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고비용·부정적 여론에도…전 세계서 ‘반려동물 복제’ 수요 증가

알랜 스테인(Allan Stein)
2023년 08월 7일 오후 6:03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2:12

고양이 잭은 그냥 고양이가 아니었다. 타미 씨에게 녀석은 지난 20년 동안 가장 친한 친구였다.

부모님과 형제가 6년 간격으로 세상을 떠난 뒤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잭은 타미 씨의 곁을 지켜주었다. 잭은 든든한 버팀목이자 정서적 동아줄이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거주하는 타미 씨는 에포크타임스에 “어떤 사람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잭은 타미 씨의 품에 안긴 채 세상을 떠났다. 잭의 나이 열여덟이었다.

타미 씨는 높은 비용과 불확실한 절차에도 불구, 사랑하는 잭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녀석을 복제하기로 했다.

앞서 2년 전인 2021년, 2만5000달러(한화 약 3300만원)를 들여 진행된 복제 수술을 통해 타미 씨는 잭과 꼭 닮은꼴의 수컷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얻었다.

대리모 고양이에게서 태어난 녀석들은 특유의 털 색깔부터 수영과 여행을 좋아하는 취향까지 잭과 거의 똑같았다.

타미 씨는 녀석들의 이름을 각각 ‘오제이’와 ‘써드’라고 지었다.

복제 고양이 오제이와 써드의 새끼일 적 모습|사진=타미 씨 제공

비용이 많이 들고, 논란이 되는 문제

물론 타미 씨는 복제수술이 비용이 많이 들뿐만 아니라 논란의 여지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페이스북상에서는 잭을 복제하기로 한 타미 씨의 결정에 대해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 사람들은 “악마적이다”, “자연에 위배된다”, “인간은 신이 될 수 없다”라며 타미 씨를 향해 손가락질했다.

이 같은 여론을 우려, 자신의 성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타미 씨는 “그러나 반대로 또 다른 많은 사람이 복제에 관해 흥미를 보였다”고 전했다.

반려동물 복제는 말 그대로 살아있는, 또는 죽은 반려동물의 유전적 복사본을 만드는 행위다. 원 동물에게서 DNA를 추출, 살아있는 배아를 만들어 대리모 역할을 할 동물에게 이식한 후 태어날 때까지 성장시키는 과정을 뜻한다.

시장조사기관 데이타인텔로에 따르면, 반려동물 복제 산업은 오는 2030년까지 매년 9.1%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시장이다.

반려동물 복제 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 반려동물 복제의 장점에 대한 인식 상승 그리고 반려동물 복제 분야의 기술 발전이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반려동물 복제에는 죽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 복제와 살아있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복제 두 가지 유형이 있으며, 두 가지 다 비슷한 기술이 사용된다.

반려동물 복제 상업화를 목표로 하는 기업들은 적지 않다.

미국의 바이오베닉(BioVenic), 제미나이 제네틱스(Gemini Genetics) 등이다. 한국에서도 반려동물 복제는 큰 사업인데, 일례로 일부 클리닉에서는 강아지 복제 한 건에 10만 달러(약 1억3000만원)를 받는다고 알려졌다.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비아젠 펫츠(ViaGen Pets and Equine)의 경우 지난 20년 동안 미국 전역의 고객 수백 명을 위해 여러 동물을 복제해 왔다.

비아젠 고객 서비스 매니저 멜라인 로드리게즈는 “고객 대부분이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과의 특별한 유대관계를 재현하기를 바란다”며 “다른 동물이 아닌, (당사자만의) 특별한 반려동물과 관계를 맺고 나면 그 동물이 떠난 뒤 심적으로 굉장히 힘들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아젠은 지난 2016년 미국 최초로 복제 강아지 ‘누비아’를 탄생시켰다. 이전까지 주로 말과 가축을 복제하던 비아젠은 이를 계기로 반려동물 복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강아지 한 마리를 복제하는 데 5만 달러(약 6500만원)가 드는 등, 동물 복제는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가 절차가 복잡할뿐더러 복제 배아의 실패 또는 예상치 못한 유전적 형질에 대한 잠재적 위험이 존재한다.

미국에서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에서는 대부분의 미국인이 윤리적 또는 종교적인 이유로 복제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 복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잠재적으로 도사리는 안전성 위험과 기술 결함 외에도 정부의 감독 및 규제 부족을 반대 이유로 꼽는다.

이와 관련, 미국동물애호협회는 반려동물 복제에 대한 모라토리엄(연기)을 촉구하고 나섰다.

모라토리엄 기간 동안 다양한 분야의 위원회가 복제 기술을 연구하고 기술 사용에 대한 규제를 평가하겠다는 계획이다.

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동물 복제는 복지 문제를 야기한다. 복제로 생산된 포유류 동물의 건강 상태에 관한 보고에 따르면, 다양한 생리학적 및 해부학적 문제가 제기됐다”고 비판했다.

미국가톨릭주교회의는 윤리적 이유로 복제에 반대, 복제 배아의 90% 이상이 유산 또는 사산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가톨릭주교회의는 “복제 양 돌리는 277번의 복제 시도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양이다. 살아남은 소수는 심각한 의학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미국동물실험반대협회 또한 동물 복제가 동물 복지에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해당 협회는 “‘죽은 반려동물을 되살리려는’ 기업에 의해 동물과 사람 모두가 착취당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함”을 강조, 동물 복제 반대 캠페인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 7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크리스 카마 씨가 복제된 강아지 디토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알랜 스테인(Allan Stein)/에포크타임스

EU의 반대

유럽연합(EU)도 동물 복제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지난 2008년과 2010년 유럽소비자기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동물 복제에 반대하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전체 응답자 중 80% 이상이 동물 복제가 자연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69%는 동물 복제로 인해 동물이 상품화될 위험이 있다고 여겼다.

사진=타미 씨 제공

거대 태아증

미국에 본부를 둔 비영리 단체 식품안전센터 정책 책임자 제이디 핸슨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장기적인 연구가 진행되지 않는 한 동물 복제는 일반적으로 안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핸슨 책임자는 “복제된 동물들에게 있어 거대 태아증은 큰 문제다. 지나치게 큰 태아로 인해 제대로 출산하지 못하고 죽게 된다”고 했다.

핸슨 책임자에 따르면, 거대 태아증은 전통적인 번식에서도 물론 발생하지만, 복제된 동물들에게서 더 흔하게 발생한다.

그럼에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중에서는 반려동물 복제를 원하는 수요층이 분명히 존재한다.

타미 씨는 복제된 자손 고양이들을 통해 반려묘 잭의 사랑스러운 모습들을 간직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죽기 전인 2015년, 잭은 동물병원에서 치아 스케일링을 받았다. 타미 씨는 당시 잭의 위장에서 표피세포를 추출해 비아젠에 보관했다.

그러다 2021년, 복제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지 약 9주 만에 타미 씨는 복제된 새끼 고양이 한 쌍을 받았다.

타미 씨는 “녀석들을 본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잭과 모든 게 똑같았다”고 회상했다.

타미 씨와 잭이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사진=타미 씨 제공

복제에 대한 대중의 인식

로드리게즈 매니저는 미디어와 할리우드가 ‘복제는 위험하고 사악하다’는 관념을 계속해서 주입하고 있다고 했다.

일례로 영화 ‘쥬라기 공원’은 복제된 공룡들이 사는 가상의 섬이라는 세계관을 이용, 대중의 두려움을 자극했다.

로드리게즈 매니저는 “복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대부분 할리우드에서 비롯됐다”며 “그들은 복제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복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복제를 가장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동물 복제는 일반적인 번식과는 물론 다르다.

비아젠의 경우 표피 생검 키트를 사용해 동물의 세포를 채취하는 게 첫 번째 절차다.

세포는 전용 시설로 보내진다. 고객이 반려동물을 복제할 준비가 될 때까지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수십 년 동안 액체질소 속에서 보관된다.

이와 관련 로드리게즈 매니저는 비아젠의 고객 중 약 85%가 세포를 장기 보관 중이라고 귀띔했다.

다음 단계는 실험실에서 세포 수백만 개를 배양해 내는 일이다.

실험실에서는 체세포 핵이식을 통해 핵이 제거된 난자에 단일 세포를 주입하는 과정을 거친다.

여기에 전기 충격을 가하면 세포가 분열, 살아있는 배아로 성장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난자 여러 개가 대리모 역할을 하는 동물에 주입되며, 최소 한 마리 이상의 복제 동물이 태어날 때까지 임신이 반복된다.

로드리게즈 매니저는 에포크타임스에 “대부분의 복제 동물은 정상적인 수명을 살고, 원래 동물만큼 건강하다”면서도 몇 가지 주의사항을 덧붙였다.

로드리게즈 매니저에 따르면, 고객은 반려동물 복제에 있어 합리적인 기대치를 가져야 한다.

먼저 복제된 동물이라고 해서 죽은 원래 동물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약간의 유전적 변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기질이나 행동에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원래의 반려동물이 유전병으로 세상을 떠난 경우, 같은 질병이 복제 동물에게서도 발병할 수 있다.

“복제라는 것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따라서 언젠가 그 질병에 걸릴 가능성도 동일함을 의미한다”고 로드리게즈 매니저는 설명했다.

환경도 큰 역할을 담당한다.

로드리게즈 매니저는 사람이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는 존재인 만큼 원래 동물과 상호작용 할 때와 복제 동물과 상호작용 할 때 각각 다르게 행동할 수 있으며, 이는 동물의 성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중요한 사실은 반려동물을 복제해 유대감을 재현할 수 있는 횟수에는 제한이 없다는 것.

로드리게즈 매니저는 “매우 개인적인 결정이며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지는 않지만, 다른 강아지를 사 오는 것보다는 나은 차선책”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반려동물 복제는 인공수정을 통한 임신과 흡사하다. 오늘날 인공수정을 통한 임신은 보편화돼 있다.

고양이 잭(왼쪽)이 복제 고양이 써드, 오제이와 휴식을 취하고 있다.|사진=타미 씨 제공

정서적 유대감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복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이 그들에겐 가족이었으며, 바로 이 가족만이 주는 유대감을 재현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많은 반려인에게 비용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세상에는 많은 개가 있지만 내 강아지와 같은 강아지는 없고, 내 강아지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

타미 씨의 반려묘 잭은 유기묘 출신이었다. 타미 씨는 누군가 버린 고양이가 자신에게는 기쁨이었다고 말했다.

그런 타미 씨에게 최선의, 또 유일한 선택은 복제였다.

잭은 올해 세상을 떠나기 전 2년 동안 복제된 자식들과 유대감을 쌓았다.

2021년, 복제된 두 새끼 고양이를 처음 만났을 때 잭은 녀석들의 얼굴을 마주 보고 냄새를 맡았다. 그러고는 즉시 꼼꼼히 핥아주었다. 잭은 녀석들을 받아들였으며 깊이 사랑했다.

“세 고양이는 모두 함께 잤다. 서로를 돌봐주었다”고 언급한 타미 씨는 복제 고양이인 오제이와 써드가 잭의 닮은꼴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도 했다.

“각자의 경험이 다 다르고, 그 경험의 총합체가 한 존재를 완성하기 때문에 정확히 똑같은 존재들은 아니다. 하지만 양말과 자동차를 좋아하고, 내게 노래를 불러주고… 세 고양이 사이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그건 중요한 사실이다.”

타미 씨와 잭이 함께 산책을 즐기고 있다.|사진=타미 씨 제공

유산은 지속된다

타미 씨는 자신이 원하는 만큼 잭을 복제할 수 있다는 선택권을 갖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잭의 세포는 향후 몇 년 동안 비아젠에 보관될 예정이다.

“잭은 내게 가족이었다. 8kg도 채 되지 않는 작은 동물이었지만, 내게는 가장 친한 친구였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친구.”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