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이미지 저해? 中 당국, 자국 금융매체 조사

강우찬
2023년 07월 01일 오후 6:01 업데이트: 2023년 07월 01일 오후 8:42
TextSize
Print

중국 당국이 자국 언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경제 회복’ 분위기 조성에 찬물을 끼얹는 기사를 검열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27일 중국 남부 광둥성의 한 미디어 그룹은 산하 자회사가 전날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의 입안 조사를 받게 됐다는 공고문을 상하이 증권거래소 홈페이지 등을 통해 발표했다.

광둥성 미디어 그룹 ‘남방출판전매(南方出版傳媒·이하 남방전매)’는 그룹 산하 언론사인 광둥시대전매(廣東時代傳媒·이하 시대전매)’가 “허위사실을 유포해 ‘증권법’, ‘행정처벌법’ 등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대전매 임직원은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편의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앞으로 콘텐츠의 진정성과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뉴스보도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신화통신은 시대전매에 적용된 허위사실 유포 혐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며 증감위 조사가 끝나봐야 관련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대전매는 금융과 생활 분야 중심으로 신문 1개와 잡지 12개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어떤 매체가 문제가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증감위가 조사에 나섰다는 점에서 금융·경제 관련 기사가 지목됐을 것으로 여겨진다.

중화권에서는 이번 증감위의 시대전매 조사 발표가 중국 사이버 당국이 추진 중인 ‘네트워크 정화 작전(清朗行動·청랑행동)’과 무관치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작전은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이 2016년 출범한 프로젝트로 당초 온라인에서 미성년자에게 유해한 콘텐츠를 삭제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이후 매년 개인정보 유출 예방, 연예인 사생활 등 불량 뉴스 추방에서부터 공산당 창건 기념일이나 노동절 등 정치적 명절을 앞두고 축하 분위기 띄우기 등 그때그때 사회적 필요와 정권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분야로 작전이 확대됐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대안언론으로 주목받는 ‘1인 미디어’ 단속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3월28일 국무원 정보판공실이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인터넷정보판공실 뉘우이빙(牛一兵) 부주임(부국장)은 “지난해 13개의 특별작전을 실행해 5430만 건 이상의 불법·부적절 콘텐츠를 삭제했고 680만 개 이상의 계정을 폐쇄했다”고 실적을 발표했다.

뉘우 부국장은 이어 올해 특별작전의 목표로 △네티즌 제보에 기반한 규범위반 단속 및 혼란 치료 △인터넷 분란 조장 행위, 1인 미디어의 혼란 유발, 짧은 동영상 중독 등 현안 해결 △네트워크 거버넌스 기능 조정 및 기술 업그레이드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기술적 목표인 세 번째를 제외한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모두 정보 검열 및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은 리오프닝 이후에도 경제 회복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달 중순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체이스, 스위스 UBS,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반면 중국 주요 언론은 중국 경제의 “잠재력”, “회복세”를 전하기에 바쁘다. 지난달 21일 신화통신은 ‘”현재 국제환경이 복잡하고 엄중하다”면서도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대책이 속속 발표되고 있어 하반기 경제 회복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온라인에서는 민간 경제 전문가들이 이러한 분위기와 반대되는 분석과 정보를 게재하고 있다.

중국 유명 경제 분야 작가인 우샤오보(吳曉波)의 웨이보와 위챗 계정이 지난달 26일 차단됐다. 웨이보는 “실업률을 과장하고 증권시장 발전을 비방하는 등 부정적이고 유해한 정보를 유포하고 현 정책 및 관리 시스템을 공격하고 깎아내리는 콘텐츠를 게시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우샤오보는 중국 명문 푸단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방문학자를 거쳐 현재 상하이 지방신문인 동방조보(東方早報)에서 경제 전문가로 재직하면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활발한 저술활동을 펼쳐왔다. 웨이보 계정 팔로워만 473만 명인 인플루언서다.

그의 위챗·웨이보 계정은 작년 6월에도 “중국 경제 상황을 나쁘게 묘사하는 글을 올린 혐의”로 한동안 차단된 바 있다.

한 중국 증권계 인사는 우사오보의 계정 폐쇄에 관해 “진실을 말하는 사람에게 좋은 결말은 없다. 네트워크는 선량한 사람에게 부정한 일을 저지르도록 강요하는 분위기가 돼 버렸다”고 논평했다.

한편, 전매(傳媒)는 방송매체를 뜻하는 중국어 단어로 매스미디어 정도의 의미에 가깝다. 요즘 한국 학부제로 따지면 커뮤니케이션 학과에 해당한다.

남방전매는 1999년 말 설립된 남방출판사를 모태로 2009년 말 설립된 미디어 그룹으로 출판사 10개, 신문사 4개, 잡지사 26개 등을 거느리고 있다. 상하이 증시에 상장됐으며 시가총액은 지난달 30일 기준 183억7천만 위안(약 3조3천억원)이다.

이 기업 산하 시대전매에 대한 증감위 조사 조치는 중국 경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는 매체에 불이익이 주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