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 온라인 세미나
NSA 연구원 “美 대학 침투해 영향력 확대” 경고
파룬따파인포센터 “캠퍼스에서 종교자유 침해”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 확대와 관련해 사용되는 용어 중 하나가 ‘인지전(Cognitive Warfare)’이다.
인지전은 적국의 지도부, 국민에게 잘못된 정보를 인지시켜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해 승리하려는 형태의 전쟁을 가리킨다.
가짜 뉴스를 퍼뜨려 국론을 분열시키고 군대의 사기를 깎아내리거나, 핵무장을 통해 언제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것도 인지전에 포함된다.
학술계에 적용하면, 학술연구를 왜곡해 적국 정부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자국에 유리한 정책을 수립하게 하거나 불리한 정책을 수립하지 못하게 하는 것 역시 인지전의 영역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공자학원’, ‘중국 학생회’ 등 소위 ‘민간 기구·조직’과 접점이 발생한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가 개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전미학자연합회(NAS)의 외교·안보 분야 선임연구원 이안 옥스네바드는 “중국의 (미국) 캠퍼스 침투는 중국, 특히 공산당에 대한 외부의 시각을 재정립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전미학자연합회는 미국 교수·학자 단체로 학문의 자유와 우수성 함양을 활동 취지로 삼고 있다.
옥스네바드 연구원은 또한 “이러한 캠퍼스 침투는 미국의 기초 연구에 더욱 폭넓게 참여해 군사 및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다”며 “그러한 (인지전) 작전의 핵심 거점이 공자학원”이라고 지적했다.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가 세계 각지에 설립한 중국어 교육 및 중국 사상 ·문화 홍보 기관이다. 2004년 한국 강남에 세계 최초로 해외지점을 낸 이후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2020년 중반까지 세계 162개국 545곳으로 확대됐다.
이후 중국 공산당의 체제 선전 및 스파이 거점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각국에서 퇴출당하기 시작했고, 미국에서는 한때 100여 개였으나 관계당국과 의원들의 노력으로 현재 12개로 축소됐다. 하지만 다른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옥스네바드 연구원은 “공자학원은 정부기구에서 관리하며 그 운영진 역시 정부가 임명한다”며 “공자학원 퇴출 운동이 일면서 여러 곳이 문을 닫았지만 실제로는 이름을 바꾸거나 비정규적인 형태로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자학원은 일종의 껍데기에 지나지 않으며 중요한 것은 학술기관을 겨냥한 다양한 형태의 침투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의회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2018년 8월24일 발표한 ‘중국해외통일전선 보고서’에서 “미국 교육 및 학술기관을 이용해 영향력을 끼치고 침투한다”며 공자학원을 중국 공산당의 통일전선 공작조직으로 분류했다(보고서 링크[영문]).
2020년 8월13일 미국 국무부는 공자학원을 ‘외국정부대행기관’으로 지정해 활동 내역 등을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공자학원과 공자학당은 미국 대학, 초·중·고등학교에서 중국 공산당을 선전하고 악의적인 영향력 행사하는 단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러한 공자학원은 각국의 중국 대사관과 영사관의 지시 혹은 협력하에 현지 교육기관에 침투하고 개입하며 중국 관련 정책과 여론을 조작하는 수단이다.
중국 대사관이 관리하는 교육계 침투 조직은 또 있다. 중국인 유학생 및 중국계 학자·연구원 조직이다. 미국의 경우 중국계를 뛰어넘는 영향력을 지닌 ‘중국학생학자연합회(CSSA)’가 대표적이다.
이 연합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해외 중국인(유학생)의 현지 적응과 학업, 취업과 직장생활 등을 돕고 중국계와 다른 지역사회를 연계하며 중국 문화를 전파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국무부는 2020년 9월 공개한 문서에서 이 단체를 “(미국) 캠퍼스 안의 중국 공산당”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인 학생들의 해외 유학을 장려하지만 그들을 통제하는 조직”이라며 학생들을 감시하고 중국 공산당과 다른 견해를 갖는 것을 저지한다”고 밝혔다(국무부 문서[영문]).
옥스네바드 연구원은 “미국 정부와 사회의 광범위한 퇴출 움직임에도 중국 정부는 다른 방식으로 미국 고등교육기관(대학 등)에 침투해 중국인 유학생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으며 수단과 전략적 조치를 통해 핵심 분야에 침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자학원과 학생회를 지목하며 최근 국방부의 연구자금을 받아 극초음속 무기 관련 연구를 진행하던 알프레드대학에 공자학원이 있었다는 점을 거론했다.
이 대학은 일반에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 대학 공과대학은 세라믹 소재 연구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명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 자금을 받아 연구를 수행하면서도 중국 공산당의 대리기관인 공자학원을 교내에 그대로 두고 있어 ‘국방수권법’의 관련 조항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자, 대학 측은 지난 6월30일 공자학원을 폐쇄했다.
RFA에 따르면, 작년 미국 퍼듀대학에서는 중국인 유학생이 톈안먼 시위대를 추모하는 글을 공개했다가 캠퍼스의 다른 중국인 유학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고 중국에 있는 가족들이 공안의 조사를 받은 일이 있었다.
지난달 20일에는 호주 퀸즐랜드대학에서는 이 대학 ‘중국학생학자연합회’가 중국인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개최하자, 홍콩 출신 유학생들이 이 단체와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부의 관계를 폭로하는 시위를 벌이고 전단을 배포해 양측이 충돌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행사에 참석한 중국인 유학생들은 전단을 가로채며 사납게 반응했고 홍콩 학생들도 물러서지 않고 맞섰다. 홍콩 학생들이 ‘위구르인 학살’을 거론하자 한 중국 학생은 “그게 뭐 어떠냐”며 응수했다.
이 사건에 관해 2005년 호주로 망명한 전직 시드니 주재 중국총영사관 서기관 천융린(陳用林)은 “‘중국학생학자연합회’ 같은 조직이 전 세계에 퍼져 있으며, 조직 핵심 인물은 중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의 교육처에서 직접 선발한다”고 RFA에 말했다.
천융린은 “(교육처는) 국비 유학생 중에서 공산당원을 가장 선호하고 그 밖에 신뢰할 수 있는 이들을 고른다. 그다음에 정부 지원 없이 온 자비 유학생을 뽑는다”며 “이들은 중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의 지시를 받고 통일전선 공작의 도구로 이용된다”고 강조했다.
中 공산당, 미국 대학에서 종교의 자유 침해
올해 5월 미국에 기반을 둔 파룬따파(法輪大法)정보센터가 발표한 ‘(미국 대학 캠퍼스 내에서의) 감시, 비방,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5분의 1은 “중국 공산당의 선전과 여타 활동으로 인해 미국 대학 캠퍼스에서 파룬궁 수련자를 좋지 않게 본다”고 답했다.
보고서 공동 저자인 신시아 선 파룬따파정보센터 연구원은 “최소 45개 미국 대학에서 학생이나 교수·강사가 파룬궁을 수련하고 있다”며 “이들은 중국 공산당 대리자(조직)에 의해 철저히 감시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 연구원은 “캘리포니아의 한 중국인 유학생은 중국에 있는 가족이 자신의 전화번호와 행방을 묻는 누군가의 전화를 받았고, 다른 학생들도 자신의 미국 내 활동 때문에 중국에 있는 가족이 괴롭힘을 당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녀는 “중국 정부는 이 학생들을 협박해 공산당을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억압하고 중국 공산당의 범죄를 폭로하는 일을 저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적어도 미국 대학 9곳에서 파룬궁 수련자들의 활동이 중국 공산당에 의해 훼방을 받은 사례를 직접 접했거나 들어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6건은 ‘중국학생학자연합회’와 관련됐다.
한 사례는 파룬따파 동호회가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개최한 영화 감상회였다. 이 행사에서 공자학원과 중국 공산당의 관계를 폭로하는 영화 상영을 예고하자, 중국학생학자연합회 소속의 이 대학 재학생 79명과 졸업생들이 학교 측에 서한을 보내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에서도 해당 동호회를 비방하는 게시물을 올리는 등 사이버 공격을 가하기도 했다.
중국학생학자연합회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사용한다. 한국에서는 대학 이름을 붙여 ”OO대 (중국) 유학생 모임’이란 명칭이 사용된다.
이들은 2008년 4월27일 서울 올림픽 공원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때도 중국 공산당의 티베트 탄압 등 다른 인권 탄압에 항의하는 한국 시민단체 회원들을 공격한 바 있다. 당시 이들의 폭동 배후로 중국 대사관이 지목되기도 했다.
지난 17일 캐나다 매체 ‘뷰로’에 따르면 의회 정보기구인 ‘국가안보정보위원회(NISCOP)’는 “캐나다 주재 중국 최고위 외교관이 대학 관계자와 학생들을 감시하고 협박할 목적으로 중국인 학생 단체에 임무를 내리고 자금을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지난 2019년 6월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제출했다(기사 링크[영문]).
이 신문은 ‘파이브 아이즈’의 하나인 캐나다 안보정보청(CSIS) 조사 결과를 인용해, 중국 총영사가 중국인 학생들에게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중국 탈출 가족에 대한 정보를 조사해 수집하라고 명령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의 5개국 정보기관 공동체로 주로 중국, 이란, 북한, 러시아 등에 대한 정보 파악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