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해양 방류는 국제환경법 위반인가?

박석순 이화여대 명예교수, (전)국립환경과학원 원장
2023년 06월 21일 오전 11:10 업데이트: 2023년 06월 21일 오전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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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환경법에 적용되는 두 가지 중요한 원칙은 영토관리책임의 원칙(Principle of Territorial Jurisdiction)과 동등이용의 원칙(Principle of Equal Use)이다. 영토관리책임의 원칙은 “자국의 영토를 타국의 영토 또는 타국의 권리에 해를 끼치는 방법으로 사용되거나 사용되도록 허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동등이용의 원칙은 “국제하천과 같은 자연자원을 공유하는 두 개 이상의 국가는 동등하게 이용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동등이란 상하류 구분 없고, 차지하는 유역 면적의 상대적 크기와 상관없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원칙들을 위반하게 되면 국제기구를 통해 해결하거나 상호조약을 체결하여 해법을 모색하기도 하며, 극단적인 경우에는 전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1967년의 제3차 중동전쟁은 요르단강을 둘러싼 동등이용의 원칙을 위반했기 때문에 발발했다. 시리아가 갈릴리 호수로 들어오는 요르단강 상류를 차단하여 물을 야르무크강(Yarmouk River)으로 돌리려 하자 1967년 6월 5일 이스라엘이 전면 공격을 시도하여 6일 만에 전쟁을 승리로 끝냈다. 일명 6일 전쟁 또는 요르단강 물 전쟁으로도 불리는 이 전쟁으로 시리아는 국제적 비난의 대상이 됐고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상류 관할권을 얻었다.

영토관리책임의 원칙 또한 세계 곳곳에서 위반 사례가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유럽의 산성비 문제였다. 유럽 각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1984년 제네바 의정서, 1985년 헬싱키 의정서, 1988년 소피아 의정서, 1994년 오슬로 의정서 등을 체결하면서 산성비 원인 물질을 감축했다. 특히 이웃 나라에 피해를 준 국가들이 주도적으로 자국의 영토관리를 개선했다.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해양 방류가 우리의 바다에 미칠 피해에 관한 과학적 진실 공방이 정치적 여론전으로 격화되고 있다. 여기에는 반핵과 반일 세력에 중국까지 끼어들어 진실을 매몰시키고 수많은 가짜뉴스를 만들어 선동에 나서고 있다. 자신들의 노력으로 일본 정부의 결정을 되돌릴 수 없음을 알고 있지만 우리 국민의 반핵과 반일 감정을 자극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2011년 3월 11일 14시 46분 미야기현 동쪽 해저 23.7km에서 규모 9.0의 일본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지진 발생으로 시작됐다. 해일로 지하에 설치된 비상용 디젤 발전기가 침수되어 원전 폭발과 화재가 발생하여 주변 토양과 바다를 방사능으로 오염시켰다. 첫 2년 동안 원자로에 떨어진 빗물과 주변 지하수가 태평양 연안으로 흘러가 바닷물과 생태계에 심각한 피해를 유발했다. 일본은 사고 원전 주변에 차수벽을 설치하여 2013년 3월부터 방사성 물질의 해안 유입을 차단했다. 또 이때부터 방사능 오염수를 자국의 도시바사가 개발한 알프스(ALPS, 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라는 다핵종제거설비로 정화하여 탱크에 저장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05년부터 동해, 남해, 서해의 주요 지점에서 해수, 해양생물, 퇴적물의 방사능과 핵물질을 정기적으로 관측하여 인터넷으로 공개하고 있다. 다행히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물이 거의 2년 동안 바다로 흘러갔음에도 지금까지 우리 바다에서는 어떤 변화도 관측되지 않고 있다. 이는 후쿠시마 해안의 오염수가 해류를 따라 태평양을 돌면서 희석됐기 때문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음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탱크에 저장한 오염처리수에 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문가들로부터 검증을 받고 2021년 4월 13일 해양 방류를 결정했다. 법령 절차와 설비 등을 준비해 2년 뒤부터 방류하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해안에서 1km 거리의 해저터널을 완공하여 자국 어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만 다음 달부터 30년 동안 방류할 예정이다.

과거 많은 나라들이 선박을 이용하여 공해상에 폐기물을 버리거나 소각했다. 그래서 1972년 국제해사기구(IMO)는 이를 금지하는 런던협약(London Convention)을 채택했고 1996년에는 런던의정서(London Protocol)로 더욱 엄격하게 했다. 일본이 공해상에 버리지 않고 자국의 해안에 방류하려는 의도는 런던의정서로 인한 국제적 비난을 피하고 오염처리수의 정화 효과를 자신하기 때문이라 짐작된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오염처리수의 방사성 물질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음용수 기준보다 6~7배나 더 깨끗한 수준이다.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재난 이후 지금까지 관측된 데이터에 근거하면 일본은 국제환경법을 위반했다고 할 사유가 없다. 하지만 국내에서 오염처리수 해양 방류를 반대하는 자들은 앞으로의 위반을 우려하고 있다. 사고 이후 2년 동안 오염수가 그대로 해안에 유입되었음에도 우리 바다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음용수 기준보다 더 깨끗하게 정화해서 방류하는 것이 피해를 준다는 주장은 과학적이지 못하다.

하여튼 다음 달부터 시작될 방류 이후 나올 관측 데이터를 확인해보면 국제환경법 위반 여부를 알 수 있다. 실제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황사와 미세먼지, 그리고 해양 오염 등으로 인해 영토관리책임의 원칙을 자주 위반하는 국가는 중국과 몽골이다. 이번 기회에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영토관리책임 준수에 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위반이 확인될 경우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단호한 대처가 이루어질 수 있길 기대한다. 좀 더 자세한 사항은 『환경정책법규 원론, 박석순 저』를 참고하길 바란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