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9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국민의힘 이태규의원실 주최로 ‘청소년 마약 근절 및 예방 대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근 청소년 마약범죄가 심화하는 속에서 마약류 예방 교육, 중독자 치료 등 마약 방지 방안을 모색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10대 마약사범은 2017년 119명에서 2022년 481명으로 5년 만에 4배 급증했다. 마약류를 밀수·유통하는 마약 운반책으로 10대 청소년들이 가담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며 마약 거래 수법도 다양해지면서 각종 마약을 손쉽게 구하고 있다. 다크웹(익명화된 네트워크 서비스) 등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마약 유통상과의 연락, 가상화폐나 대포통장을 통한 대금 송금, 마약 던지기 수법을 통한 전달 등 청소년들이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4월 대검찰청에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마약범죄에 대응하는 방안을 발표하며 마약범죄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교육부도 최근 3년간 초·중·고등학교와 특수학교에서 약물 오남용 예방 교육을 약 99% 비율로 실시했다. 그러나 청소년 마약 범죄를 완전히 근절하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대책 마련과 범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토론회를 주최한 교육위원회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개회사에서 “청소년 마약범죄 증가는 마약 위험성에 대한 정보와 경각심 부족이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동안 담배와 음주 등 유해 물질에 대한 청소년 교육과 단속은 많았지만 마약류 같은 약물 관련 전담 교육은 부족했다”며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이 청소년 마약 예방과 근절을 위한 효율적인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데 반영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필여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청소년 마약은 뇌세포 손상, 정서불안으로 인한 인성 발달 장애 등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한다. 이들 세대는 미래 경제 활동의 주체가 되는 만큼 청소년 마약 중독 문제는 우리 사회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다주는 중차대한 문제”라며 사회가 마약으로부터 청소년을 지키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이항 대한약사회 약바로쓰기운동본부 본부장(전 경기도 마약퇴치운동본부 본부장)은 ‘청소년 마약류 예방 교육의 현실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이항 본부장은 “지난 2020년 학교보건법 개정으로 보건 시간에 교사 재량으로 약물 오남용 예방 교육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예방 교육 프로그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예산을 더 들여서 마약류(위험성)에 대한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제공에 초점을 둬야 하며 전문 역량을 갖춘 강사를 초빙해 표준화된 수업을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예방 교육의 목표와 핵심 메시지를 설정하고, 청소년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발하는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한다. 교육 효과에 대한 피드백도 있어야 할 것”이라며 “전문 강사 양성, 강사 역량 강화, 교재 제작 등에 더 많은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청소년 마약 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해 교직원과 학부모, 정부와 비정부 기관 등이 모두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에는 안현경 강일고 1학년 학생, 김미숙 서울시 보건교사회장, 하동진 서울경찰청 아동청소년계장, 조성남 국립법무병원 원장, 권대근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유통재활지원TF 팀장 등이 참여했다.
김미숙 서울시 보건교사 회장은 “청소년들의 약물 남용은 전전두엽 손상을 일으켜 올바른 판단과 결정, 욕망 조절을 어렵게 만들고 뇌 기능 저하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가정과 학교 내 생활의 문제, 학업성적 저하, 건강 문제 발생 등 각종 사고나 법적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김미숙 회장은 ‘마약류를 포함한 약물 오·남용 예방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학교보건법 제9조에 따라 관련 안전교육은 10차시(학기당 2회 이상) 진행하게 돼 있다. 해당 교육은 무엇보다 초·중·고등학생 발달 단계에 맞게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병원, 약국 등에서도 청소년에게 마약성 진통제 등을 처방할 때 특별한 감시와 관리가 필요하고 강력한 법적 제재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동진 서울경찰청 아동청소년계장은 “청소년 마약범죄에 관한 기존 대응체계는 마약 공급책의 ‘검거’와 ‘처벌’ 위주로 이뤄져 왔다”며 “하지만 급격하게 증가하는 마약 공급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공급자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와 엄격한 처벌뿐만 아니라 마약 수요를 줄이고 마약 중독자의 재범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등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약 범죄 처벌의 효율성 증진과 관련해 하동진 계장은 “최근 마약 범죄의 최신 트렌드를 고려해 사이버·금융 범죄 수사 기관과 공조하고 SPO(학교전담경찰관)와의 협력을 통해 청소년 대상 마약 첩보 등을 수집하는 등 기존 단속 체계를 보다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발 방지를 위해서 현재 검찰에서 기소유예 조건부 치료 프로그램을 연계하고 있지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경찰 수사단계에서부터 적극적인 치료·상담 연계가 이뤄져야 한다”며 “마약 대량 확산을 억제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민관이 적극적인 협력과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성남 국립법무병원 원장은 “(마약) 중독은 만성적인 질병으로 만성질환의 특징은 ‘완치’라는 개념을 쓰지 않고 ‘관리’하는 치료를 한다. 재발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재발하지 않도록 항상 경계해야 하는 것”이라며 재발 관리를 위해 △좋은 가치관 갖기 △규칙적으로 생활하기 △책임감 키우기 △정직하게 생활하기 등의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중독에서 회복한다는 것은 단순히 약만 안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가치관을 가지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야 의미가 있다”며 “약은 끊었지만 생활은 엉망이고 남들에게 피해만 준다면 회복이 아니라 악화한 것이다. 중독 치료의 목적은 ‘남은 삶이 보람되고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마약 중독 과정에 대해 설명한 조성남 원장은 “마약 중독자들은 중독이 진행될수록 가족들이 떠나 혼자 살게 되며 좋은 친구들도 떠나고 약물 하는 나쁜 친구들만 만나게 되면서 재발이 반복된다. 중독이 심해지면 일도 못 하게 되면서 모든 재산을 잃고, 신체적으로는 뇌가 망가지고 정신병을 비롯한 각종 질병이 병발해 혼란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중독 진행 과정은 예외가 없기 때문에 철저한 예방을 해야 하고 가능한 한 약물 남용 초기에 집중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 원장은 마약 예방 교육의 가장 중요한 점은 ‘마약 중독의 무서움’을 널리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직접 암을 겪어보지 않아도 암 환자를 통해 암이 얼마나 무서운 질병인지 알고, 암을 예방하려고 노력한다. 마찬가지로 (청소년들에게) 마약 중독으로 인해 어떻게 삶이 파괴되는지 이해시켜야 한다”면서 “마약 중독 회복자들이 직접 예방 교육에 나서는 것도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마약 중독 피해를 몸소 겪어봐서 타인이 자신과 같은 삶을 살지 않길 바라는 회복자들이 일정한 교육을 거쳐 예방 교육을 담당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