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의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각 지방정부에서 공무원 급여 삭감과 각종 수당 및 보조금 미지급이 상시화하고 있다.
이달 10일을 전후로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지식 플랫폼인 즈후 등 온라인 공간에서는 ‘광둥성 공무원들의 급여 25% 삭감’이 큰 화제가 됐다.
광둥성은 중국 내 주요 성시(省市) 중에서도 작년까지 34년 연속 국내총생산(GDP)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경제 1번지다. 중국의 경제 성장을 이끄는 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년 실업률이 20%를 웃도는 불경기에, 중국에서 가장 잘사는 지역인 광둥성에서 그나마 가장 안정적인 직장으로 꼽히는 공무원마저 급여가 무려 4분의 1이나 깎였다는 충격적 소식에 중국 여론은 술렁거렸다.
광둥성만이 아니다. 이미 중국 각지에서 공무원 급여 삭감 소식이 줄을 이었다. 중국 포탈 넷이즈에 따르면 절강성 25%, 장쑤성 15%, 푸젠성 20% 삭감됐다.
중국 민영 경제신문인 재신망(財新網)은 지난달 29일 자 기사에서 “광둥성, 절강성, 장쑤성 등 다수 성(省)에서는 공무원 급여를 20~30% 감액했고 각종 수당도 삭감했다”고 보도했으나 이 기사는 추후 삭제됐다. 급여가 최대 40%까지 삭감된 곳도 있었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다수 네티즌이 광둥성 공식 웨이보 계정에 몰려가 ‘급여 25% 삭감이 사실인지 확인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광둥성 당국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중국 지방정부의 공무원 급여 삭감은 재정난 때문으로 추측된다. 2021년 기준 중국 지방정부의 토지사용권 판매 수입은 총 재정수입의 42%, 지방정부 예산의 76%를 차지했다.
RFA는 “지방정부가 재정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던 토지사용권 판매가 급감해 월급 줄 돈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라며 “광둥성 직속기관 소속 공무원 월급은 기본급과 성과급, 상여금 등을 포함해 1만2천 위안(214만5천원) 안팎”이라며 “삭감 후 월급은 9천 위안으로 25% 줄었다”고 전했다.
급여 삭감은 공무원에만 그치지 않는다. 교사나 의료 종사자, 은행원의 급여도 큰 폭으로 깎여나가고 있다.
교사나 은행원들이 임금 체불이나 삭감에 항의하고 파업하는 영상도 소셜미디어에서 다수 돌아다니고 있다. 중국 경제수도 상하이에서도 임금 체불이 보고되고 있다.
중국의 한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는 “지난 몇 개월 동안 동료들의 주된 화제는 줄어든 월급”이라며 “매월 실수령액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 발표에 따르면, 전국 16개 성의 평균 임금은 월 2천 위안(약 35만7천원) 미만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상하이가 월별 최저임금 2,690위안(약 48만1천원)으로 가장 많았고 랴오닝성이 1420위안(약 25만4천원)으로 가장 적었다.
중국은 월별 최저임금을 1~3급으로 차등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구이저우성의 경우 가장 높은 1급 지역은 1890위안, 2급 지역 1760위안, 3급 지역 1660위안이다. 1급 지역은 직할시나 성도 등 대도시 지역이고, 2급은 중소도시(지급시), 3급은 그 외 지역이다.
고용 문제는 중국 공산당 정권의 안정을 직접 위협하는 요인이라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공산당 고위층 역시 평소 ‘고용 안정’을 자주 강조하며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그러나 당국의 ‘고용 안정’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오히려 진상을 감추려는 의도가 드러나면서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기자회견에서 중국 국가통계국의 푸링후이 대변인은 중국의 청년 실업률에 관해 설명하며 “모두가 청년 실업 총량 상황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며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르면 일주일에 한 시간 이상 근무해도 취업자로 분류한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이 알려지자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일주일에 한 시간만 일해서 먹고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냐”, “그런 기준을 적용하고도 사상 최고의 실업률”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중국 네티즌들은 푸링후이의 발언에 관해 당국이 실업 통계를 투명하게 공개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러한 견해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이달 5일 인민일보 온라인판인 인민망은 ‘우리의 고용 정세는 대체로 안정돼 있다(我国的就业形势大致稳定)’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는 중국 정부 공식 홈페이지에도 전문이 게재돼 있다.
기사는 첫 줄에서 “고용은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생계이자 경제발전의 바로미터이며 사회 안정의 ‘압창석(压舱石·선박의 균형을 잡기 위해 바닥에 까는 돌)'”이라며 “우리 나라의 경제는 계속 회복하고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경제 회복의 근거로 수치를 제시하는 대신 “고용사업, 특히 청년고용사업을 중시하라”는 시진핑 총서기의 지시를 자세히 보도하며 “고용 안정 정책이 지속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만 거듭 강조했다.
이 기사를 공유한 웨이보 게시물에는 비아냥거리는 댓글이 달렸고, 게시물은 현재 삭제됐다.
대학가에서는 올해도 위장취업이 성행하고 있다. 학교 측은 졸업증명서 등의 발급을 신청하는 학생들에게 ‘고용계약서’ 혹은 ‘대학원 등에 진학했다는 증명서를 가져오도록 요구한다. 졸업생 취업률을 부풀리기 위해서다.
이는 중국 교육부의 관련 규정 때문인데, 2년 연속 취업률이 60% 미만인 학과는 학과 정원이 축소되거나 신입생 모집이 정지될 수 있다.
관영매체 베이징청년보에 따르면, 온라인에서는 건당 68위안(약 1만2천원)만 내면 위장취업 서류를 꾸며주는 서비스까지 성업 중이다.
일부 교수들도 제자들의 위장취업을 알선해 주며 기업 관계자가 도와주는 경우도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