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분석] 中 경제 제재, 현대차에 전화위복이었다

리사 비안(Lisa Bian)
2023년 08월 01일 오후 11:58 업데이트: 2023년 08월 07일 오후 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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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의 경제 침체가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국가 및 기업들에 큰 타격을 입힌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이 이러한 위기를 잘 넘긴 성공 사례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현대자동차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작년 글로벌 판매 3위에 처음으로 오르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16년 현대차는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 조치로 한한령(限韓令)이 시행되면서 강력한 수출 제재를 겪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동차 시장이다. 2016년 당시 중국 내 현대자동차 판매량은 180만 대에 육박했다.

그러다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가 중국 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하면서 한한령을 실시했다.

그 결과 현대자동차의 중국 시장 판매량은 6년 연속 감소했다. 2022년까지 한국 기업의 중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약 1%대로 줄어들었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직면한 현대자동차그룹은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춰야 했지만,  2022년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총 685만 대를 판매하며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도요타와 폭스바겐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판매량이다.

이 같은 성과를 특히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자동차용 반도체칩 공급 부족 등으로 세계 주요 자동체 기업들의 판매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판매량은 도리어 2.7% 성장했다.

올해 1월 현대차가 인도에서 열린 오토 엑스포를 통해 아이오닉5 출시 행사를 진행했다.|Money Sharma/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미국, 유럽, 인도에서의 기록적인 성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이렇듯 기록적인 판매량을 달성할 수 있었던 데에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해외시장에서의 성공이 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과 유럽 시장 점유율은 각각 10.8%, 9.4%를 기록, 역대 최고를 찍었다.

중국에 이어 또 다른 세계 주요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 인도에서는 처음으로 80만 대 이상을 팔았다. 사상 최대 판매량이다. 인도 시장 점유율은 21.1%로 집계됐다. 중국에서 판매 둔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인도는 현대차그룹의 기회가 됐다.

한편, 중국 시장에서는 대대적인 사업 전환을 추진했다. 지난 6월 현대차그룹은 중국 내 사업 및 공급망 재편에 따른 리스크를 적극 완화하기 위한 전략 계획을 발표했다.

전략에는 중국 판매 차종을 기존 13개에서 8개로 간소화하고, 중국 내 남은 현대차 공장을 최적화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중국에서 기존 5개 공장을 운영하던 현대차는 이 중 가동이 중단된 공장 2곳을 매각해 수익성을 높일 계획이다. 나머지 공장에서는 생산을 최적화하는 동시에 신흥 시장으로의 수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현대차는 전했다.

서울에 위치한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토어|Jung Yeon-je/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시장 변화 속, 삼성전자를 뛰어넘은 현대자동차

중국 시장 의존도를 크게 낮춘 현대자동차와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삼성전자는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현대자동차 2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2023년 2분기 현대자동차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2.2% 증가한 4조2424억 원으로, 영업이익 신기록을 경신했다.

반면 이튿날인 27일 발표된 삼성전자 실적은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5.26% 감소한 6685억 원에 그쳤다. 삼성은 반도체 부문에서만 4조36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로써 이미 올해 1분기 실적에서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앞지른 현대자동차는 2분기에 또다시 삼성전자를 앞섰다.

지난 2017년 중국에 있는 현대 공장에서 근무 중인 노동자|STR/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중국 시장에서의 전망

지난 4월 삼성증권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전망은 밝다. 삼성증권은 직전년도인 2022년 수치를 바탕으로 오는 2026년까지 현대자동차가 9200만 대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세계 1위 자동차 그룹으로 올라설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는 또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 과제로 ‘미·중이 긴장된 관계를 지속하는 문제’와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로의 전환 속도가 빠른 문제’를 꼽았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자동차 제조업체 순위가 재편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중국 시장의 자동차 제조업체 순위는 폭스바겐과 도요타가 각각 1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 기업은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중국 시장에 의존한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전기차로의 전환 속도를 따라잡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보고서는 2026년까지 폭스바겐과 도요타의 중국 내 판매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두 기업에 비해 현대차그룹은 중국 시장 의존도가 크게 낮다. 또 미국과 인도에서의 현대차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호주에서 활동 중인 리위안화 전 중국 베이징수도사범대학 교수는 지난달 25일 진행된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호주를 비롯, 여러 국가가 중국 공산주의 정권과 탈동조화(디커플링) 또는 강경한 입장을 취한 후 경제 성장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리 전 교수는 이를 두고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경제 성장이 이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호주 정부의 경우 팬데믹 당시 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고, 이에 반발한 중국공산당이 호주에 경제 제재를 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호주의 주요 수출 산업 중 하나인 철광석 가격이 급등했다. 대중국 수출이 감소했지만 전반적인 경제 측면에서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고, 호주 경제는 오히려 더 성장했다.

리 전 교수는 또한 중국 시장에서 삼성 반도체의 고전을 두고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할 때 직면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리 전 교수는 “중국의 경기 침체 조짐은 매우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매력적인 혜택이나 일시적인 우대 정책으로 외국 기업을 유혹할 수는 있겠지만, 유혹에 넘어간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볼 때 필연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