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사라졌다…그래도 살아있어 다행” 마우이 생존자들의 증언

알랜 스테인(Allan Stein)
2023년 08월 16일 오후 5:26 업데이트: 2023년 08월 16일 오후 11:04

하와이 주민 레이첼 M. 씨는 산불로 모든 것을 잃었다.

레이첼 씨가 운영하던 웨딩 플래닝 및 부동산 관리 사업장이 불에 탔다. 레이첼 씨의 조부가 직접 만든 수공예 테이블 같은 소중한 개인 소지품들도 잿더미가 됐다.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레이첼 씨는 “그 물건들은 절대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세상을 떠난 할머니의 음악 CD들, 목공예가였던 할아버지의 작품들… 그런 것들은 절대 대체할 수 없다”며 눈물을 보였다.

레이첼 씨가 이번 산불로 입은 재산 피해는 7만 달러(한화 약 1억원) 이상이다. 레이첼 씨는 “나는 크게 잃은 축에도 못 낄 것”이라 추측했다.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에서 동쪽으로 약 33마일(약 53km) 떨어진 마카와오 마을 주민인 레이첼 씨는 이제야 조금씩 현실이 실감 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현재 쌍둥이를 임신 중인 레이첼 씨는 다른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길 희망하고 있다.

사랑했던 이곳 마을을 떠나 미국 본토로 갈 계획인데, 이는 산불의 영향도 있지만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받고자 함이다.

지난 8일(현지 시간) 발생한 산불로 인구 1만3216명이 거주하는 이곳 커뮤니티는 전소됐다. 레이첼 씨의 친한 친구 6명은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나마 연락이 되는 지인들도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은 건 마찬가지다. 대규모 정전은 물론, 휴대전화 신호조차 끊기는 혼란 속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는 건 더욱더 어려운 일이다.

레이첼 씨는 “큰 틀에서 보면, 다른 사람들이 잃은 것에 비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운이 좋았다는 생각과 동시에 무력감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레이첼 씨|알랜 스테인/에포크타임스

마우이를 떠나며

지난 8일 산불이 시작되던 때, 레이첼 씨는 자신을 포함한 라하이나 주민들이 당시 미 당국으로부터 경보 사이렌 등 대피 안내를 전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지 시간으로 15일 기준 하와이 산불로 인한 사망자 수는 101명으로 집계됐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앞으로 사망자 수가 2배로 늘어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접수된 실종자 신고는 1000여 건이 넘는다. 구조대원들은 현재 잿더미와 잔해를 뒤지며 수색작업에 한창이다. 목숨을 부지한 주민들도 대부분 임시 대피소에서 생활하는 등 이재민 신세가 됐다.

이와 관련 마우이 경찰은 화재 당시 강한 화염으로 인해 시신들이 거의 불에 타 수색과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실종자를 찾는 가족들은 당국이 운영하는 실종자 가족 지원센터에 DNA 샘플을 제공해 줄 것을 당부했다.

당국은 또 화재가 65~85% 진압됐다며 아직 재발화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화재가 (겉으로 보기에) 100% 진압됐다고 해서 정말로 완전히 진압된 것은 아니다. 지상에서는 불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땅속은 여전히 불타고 있어 불이 어디서든 튀어 오를 수 있다.”

8월 8일(현지 시간) 레이첼 씨 자택에서 목격된 화재 상황|알랜 스테인/에포크타임스

달리는 사람보다 빠른 속도

마카와오에 있던 한 레스토랑의 오너 에릭 울만 씨는 산불이 발생했을 때 하와이 근처를 지나간 허리케인 ‘도라’와 충돌하면서 더 광범위하게 번졌다고 증언했다.

울만 씨는 “그것은 정말 큰 힘이었다”며 “우리 하와이 주민들은 최대 시속 25마일(약 40km/h)의 강풍에 익숙하다. (그런 강풍이 불 때) 불꽃이 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불길은 라하이나를 관통했다”고 했다.

“불길은 건장한 사람들이 달릴 수 있는 속도만큼이나 빨랐다. 집에서 나와서 불길을 봤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불이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이첼 씨 또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빠른 속도였다”고 언급했다.

“거리에 시체가 있어서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사이, 순식간에 불길이 번졌다. 내 친구들은 폭탄이 터지는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사람들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바다까지 불길에 타올랐다.”

마카와오에 사는 또 다른 주민 셜리 앤더슨 씨는 양봉업자인 자신의 친척이 화재로 약 3만 달러(약 4000만원) 상당의 벌통을 잃었다고 전했다.

앤더슨 씨는 에포크타임스에 “(그나마) 집을 구한 것은 기적이었다. 불씨가 집에서 반경 50피트(약 15m) 이내로 날아들고 있었기 때문이다”라며 “5일이 지난 지금도 소방 당국이 불길을 잡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8월 8일(현지 시간) 화재가 발생했을 때, 미쿤다 씨 가족은 하와이 라하이나 북부 지역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알랜 스테인/에포크타임스

총알을 피하다

미국 본토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미쿤다 싱 씨는 당시 가족과 함께 라하이나 근처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싱 씨 가족은 화재가 발생하기 이틀 전인 이달 6일에 하와이에 도착했다. 이튿날( 7일)에는 스노클링을 즐겼다.

그러다 8일 아침, 정전 때문에 잠에서 깬 이들 가족은 “강풍으로 전선이 넘어져 산불이 났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소식을 들었다.

몇 시간 뒤, 싱 씨 가족은 묵고 있던 호텔 건물 뒤편에서 이상한 주황색 빛을 목격했다.

싱 씨는 “(그때까지도) 라하이나가 불타고 있고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2000에이커(809만㎡) 이상을 전소시킨 라하이나 산불|알랜 스테인/에포크타임스

전례 없는 산불

싱 씨는 “캘리포니아에서 자란 우리는 항상 화재를 목격한다. 그런데 하와이 화재는 달랐다”고 말했다.

9일, 트럭을 탄 한 남성이 모든 사람에게 대피할 것을 경고했다. 싱 씨 가족은 즉시 짐을 챙겨 차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싱 씨에 따르면, 이들 가족은 공항으로 운전해 갔지만 다음 비행기가 닷새 뒤에나 뜬다는 얘기를 들었다.

싱 씨의 아내 티나 싱 씨는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비현실적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와이는 사람들이 평화를 위해 찾는 곳이다. 치유의 섬이다. 이렇게 엄청난 천재지변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싱 씨 가족은 차에서 밤을 보내야 했으나, 다행히 한 숙소가 “예약을 취소한 사람이 있다”며 빈 방을 제공했다.

“우리는 침실 하나에 묵어야 했지만 차에서 자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우리는 많은 총알(문제)을 피했다. 우리는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도망치려다 차 안에서 죽었다. 라하이나를 떠나려다 불에 탄 차 안에서 죽은 사람들이 많다. 우리에게도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누가 알겠는가?”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