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위안화 약세 막으려 달러 팔고 위안화 매수”
전문가 “경제 안팎으로 어려워, 환율 하락 압박 높다”
중국 공산당이 최근 공개한 7월 중국 경제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위안화가 크게 하락하며 중국 경제 전망을 어둡게 했다.
홍콩경제일보에 따르면, 12일 역외 위안화의 달러당 기준환율은 7.2601위안, 역내 환율은 7.2395위안에 마감했다. 각각 전일 대비 0.2%, 0.3% 하락한 수치다.
중국과 홍콩 증시도 동반 하락하며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된 A주는 2%, 홍콩 증시는 173포인트(0.9%) 떨어졌다.
위안화는 올해 1월 최고점(달러당 6.701위안)을 찍은 이후 3월 잠시 주춤한 기간을 제외하면 거의 7개월 내내 약세를 기록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9일 중국 주요 국유은행들이 이날 위안화 약세를 저지하려 역외 시장에서 달러를 팔고 위안화를 사들였다고 관계자 4명의 정보를 인용해 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달러화를 팔고 위안화를 사들이며 가치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위안화 가치가 계속 빠지는 이유를 두 가지로 들었다.
하나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금융완화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 다른 하나는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다.
재미 경제분석가 데이비 웡은 에포크타임스에 “7월 경제 실적이 매우 비관적이었기 때문에, 중국 당국은 환율 하락을 예상하고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9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3% 하락했다. 중국 CPI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1년 2월(-0.2%) 이후 2년 반 만에 처음이다.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동월 대비 4.4% 하락해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월(-5.4%)보다 낙폭은 줄었지만 시장 전망치(-4.0%)를 밑돌았다.
중국 세관당국인 해관총서가 8일 공개한 7월 무역통계에 따르면 수출과 수입은 3개월 연속 동반 감소했다. 7월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14.5% 감소했고, 수입은 12.4% 감소했다. 모두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감소폭이었다.
웡은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가 동반 하락하는 가운데, 특히 수출이 2020년 2월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하면서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여러 경제 분석기관에서 일제히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은 베이징이 강력한 봉쇄조치(제로 코로나)를 해제하면 경제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해 왔다.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 볼 때 현실은 그 기대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여기에 경제 전반의 부정적 수치들이 더해지면서 위안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자 중앙은행(인민은행)이 국유은행들에 위안화 환율을 안정시키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유지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웡은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중국의 수출입 실적이나 경제 실적과 밀접하게 관련됐다. 위안화 환율은 중국의 경제활력, 경제회복, 향후 전망을 가늠하게 하는 지표다. 따라서 중국은 위안화 환율 관리에 큰 힘을 기울여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현재 상황은 2020년 코로나19가 처음 터졌을 때보다 더 비관적”이라며 “위안화 약세 압력이 매우 높아 환율 방어 대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2017년부터 필명으로 활동하며 날카로운 분석력을 보여온 중국 경제 전문 유튜버 ‘재경냉안(財經冷眼 ·경제를 보는 냉정한 시선)’은 위안화 약세 심화의 이유로 “부동산 거품의 붕괴”를 언급했다.
그는 “중국의 부동산 거품이 급속히 빠지면서 자산 전반에 대한 거품이 걷히고 있다”며 “이에 자본이 중국에서 대거 철수하면서 위안화를 달러로 환전하고 있다. 위안화 대비 달러 가치가 상승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11일 중국 금융당국 내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 컨트리가든(碧桂園·비구이위안)의 채무불이행 위기와 관련해 부동산 업계 관계자를 불러 회의했다고 전했다.
컨트리가든이 7일 만기가 돌아온 총 2250만 달러(약 299억원)에 대한 이자를 상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5억 달러(약 6660억원) 규모 달러채 2개에 대한 이자이며 유예 기간은 지급 예정일로부터 30일이다.
문제는 갈수록 태산이라는 점이다. 이 회사가 연말까지 갚아야 할 채권액은 총 8억9700만 달러(1조1948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회사는 지난해 1조 원대 순손실, 올해 상반기 순손실만 최대 10조 원으로 예상돼 상환 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재경냉안은 중국 경제가 수출 감소, 내수 침체, 부동산 업계 위기 등 복합적 난관에 처해 있어 통화공급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상황을 타개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