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천국 코스타리카, 급증하는 불법 이민자로 ‘몸살’

어텀 스프레데만(Autumn Spredemann)
2023년 07월 26일 오후 10:13 업데이트: 2023년 08월 07일 오후 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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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해변과 경이로운 화산지대 등으로 전 세계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며 ‘중앙아메리카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코스타리카 공화국이 최근 불법 이민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불법 이민자들이 코스타리카를 소위 ‘경유지’ 삼아 임시 정착하고 있고, 그로 인해 코스타리카 사회 전반이 대혼란에 빠졌다.

전체 인구가 500만 명에 불과한 코스타리카에 약 100만 명의 불법 이민자 및 망명 신청자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민정책 당국이 수용,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코스타리카 정부는 이러한 ‘이주 쓰나미(Migration Tsunami)’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국경을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의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늘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5월 오스트리아를 공식 방문한 아르놀도 안드레 티노코(Arnoldo Andre Tinoco) 코스타리카 외무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코스타리카 내 불법 이민자 문제를 언급하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코스타리카 이민정책 당국이 처리, 감당할 수 있는 이민자의 수는 하루 최대 400명 수준”이라며 “지난해 9월부터는 매일 4000명이 넘는 이민자들이 몰려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지난 6월 12일 미 국무부는 성명을 내고 “코스타리카에 머무르고 있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국적의 이민자들을 위한 법적·인도적 경로를 개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단 코스타리카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고, 현재 망명 신청자로 등록돼 있는 니카라과 및 베네수엘라 국민만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 조치가 코스타리카의 불법 이민자 문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할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해 문제를 더욱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스타리카 아레날 화산 국립공원 | Autumn Spredemann. The Epoch Times

노동력 부족

코스타리카의 수도 산호세 북쪽에 있는 알라후엘라 지역은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꼽힌다. 코스타리카 최대의 커피 재배 지역이며, 아레날 화산 국립공원도 있어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코스타리카 관광산업은 경제 발전, 고용 창출 등에 기여하는 성장 동력으로 국내총생산(GDP)의 6%를 차지한다. 커피 역시 코스타리카의 3대 수출 품목 중 하나로,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주요 수입원이다.

그런데 노동력 부족 현상이 코스타리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커피 농장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커피 수확에 차질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커피 농가에서 자란 코스타리카인 루이스 로드리게스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농장에서 커피를 수확할 사람이 늘 부족하다. 그런데도 코스타리카 국민들은 커피 농장에서 일하려고 하지 않는다. 급여가 적고 일이 힘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커피 농장들은 올해도 노동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결국 불법 이민자들을 고용해 부족한 일손을 채우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불법 이민자들을 고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들은 대부분 코스타리카에 정착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코스타리카를 미국 국경을 넘기 전 잠시 들르는 ‘경유지’로 여기기 때문이다.

사회문제 급증

코스타리카인 호세 바르가스는 몇 년 새 불법 이민자가 급증함에 따라 범죄 등 각종 사회문제가 심각해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불법 이민자들은) 구걸하거나 도둑질하기 위해 산호세 광장에 모여든다”며 “특히 베네수엘라인이 많다. 길모퉁이에 쭈그려 앉아 구걸하거나, 교차로에 멈춰 선 자동차에 다가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불법 이민자들이 크고 작은 범죄를 일으켜 치안이 불안해지고 코스타리카 국민들의 불만이 쌓여 가고 있다고 바르가스는 덧붙였다.

미국으로 향하는 중남미 이민자 행렬 | 연합뉴스

코스타리카로 넘어온 불법 이민자들은 주로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쿠바 등 권위주의 국가 출신이다. 이들은 식량 부족, 인권 침해, 정치적 탄압 등 자국 내 정치사회적 문제를 못 이겨 국경을 넘고 있다.

특히 베네수엘라는 문제가 심각하다. 10년 넘게 이어진 정치·경제적 위기로 인해 화폐가치가 폭락하고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에 빠졌다. 이로 인해 2015년 이후 700만 명 이상의 베네수엘라인들이 자국을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불법 이민의 경로

미국 육군전쟁대학 전략연구소의 라틴아메리카 연구 교수인 에반 엘리스는 “코스타리카를 ‘경유’하는 이민자들은 주로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몇 년간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이어지는 ‘불법 이민 경로’가 조직화·체계화하고 있다”며 “일부 카르텔 세력이 그 경로를 중간에 가로막고 ‘통행료’를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불법 이민 과정에서 인신매매 조직이 개입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달 파나마와 콜롬비아 당국은 불법 이민, 인신매매 범죄를 척결하기 위한 합동대책본부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엘리스는 “(이민자들이) 코스타리카에 밀물처럼 밀려와 사회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며 “사회기반시설이 완전히 붕괴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의 ‘타이틀 42(Title 42, 불법입국자 즉시 추방 정책)’가 종료됨에 따라 미국 남부 국경에도 수많은 이민자가 몰려들고 있다.

당국의 분석 결과, 2023년 6월 기준 미국 내 불법 이민자는 무려 168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기사는 번역 및 정리에 김연진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