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조절하는 뇌세포가 손상돼 나타나는 진행형 신경퇴행성 질환, 파킨슨병.
파킨슨병을 진단할 때는 전구단계와 임상단계, 두 단계로 구분한다. 전구단계란 발병하기 전 심각하지 않은 초기 증상이 나타나는 단계로,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질병 진단을 위한 검사를 진행해야 할 정도로 증상이 두드러지면 비로소 임상단계가 시작된다.
일단 걸리고 나면 이후의 삶 전체를 뒤흔드는 병인 만큼, 파킨슨병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파킨슨병의 여러 단계를 인지한다면 파킨슨병으로 우려되는 증상을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병의 정확한 진단에 있어서도 훨씬 수월해진다.
주의해야 할 주요 초기 징후
1. 떨림
파킨슨병의 가장 흔한 초기 징후는 손, 팔, 다리, 턱 또는 얼굴이 떨리는 것이다. 증상은 업무 중이건 쉬는 시간이건 관계없이 나타날 수 있으며 처음에는 경미하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악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2. 움직임의 변화
파킨슨병은 팔다리의 경직 등 신체 움직임의 변화를 야기한다. 침대에서 자세를 바꿔 눕는 행동 같은 일상적인 활동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한 ‘운동완서’라는 전문 용어로 알려진 느린 움직임도 경험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아주 간단한 동작들을 취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된다.
3. 균형 감각 및 조정력 손상
파킨슨병은 사람의 균형 감각과 조정력을 손상한다. 구부정한 자세, 뒤뚱거리는 걸음걸이, 걸으면서 방향을 바꾸기 어려워하는 것 등이 흔한 관련 증상이다. 균형 감각 및 조정력 손상은 낙상이나 기타 다른 부상을 입을 확률도 키운다.
4. 후각 상실
후각 감퇴는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초기 증상이다. 음식이나 꽃에서 나는 냄새를 맡는 데 어려움을 느끼며, 익숙한 냄새를 식별하는 것조차 어려워할 수 있다.
미국 스토니브룩 의과대학 산하 파킨슨병 및 운동장애 센터의 공동 책임자인 가이 슈왈츠 박사는 에포크타임스에 파킨슨병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위 네 가지 주요 징후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운동완서가 중요하다. 슈왈츠 박사는 “느린 움직임은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징후로, 운동완서 징후가 없으면 파킨슨병 진단을 확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처럼 눈에 띄는 운동증상이 나타나기 몇 년 전(길게는 수십 년 전)부터 비운동증상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 현재까지 파킨슨병은 완치가 불가능하며 관리가 최선인 병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파킨슨병의 발병을 암시하는 초기 비운동증상을 잘 구분해 낸다면 조기에 치료를 시작, 환자의 신체 기능과 삶의 질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행동 변화(비운동증상)
5. 꿈을 행동으로 옮김
파킨슨병 초기 징후 중 일부는 환자 당사자가 아닌 가족이나 친구 등 환자의 주변인이 먼저 알아차리게 된다.
슈왈츠 박사는 가장 확실한 파킨슨병 초기 증상 중 하나로 렘(REM·Rapid Eye Movement)수면행동장애를 꼽았다. 잠을 자다가 생생한 꿈을 꾸고 이 과정에서 격렬한 신체적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6. 호흡 등 기본 신체기능 문제
파킨슨병의 또 다른 특이 증상으로는 호흡·소화 같은 신체 자율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다발성 위축이다.
슈왈츠 박사에 따르면, 렘수면행동장애와 다발성 위축은 일반적으로 파킨슨병이 발병하기 평균 10년 전부터 나타난다.
7. 글씨체 변화
글씨체가 변하는 것도 파킨슨병의 초기 지표일 수 있어 눈여겨봐야 한다.
파킨슨병에서는 글씨를 쓸 때 처음에는 정상적인 크기로 시작한 글이 점점 작아지는 ‘소자증’이 특징으로 관찰된다. 이는 파킨슨병이 필기 같은 미세한 운동조절에 관여하는 뇌 영역에도 영향을 주는 데서 비롯된다.
8. 변비
주의해야 할 또 다른 초기 징후로는 변비가 있다. 소화를 포함한 비자발적 신체 기능을 조절하는 부분인 자율신경계가 파킨슨병 때문에 고장 나면서 생기는 문제다.
소화기 계통의 근육이 둔해지며 배변도 느려지는 것. 이렇듯 파킨슨병은 적절한 소화와 배설에 필요한 근육의 움직임을 망가뜨린다.
9. 땀 흘림
파킨슨병과 땀을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슈왈츠 박사는 “땀을 흘리거나 조절하는 데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파킨슨병의 비운동성 전조증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파킨슨병과 동반되는 자율신경계 조절 장애로 인해 발생한다.
이러한 증상들 중 하나 이상을 경험한다고 해서 반드시 파킨슨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증상들은 의사와의 상담을 고려하게 하는 유의미한 초기 지표로 작용할 수 있다.
우울증과 불안장애
지난 2013년 약 2만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 진단을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2015년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우울증 진단을 받은 14만여 명을 관찰한 끝에 우울증이 파킨슨병 발병 위험에 기여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동시에 우울증은 파킨슨병의 잠재적인 전구단계이자 초기 징후에 해당했다.
불안장애의 경우 파킨슨병과 함께 발병한다고 알려졌다. 파킨슨병 환자의 약 40%가 ‘상당한 불안’을 겪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연구진은 전형적인 운동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불안장애가 먼저 나타날 확률이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불안장애가 심리적 또는 사회적 요인보다는 파킨슨병과 관련된 뇌 변화와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치료 지연의 결과
아무리 완치가 불가능하다지만, 파킨슨병에도 치료의 적기가 있다. 그 시기를 미루면 가장 효과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셈이다. 또 파킨슨병을 치료하지 않으면 신체 움직임이 둔해져 일상 활동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결과적으로 삶의 질이 크게 나빠진다.
미국관리의료저널(AJMC)에 게재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파킨슨병에서 최적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조기 개입이 중요하다. 조기 치료가 파킨슨병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완화해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도 도출됐다. 또 무엇보다도 조기 치료를 위해서는 조기 진단이 우선이다.
*이 기사는 번역 및 정리에 황효정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