇄로 인해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엘리엇 편집장도 포센 소장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중국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40년간의 급속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간 소득 국가에 불과했다. 성장률은 종종 공공 투자와 기업 보조금으로 인해 부풀려졌다”고 지적했다. 

엘리엇 편집장은 “그러나 전 세계를 살펴보면 ‘권위주의 정권은 성장이 둔화하거나 인플레이션이 악화할 때도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중국은 급격하게 변화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바뀔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감사해야 한다. 소련이 갑작스레 붕괴했을 때는 전 세계적인 호황으로 이어졌지만, 중국이 갑작스레 붕괴하면 글로벌 경기 침체를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