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중·러 주도 상하이협력기구 가입…유라시아 블록 확장세

애덤 머로우(Adam Morrow)
2023년 07월 21일 오후 9:20 업데이트: 2023년 08월 07일 오후 5:37
TextSize
Print

이란이 중국과 러시아 주도의 상하이협력기구(SCO)에 공식 가입했다.

지난 4일(현지 시간) 화상으로 열린 SCO 정상회의에서 올해 SCO 의장국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이란을 정식 회원국으로 승인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세예드 아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회원국과 함께 집단 안보를 구축할 것이며 (SCO 가입을 통한) 장기적인 경제 발전의 기회를 희망한다”고 연설했다.

이어 “(유라시아) 지역 국가들이 (공통된) 문화·문명에서 비롯된 공동의 이상을 따를 때 비로소 지속적인 평화와 안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중국·인도의 주요 석유 공급국이자 러시아에는 ‘전략적 파트너십’ 국가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제 본격적인 형식으로 함께하게 될 것”이라며 이란의 가입을 환영했다.

Vyacheslav Oseledko/AFP/Getty Images/연합뉴스

최우선 의제 : 탈(脫)달러화

SCO는 공동성명에서 다극화된 국제질서를 구축해 나간다는 전략적 구상을 명확히 밝혔다. 또한 정치·안보·무역·경제·금융·투자·문화 및 인도적 유대 차원에서 회원국 간 협력을 강화할 계획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SCO)는 다른 국가나 국제기구를 겨눈 기구가 아니며, UN헌장 및 국제법의 목표와 원칙에 따른 광범위한 협력에 열려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회원국 간 미국 달러가 아닌 대체 통화로 금융 거래를 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이와 관련 라이시 대통령은 “달러가 서방 패권의 무기인 만큼 이에 맞서 달러가 아닌 자국 통화를 사용해 새로운 탈달러 경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또한 같은 의견을 냈다. 실제 러시아와 중국 간 무역의 80% 이상은 달러가 아닌 위안화와 루블화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Greg Baker/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반(反)서방

SCO는 지난 2001년 유라시아 대륙 내 서방의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가 창립한 기구다. 중국과 러시아 외에도 SCO의 창립 회원국으로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이 있다.

이후 2017년 인도와 파키스탄이 SCO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했으며, 이로써 SCO에 소속된 핵 보유국이 4개국으로 늘어났다. 러시아의 핵심 동맹국인 벨라루스도 올해 안에 가입을 앞둔 상태다.

SCO는 아울러 러시아가 주도하는 구소련 국가 군사동맹인 집단안보조약기구와의 조직화도 꾀하고 있다. SCO 회원국들은 오는 8월 러시아 첼랴빈스크 지역에서 합동안보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이 SCO 화상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Alexander Kazakov/SPUTNIK/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푸틴, 동맹국들 안심시키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SCO 정상회의에 참석함으로써 자신이 러시아 내에서 여전히 확고한 권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과시, 동맹국들을 안심시켰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민은 그 어느 때보다 단결돼 있다”며 “러시아 전체가 무장반란 시도에 맞서 연합 전선으로 행동해 조국의 운명에 대한 단합과 높은 책임을 보여줬다”고 단언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무장반란을 일으켰다. 당시 중국과 이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SCO 회원국 지도자들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헌법 질서와 국민의 생명,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 지지를 표명해 준 SCO 회원국들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 SCO 정상회의 모습|Sergey Bobylev/Sputnik/Pool via Reuters/연합뉴스

“매우 심각한 힘”

중국 베이징에 본부를 둔 SCO는 인구와 지리적 범위 측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지역블록이다. SCO 회원국들은 전 세계 인구의 40%, 유라시아 대륙의 60%, 세계 GDP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는 SCO 가입을 공식화, 정식 회원국 가입을 위한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SCO 가입을 희망하는 국가, 특히 SCO에 가입하려는 미국의 우방국으로는 이집트와 카타르도 거론된다.

지난해 이집트와 카타르는 ‘대화 파트너 국가’로 SCO에 합류했다. 이 밖에도 아랍에미리트, 미얀마 등이 대화 파트너 국가로 합류했다.

지난 5일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회원국과 대화 파트너 국가의 수는 총 26개국”이라며 “(이는) 매우 심각한 힘”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아프가니스탄 외무부도 다가오는 SCO 정상회의에 참여하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프가니스탄 외무부는 트위터를 통해 “지역 안보와 발전을 위해 SCO를 환영하며 아프가니스탄의 회의 참여가 정당한 권리 내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번역 및 정리에 황효정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