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한 살이나 차이가 나는 두 영웅은 서로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 선 지 6년 후인 2018년 3월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북대청에서 처음으로 대면했다. 통통한 얼굴과 복장, 마치 아버지와 아들처럼 보였다.” ‘서조선’부터 ‘45도 인생’까지 중국의 신조어를 소개한 책 《요즘 중국》이란 책의 한 단락이다.
‘두 영웅’은 누구일까? 김정은 조선로동당 총비서와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이다. 저자는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총비서에게는 공통점이 많다”며 다섯 가지 예를 들었다.
첫째, 시진핑과 김정은은 둘 다 장남이 아니라 차남이지만 어릴 때부터 ‘위대한 아버지’를 보고 자라며 제왕학을 익혔다.
둘째, 시진핑은 중국 공산당 정권을 ‘집단 지도 체제’에서 ‘1인 지도 체제’로 바꿔놨다. 당내 서열 2위였던 리커창 총리는 리 성장(省長·도지사)이라 불릴 정도로 영향력이 약해졌다. 북한에서도 한때 장성택 당행정부장이 권력 서열 ‘부동의 2인자’였지만 2013년 12월 김정은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셋째, 둘 다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군사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강국 강군’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시진핑은 군비 증강에 매진하고 있고 김정은은 미사일, 핵실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넷째, 시진핑의 부인 펑리위안과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는 둘 다 한때 국민 가수였다.
다섯째, 육류를 즐겨 먹는 것으로 유명한 시진핑처럼 김정은도 매일 스테이크 300g을 먹어 치울 정도로 고기를 좋아한다.
더하여 시진핑 집권 이래 중국 사회의 전체주의 체제는 북한을 나날이 닮아가고 있다.
2016년 2월 19일 시진핑은 중국 언론계에 “언론의 활동은 곧 중국 공산당의 활동이다. 모든 언론은 당과 정부를 위한 선전 진영이며 당성을 밝히는 것이 필수다”라며 ‘뉴스 미디어의 당성 원칙’을 강조했다.
한 달 후 열린 중국 공산당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진핑은 “앞으로 미디어가 반(反)당, 반(反)마오쩌둥 보도를 내보내는 것은 용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개인숭배를 금지한 덩샤오핑의 결정을 35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저자는 이들 두고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하는데 ‘마오쩌둥 주석은 전부 옳다’ → ‘시진핑 주석은 마오쩌둥의 후계자다’ → ‘시진핑 주석은 전부 옳다’라는 논법”이라고 평했다. “이는 ‘김일성 주석은 전부 옳다’ → ‘김정은 총비서는 김일성 주석의 직계 자손이다’ → ‘김정은 총비서는 전부 옳다’라는 논법과 같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중국의 지식인들은 자국을 자학적으로 ‘서조선’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저자는 설명했다.
《요즘 중국》에는 ‘서조선’ 외에도 현재 중국에서 널리 쓰이는 신조어, 유행어, 은어 33개도 소개됐다.
저자 곤도 다이스케는 일본 출판사 고단샤의 베이징 부사장을 거쳐 고단샤 특별편집위원, <겐다이 비즈니스> 칼럼니스트로 일했다.
그는 “30년에 걸쳐 중국 소식통을 담당하고 있는데 ‘시진핑 신시대’라고 하는 요즘이 중국을 이해하기 가장 어렵다”며 “이 책에 소개된 중국 신조어, 유행어, 은어가 독자들에게 중국을 이해하는 길잡이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