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정보기관 연방정보국(FIS)이 중국과 러시아의 스파이 활동은 스위스에 큰 위협이라고 밝혔다.
FIS는 지난달 26일 발표한 ‘2023 정세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파견한 외교관 중 3분의 1이 간첩일 가능성이 있으며, 중국 간첩은 러시아에 비해 숫자는 적지만 주로 학자나 언론인, 기업 임원으로 위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 유럽 내 다른 지역에서는 러시아 간첩 활동이 약화됐지만, 국제기구 다수가 위치한 스위스는 수도 베른과 제네바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간첩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크리스티앙 뒤세이 FIS 국장은 “UN의 유럽본부가 있는 제네바에는 각국에서 보낸 수백 명의 외교관이 도시에 상주하거나 주요 회의 때마다 정기적으로 모인다”며 “간첩 활동으로 인해 제네바와 스위스의 국제적 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뒤세이 국장은 또한 중국 간첩들은 외교관보다는 비외교관으로 위장하는 경우가 많다며 중국 공안의 해외 비밀경찰서, 중국인 교민 단체의 확대 등에 힘입어 유럽에서 중국의 첩보작전이 더욱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보고서와 관련해 “근거 없는 비방을 중단하라”고 응수했다. 마오닝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외교부 정례 기자회견에서 스위스의 보고서 내용을 부인하고 “중국은 간첩활동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보고서는 유럽에 한정했지만, 대상을 아시아·태평양과 북미로 확대하면 중국 공산당 스파이의 활동이 더 활발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캐나다에서는 저스틴 트뤼도 총리가 지난 3월 중국의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독립적인 특별보고관을 임명해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고 (위부 세력의) 개입에 맞서 싸우고 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전문가 권고안을 작성하도록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19년 4월 중국 항공사 근무원이 현지법을 위반하고 중국 관리들을 몰래 도운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아 10년형 등을 선고받았다.
중국 에어차이나(중국국제항공)에서 매니저로 근무하던 린잉은 공산당 인민해방군 장교들의 수하물을 다른 승객의 이름으로 운송하거나 중국 관리들의 휴대전화 심(SIM) 카드를 보안검색대를 통과할 수 있도록 도운 혐의를 인정했다.
호주에서도 중국 공산당의 선거 개입 시도가 적발돼 사회적 문제가 됐다. 호주 국가안보정보원(ASIO)은 지난 3월 “최근 호주 총선을 앞두고 한 외국 정부기관이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정치인을 심으려 시도한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ASIO는 국가명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호주 언론들은 정보 당국자들을 인용해 중국 간첩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에 출마하는 노동당 후보를 매수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2005년 호주로 망명한 천융린(陳用林) 전 시드니 주재 중국 총영사관 외교관은 당시 “호주에만 1000여 명의 중국 공산당 간첩이 활동하고 있다”고 증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