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꼬치구이 성지’ 2달 만에 상권 몰락…상가 매물 즐비

강우찬
2023년 07월 7일 오후 6:53 업데이트: 2023년 07월 7일 오후 6:53

올해 5월 노동절 연휴 기간 중국에서 ‘꼬치구이 맛집’으로 전국적인 붐을 일으켰던 산둥성 쯔보시의 참담한 근황이 전해졌다.

맛집 탐방 행렬과 언론 보도가 이어졌던 쯔보시에서는 상가 매물이 줄 이을 정도로 찬바람이 불고 있다고 5일 현지 매체 중국신문주간이 전했다.

신문은 중국의 생활 서비스 플랫폼인 ’58퉁청(同城)’ 데이터를 인용해 “매물로 나온 꼬치구이(BBQ) 매장 광고가 수백 건”이라고 보도했다. “꼬치구이 성지”라던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불과 2개월 만이다.

보도에 따르면 매물 광고에는 “신규 오픈 매장”, “내부 수리 완료”, “설비 신품” 등의 표현이 빠지지 않는다는 게 특징이다. 두 달 전 ‘붐’에 편승해 신규 투자했지만 실제 운영은 거의 해보지도 못한 경우가 많았다.

“양도 후 바로 영업 가능”이라고 쓴 매물도 많았다. 가격은 10만 위안(약 1800만원)부터 수십 위안 선이었다. 50만 위안(약 9천만원)에 나온 한 매물에는 ‘급매’ 표시가 붙었다. 신문은 “구매자가 쉽게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노동절 황금연휴 맞춰 일어난 ‘쯔보 꼬치구이 열풍’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CCTV 관영언론을 비롯해 수십 개 신문사와 방송이 앞다퉈 기사를 쏟아내며 텔레비전과 지면,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장식하면서 한때는 중국 전역에서 몰려든 손님들로 도시를 가득 채울 기세였다.

호황은 꼬치구이를 파는 음식점에만 머물지 않았다. 숙박시설과 식재료 납품업체까지 매출 급성장을 기록했고 오랜 역사를 지녔지만 비교적 한산했던 지역 관광명소들도 북새통을 이뤘다. 관영언론들은 대성황이라 평하며 “중국의 경기회복 조짐”이라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중국 경제는 작년 12월 중순까지 계속된 ‘칭링(淸零·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기업 도산이 잇따르면서  말 그대로 빈사 상태에 이르렀다.

상점들은 문을 닫았고 공장 가동이 제한된 기업들은 직원들을 내보냈다. 곳곳에서 실업자가 넘쳐나고, 대학졸업자들에게 닥친 사상 최악의 취업난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제로 코로나를 “전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방역 정책”이라고 추켜세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들이고도 바로 지난달까지 2차 대유행을 겪으며 코로나 사태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불 꺼진 상점가…. 역시나 ‘거짓’으로 드러난 경기회복

‘먹고살기 힘들다’는 민중의 불만이 쌓여가자, 중국 공산당은 이제 노점 경제를 장려하고 청년들에게는 농촌에 내려가 일자리를 찾으라고 등 떠밀기 시작했다.

앞서 2021년 그동안 목표로 했던 ‘전면적 소강사회(小康社會·모든 국민이 비교적 안정되고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는 사회)’를 달성했다고 선언한 지 2년 만에 사실상 국민을 먹여 살릴 해법을 찾지 못했다고 고백한 셈이 됐다.

노점 경제와 청년 귀농 장려 정책은 중국 경제를 살릴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민중이 폭발하는 것을 늦추려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청년들은 온라인에서 “노점을 차리거나 농촌으로 내려가 일자리를 찾는 것은 정부가 도와주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들”이라며 “이게 경제 대책이 맞느냐”며 싸늘한 시선을 던지고 있다.

“필사적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인민에게 ‘노점으로 먹고살라’고 말하는 것은 정부의 무능을 드러내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따끔한 목소리도 나온다.

당연하게도 노동절 황금연휴의 ‘내수 경기 회복 조짐’은 정권의 정치적 필요성에 의해 반드시 사실이 되어야 했고, 해외에까지 보도되며 세계적 관심을 끈 ‘쯔보 꼬치구이’ 열풍은 처음부터 기획·연출된 “거짓 번영”이라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새로 들어선 꼬치구이 상점가의 최근 모습(위)과 5월 오래된 상점가(아래)를 비교한 영상의 한 장면. | 웨이보

달라진 여론, SNS에선 “쯔보 꼬치구이 근황은?” 게시물

올해 노동절 황금연휴의 특징은 씀씀이를 줄이는 구두쇠 여행이었다.

언론에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 “보복 여행 폭발” 등 화려한 수식어들이 등장했지만, 중국 문화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보다 19.1% 늘어난 국내관광 건수에도 불구하고 국내 관광수입은 2019년에 비해 0.7% 증가에 그쳤다.

연휴 기간 인구이동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는 전혀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못했다.

애초 특별한 비법이랄 것도 없는 꼬치구이가 전국적인 열풍을 일으킨다는 것이 무리수였다는 지적이 많았다. 오히려 연휴가 끝나면 더 긴 불황에 빠져들어 갈 것이라며 냉정하게 분석한 전문가들도 적지 않았다.

치히로 BBQ를 포함한 연휴 경제가 가져올 떠들썩함에 대해 “이것은 한때의 번영일 뿐이다. 황금연휴가 끝나면 필연적으로 더 장기간 불황이 올 것”이라며 붐이 한창일 당시부터 냉정하게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았다.

중국보는 5일 틱톡 중국 버전 ‘더우인’ 데이터를 인용해 ‘쯔보 BBQ’ 일일 검색 건수가 지난 4월 9일 247만6천 회에서 같은 달 29일 1105만8천 건으로 최고조에 올랐으나 노동절 연휴 기간부터 하락해 지난달 30일 10만9천 건으로 주저앉았다고 보도했다. 두 달 만에 대중의 기억에서 잊힌 셈이다.

다만 신문은 “쯔보 BBQ의 인기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라 성수기에서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봐야 한다”는 견해를 덧붙였다.

그러면서 “일부 오래된 가게와 온라인 인기 상점은 대기시간이 줄긴 했어도 여전히 대기열이 있다”며 “다만 최근 뛰어든 매장들은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쯔보시에서 150㎡(약 45평) 규모 꼬치구이 매장을 운영한다는 업주는 이전까지의 매출과 비교해 “요즘은 운영비조차 감당할 방법이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운수업종에 종사했던 이 업주는 지난 4월 쯔보 꼬치구이 열풍에 편승해 매장을 열었다.

그는 “오픈 직후부터 매출이 가파르게 성장했다. 노동절 연휴 때는 오후 3시가 되기 전부터 가게 앞에 장사진을 이뤘다. 새벽 3시가 되도록 매장이 만석이었다. 하루 회전율이 100회가 넘었다. 너무 바빠서 두세 시간 자는 게 고작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지금은 하루 영업해도 두세 테이블밖에 손님이 오지 않는다”며 “두안야스(断崖式) 하락”이라고 말했다. 두안야(断崖·단애)는 높고 가파른 낭떠러지를 의미한다. 두안야스 하락은 중국에서 주가나 자신의 정치적 지위가 급락했을 때 쓰인다.

지난 5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쯔보 BBQ 어떻게 됐나’라는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물이 검색 순위 10위권에 들었다. 어느새 자취를 감춘 유행이 어떻게 끝났는지 궁금한 이들의 검색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쯔보 꼬치구이 열풍은 관영언론의 붐 조성 영향 외에도 코로나19 기간 억눌렸던 외출 욕구와 소셜미디어에 유행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려는 경향이 강한 청년층의 소비 패턴도 작용한 결과라는 견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