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든 행정부 국경·이민 분야 고위관리 4명 줄사퇴

윤건우
2023년 06월 28일 오후 3:49 업데이트: 2024년 05월 28일 오후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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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HS 부장관, CBP 부청장대행 등 1년여만에 퇴임
시민단체 “불법이민자로 인한 혼란과 무관치 않아”

미국에서 불법 이민이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는 가운데, 국경 정책 주요 책임자들이 최근 줄줄이 사퇴해 논란이 일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정책을 비판해 온 시민단체는 이들이 불법이민 폭증으로 인한 혼란 사태에 대한 책임을 우려해 미리 발을 빼려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지난 20일 국경·이민정책 주관부서인 국토안보부(DHS)의 존 티엔 부장관(60)은 취임 2년 만인 이달 6월 사임을 발표했다. 육사 출신으로 퇴역 육군 대령인 티엔 전 부장관은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그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사퇴했거나 사퇴 의사를 밝힌 이 분야 고위 책임자는 티엔 부장관을 포함해 모두 4명에 이른다.

국경순찰대 대장 라울 오르티스는 지난달 31일 이달 말까지만 일하고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이달 5일에는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대행 태 존슨, 9일에는 관세국경보호청(CBP) 부청장대행 벤지민 허프만이 이달 말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제각각 다른 사퇴 이유를 댔지만, 불법이민 증가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무관치 않다는 게 관련 단체의 지적이다. 비영리기관인 ‘미국이민개혁연맹(FAIR·패어)’의 대변인 아이라 메일맨은 “티엔 부장관이 밝힌 퇴임 사유는 ‘개가 숙제를 먹어치웠다’는 변명과 마찬가지”라고 비꼬았다.

티엔 부장관을 포함해 관련 당국자들의 사퇴는 불법이민 문제를 둘러싸고 돌아가는 상황을 볼 때 더는 버틸 수 없겠구나 싶어서 지금이라도 달아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패어’는 불법이민이 미국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조사해온 단체다. 최근에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정책이 인도적 차원을 넘어섰으며, 미국 시민들의 정당한 권익을 해치며 불법이민자들을 편들기하는 수준으로 기울어졌다는 경고음을 내고 있다.

이 단체는 22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불법이민자 숫자가 1680만 명이며, 이들로 인해 정당하게 세금을 내는 미국인들이 입는 피해액이 총1630억 달러(약 212조8천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단체 대변인 메일맨은 “단체에는 불법이민자들에게 일자리와 사업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는 미국인들의 피해 신고 접수가 늘고 있다”며 메인주의 소도시 ‘유니티(U nity)’의 사례를 전했다.

인구 2천 명으로 주민 대부분이 백인인 유니티는 연평균 소득 중간값이 2만7천 달러(약 3500만원) 수준이지만, 불법이민자 수백 명을 수용하게 됐다는 소식이 지난주 전해지면서 지역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불법이민자를 보호하고 수용하겠다고 선언한 이른바 미국 내 ‘피난처’ 도시인 포틀랜드에서 불법이민자 600명을 보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메인주 포틀랜드는 난민이나 불법이민자들을 보호하는 이른바 ‘성역 도시’로 자리매김해왔으나 작년부터 불법이민자들이 밀려들면서 수용 능력이 포화상태에 달하자 주변 중소도시로 이들을 분산시키고 있다.

현지 언론 ‘메인 와이어’에 따르면 포틀랜드시 외곽 호텔들은 이미 난민캠프가 됐으며, 이들의 숙박비는 주민 세금과 연방정부 보조금으로 충당하고 있으나 자금이 빠르게 소진돼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메일맨 대변인은 바이든 정부가 ‘열린 국경’ 정책을 펼치면서 비슷한 혼란 상황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기존 이민정책에 관한 검토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텍사스 주의회 공화당 소속 트로이 네일스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페어 보고서를 공유하면서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불법이민자 숫자가 미국 전체 50개 주 중에서 인구밀집도가 높은 4개주를 제외한 나머지 46개 주 전체인구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 이 기사는 엘리스 지오다노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