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군사기밀을 넘겼다가 체포·기소된 미 해군 대원 2명 중 한 명이 중국인 어머니의 권유로 이 같은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미 검찰이 지난 8일(현지시간) 법원 청문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해군 수병 웨이진차오(22)는 “미국의 군사 전략과 기술 등 기밀사항을 중국에 넘기면 미 해군을 떠나 중국 공산당에 입당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웨이는 “성탄절을 맞아 위스콘신에 사는 어머니의 집을 방문했을 때, 어머니가 ‘미국을 배신하라’고 부추겼다”며 “중국 정부기관에서 근무할 수도 있으니 중국 정보요원에게 협조하도록 (어머니가)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국 정보요원이 웨이에게 민감한 정보 전달을 위해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구입하라고 지시했으며, 구매 영수증을 제출하면 중국 정부가 비용을 상환해 줄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중국 네티즌 “배신 요구하는 어머니 많아”
이번 사건이 전해지자 소셜미디어 엑스(구 트위터)에는 중국인으로 보이는 사용자들이 심각한 반응을 보였다.
아이디@Jam79922967인 이용자는 “중국 본토에서 넘어온 이런 어머니들이 적지 않다”며 “자신의 자녀나 다른 사람들에게 미국을 배반하도록 격려하고 설득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중국을 떠나 미국에 와서도 중국에서의 생활을 버리지 못하는 이들은 ‘라오펀훙(老粉红)’이라고 할 만하다”며 웨이의 어머니를 향해 안타까움을 나타내며 어리석음을 책망했다. 라오펀훙은 ‘나이 든(老) 샤오펀훙(小粉紅·공산당에 세뇌된 중국 청년들)’이란 비난의 의미로 풀이된다.
영어 이름 ‘패트릭’을 사용하는 웨이는 이날 관할 법원인 캘리포니아 남부지방연방법원(샌디에이고 연방법원)에서 보석심사를 받았다.
해군 상륙함 USS 에식스호 기관부에서 일하던 웨이는 민감한 미군 정보를 중국 정보요원에 넘긴 혐의로 지난 2일 샌디에이고 군사기지에서 체포돼 군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아왔다.
中 정보요원, 미국 귀화 신청 기간 중 접근
공소장에 따르면, 웨이에게 중국 정보요원이 접근한 것은 지난해 2월 그가 미국 귀화 절차를 밟던 기간이었다.
웨이는 2022년 2월부터 2023년까지 이 정보요원에게 에식스호와 다른 강습상륙함의 무기시스템 문서와 사진, 영상 등을 넘긴 대가로 약 5천 달러를 받았다.
검찰은 웨이가 어머니와 함께 중국 정보요원의 초청을 받아 중국 여행을 다녀왔으며, 중국에서 현지 당국자와 대면 만남을 가졌다고 밝혔다. 다만, 아들의 배신을 부추겼다는 중국인 어머니의 이름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캘리포니아 벤추라 해군기지에서 복무하던 자오원헝(26) 하사 역시 중국 정보요원에게 민감한 미군 정보를 넘긴 혐의로 체포돼 기소됐다.
자오 하사는 2021년 8월부터 2023년 5월까지 미군 훈련 계획과 오키나와 미군기지에 설치된 레이더 시스템 설계도를 포함한 정보와 사진, 영상을 중국 정보요원에게 넘겨주고 1만5000달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별개의 사건으로 기소됐으며, 모두 중국에서 귀화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둘에게 접근한 중국 정보요원이 같은 인물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재판부는 웨이에 대해 보석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같은 날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에서는 차오의 보석 청구도 기각됐다. 둘은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고 종신형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