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분석가들이 본 바그너 반란이 중국에 미칠 영향

2023년 06월 26일 오후 11:29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이 일어났다가 극적으로 ‘해결’됐다. 이 반란 사태가 러시아 정세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중국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 일일천하로 종료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수장은 24일 용병들에게 모스크바 진격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 야전 캠프로 돌아가라고 명령했다. 이날 새벽부터 시작된 반란이 일일천하로 끝난 것이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벨라루스로 떠날 것이고, 그에 대한 형사입건은 취소되고 바그너그룹 용병들도 처벌받지 않을 것이다. 양측이 한발씩 물러나면서 사태가 봉합된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펑충이(馮崇義) 호주 시드니공대 교수는 25일 에포크타임스에 “이번 바그너그룹 사태는 쿠데타도 배반도 아니다”라며 “그들은 러시아 국방군과 별다른 교전을 벌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리고진은 러시아 국방장관과 원한이 있어 푸틴에 대한 불만도 커진 것”이라고 했다.

24일 러시아 용병 그룹인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가운데)이 모스크바를 향해 전진하던 병사들에게 기지로 돌아가라고 명령하는 녹취록을 발표했다. | Handout/TELEGRAM / @razgruzka_vagnera/AFP/연합

황펑샤오(黃澎孝) 대만 군사평론가는 바그너그룹이 모스크바를 장악했을 경우의 위험성을 분석했다.

“바그너그룹이 모스크바를 장악하는 것은 푸틴에게 가장 불리한 패배 방식이다. 그러나 바그너그룹 지도자들이 푸틴보다 나을 것 같지 않다. 러시아는 핵 대국이기 때문에 만약 핵무기가 그들 손에 넘어갈 경우 유럽 안보에 미칠 영향은 매우 끔찍하다. 며칠 동안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잇달아 회의를 열고 있는데 아마 이를 우려해서일 것이다.”

바그너그룹이 일으킨 돌발 사태에 미국·영국 등은 긴급회의를 소집했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이 사태는 러시아의 ‘내정’이라고 말했다.

바그너그룹 반란이 중국에 미치는 영향

프리고진의 반란 소식은 24일 중국 인터넷에서 슈퍼 핫이슈가 됐다. 에포크타임스 기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4일 5시 15분(현지시간) 기준 관련 인기 검색어가 바이두 10개, 웨이보 12개를 포함해 총 22개를 기록했다. 웨이보의 여러 인기 검색어는 1억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중 ‘푸틴이 바그너 책임자가 반역했다고 비난했다’는 게시글이 오후 7시 기준 6억6000만 뷰를 넘어섰다.

24일 저녁 7시경 ‘푸틴, 바그너 책임자가 반역했다고 비난했다’는 웨이버 게시글이 6억6000만 뷰를 넘어섰다. | 웹 페이지 캡처

트위터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 공산당의 대만 침공을 비교하면서 푸틴이 실각할 경우 시진핑에게 미칠 충격을 분석하는 등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1989년 천안문 사건 당시 학생 지도자로 활약했던 민주화운동가 왕단(王丹)은 트위터에 “러시아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 시진핑이 전쟁을 일으키면 중국에서도 일어나지 않을까?”라고 했다.

황펑샤오는 에포크타임스에 러시아의 이번 사건이 시진핑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빨리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소모전으로 이어져 병사들이 한계에 다다랐고, 이런 상황에서 군심이 동요할 수 있다. 시진핑은 앞으로 어떤 군사행동을 하든, 특히 대만을 침공하려 할 때 더 조심스러울 것이다.”

황펑샤오는 중공군의 개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중공은 2015년 군 개혁을 단행해 작전 지휘권과 인사권을 분리했다. 각 전구(戰區)는 작전 시에만 지휘권이 있을 뿐 인사나 승진 등에 대한 권한은 없다. 게다가 충성 체제가 구축돼 당분간 군의 반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이 대외적으로 군사 확장을 시도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켜봐야 한다.”

펑충이는 “중국 공산당이 아직 다른 나라와 교전을 벌이지 않았기 때문에 러시아의 현재 상황과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푸틴이 무너지거나 러시아 독재 정권이 무너지면 시진핑 정권에 큰 충격을 줄 것이고, 중국 내 자유민주주의 역량과 서방 민주 세계에 큰 용기를 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만약 푸틴 정권이 올해 무너진다면 시진핑 정권은 1~2년 안에 무너질 수 있다”며 “중·러 모두 독재체제이기 때문에 많은 중국인이 독재자의 퇴진을 원한다”고 했다.

장옌팅(張延廷) 전 대만 공군 부사령관은 에포크타임스에 러시아의 이번 사건이 중국 본토에서 ‘미러링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는 그동안 발생한 재스민 혁명, 홍콩 송환법 반대 운동 등 각종 색깔혁명을 알고 있다. 홍콩의 송환법 반대 운동은 진압됐지만 이런 사조들로 인해 여진이 일어날 것이다. 여진이 확대되면 중국 공산당에도 큰 압력이 될 수 있다.”

“중공 정권의 위기는 중난하이에서 비롯”

황펑샤오는 시진핑이 대권을 장악하고 국가주석 임기 제한을 없앤 것이 오히려 정권의 취약성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시진핑이 권력 인계를 전혀 준비하지 않아 그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중공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중앙에 지도자가 부재하는 상황이 되고, 현재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몇몇 난쟁이들만으로는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 그때는 군의 역할이 관건이 될 것이고, 야심가가 있다면 군벌이 할거하는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우리는 중국의 심층 위기가 대만해협도 남중국해도 동중국해도 아닌 중난하이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이어서 그는 독재 정권은 취약한 정권 구조 때문에 변수가 많다고 지적했다.

“독재 정권은 겉으로는 굳건해 보이지만 내부에는 서로 의심하고 있어 매우 취약하다. 독재 정권의 몰락 경로를 몇 가지로 예측할 수 있다. 전쟁이 일어나면 군이 쿠데타를 일으키고, 전쟁이 없으면 민중 봉기로 시작돼 군의 반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백지운동처럼 민중이 들고일어날 때 군과 경찰이 진압하지 못하거나 진압 명령에 불복한다면 정치인들이 시진핑을 끌어내릴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