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둥·티몰, ‘6·18’ 쇼핑축제 실적 비공개…소비시장 위축 여전

강우찬
2023년 06월 21일 오후 9:06 업데이트: 2023년 06월 21일 오후 10:50

쇼핑몰 플랫폼 업체들, 총거래액 발표 안 해
업계 1위 징둥닷컴도 축제시작 후 첫 비공개

중국의 상반기 최대 온라인 쇼핑 행사로 꼽히는 ‘6·18 쇼핑 축제'(이하 쇼핑 축제)가 기대 이하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5월 초 노동절 연휴기간을 전후로 “소비시장 회복”을 주장해왔지만 실제로는 소비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0일 증권시보, 중국상보망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시작한 쇼핑축제가 지난 18일 막을 내린 가운데,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 업체들이 줄줄이 총거래액을 비공개했다. 지금까지 쇼핑 축제가 끝나면 앞다퉈 실적을 자랑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 업체들은 총거래액 대신 ‘소비자 만족도 향상’, ‘방문자의 쇼핑몰 체류시간 증가’, ‘판매자의 영상 콘텐츠 홍보 참여율’ 등을 쇼핑 축제 실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업계 1위인 징둥닷컴(JD.com·京東)은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률을 보이며 새 기록을 세웠다”면서도 구체적인 총거래액은 밝히지 않았다.

징둥닷컴은 이번 쇼핑 축제를 ‘소비시장 회복’을 확인할 기회로 삼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300위안(약 5만4천원) 구매당 50위안(약 9천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매일 60위안씩(약 1만8백원)의 쇼핑 보조금을 추가로 지원하는 등 총 100억 위안(약 1조7980억원) 규모의 역대 최대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참여 업체 숫자도 역대 최다였다. 징둥닷컴은 온라인 가맹점의 경우 참여 업체 숫자가 38만 곳으로 작년 대비 80% 증가하는 등 지금껏 가장 많은 온오프라인 가맹점이 쇼핑축제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징둥닷컴은 19일 실적 보고서에서 품목별, 시간별 매출 증가세를 자세히 발표하면서도 총거래액만큼은 밝히지 않았다. 징둥닷컴이 총거래액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2010년 축제 시작 이후 처음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산하 타오바오 티몰(Tmall.com·天貓)은 “사용자 수, 판매자 수, 거래액 모두 플러스 성장했다”면서도 총거래액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티몰은 중소 규모 판매자 256만 명의 올해 쇼핑 축제 기간 판매액이 작년 실적을 넘어섰고, 판매액 1만 위안(약 180만원)을 넘어선 소상공인이 118만 명을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6만8천 명은 입점한 지 3개월 미만이라고 밝혔다.

자사가 쇼핑축제를 통해 중소 규모 판매자들의 매출 증대를 촉진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총거래액 이야기만 쏙 빼놓은 셈이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 정보제공업체 왕징서 전자상거래연구센터 천후둥 연구원은 “올해 많은 플랫폼 업체가 축제 기간 거둔 총거래액을 발표하지 않았다”며 “이는 소비자의 구매력이 약화했을 수 있음을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경제매체 신랑차이징은 “업체별 쇼핑 축제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방역정책 완화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단기적으로는 소비심리가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중장기적 소비심리 회복은 소득이 증가하리라는 기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주요 투자은행들은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하고 있다. 중국이 코로나19 봉쇄를 끝내고 경제활동을 재개했지만 경제지표상 회복이 더디다는 이유에서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6%에서 5.4%로 낮췄다.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내놓더라도 기업과 소비자의 비관론을 되돌리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JP모건은 전망치를 5.9%에서 5.5%로 내렸다. 중국 경제가 회복 모멘텀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와 일본 노무라 증권도 각각 전망치를 5.7%에서 5.2%로, 5.5%에서 5.1%로 낮췄다.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도 지표 부진을 근거로 5.8%에서 5.4%로 떨어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