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만 무력 통일’ 문제는 해묵은 문제이다. 특히 시진핑 현 주석 집권 이후 양안 긴장 수위가 높아질 때마다 국제 뉴스를 장식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침공 가능성, 시점을 둘러싼 각종 시나리오도 쏟아진다. 이 속에서 ‘중국 당국이 대만을 침공하지 못하는 6가지 이유’를 주장하는 한 분석가가 눈길을 끈다.
“중국의 대만 침공 불가”를 주장하는 장톈량(章天亮)은 현재 미국 뉴욕 페이톈대학 교수이다. 작가 겸 역사가, 영화 제작자, 시나리오 작가인 그는 왕성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예술·교육·매스커뮤니케이션 지원 비영리 민간단체(NPO) ‘톈량동맹’을 설립해 사회활동에도 활발하다.
장 박사는 6월, 대만 중화민국자유통신협회가 주최한 좌담회에서 “대만은 전 세계가 중국 공산당에 맞서는 피벗 포인트다. 중국은 대만을 위협하고 있지만 대만은 소프트 파워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6가지 이유로 섣불리 대만을 침공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장톈량 박사의 분석이다.
“中 고위층, ‘해외 비자금’ 동결 두려워 대만 침공 못 해”
장 박사는 “중국 공산당 고위층이 해외에 은닉한 자산 규모가 엄청난데, 그들은 대만 침공 직전에 이 자산을 회수할 것이다. 이런 움직임이 중국 당국의 대만 침공 계획을 판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라고 말했다. 장 박사는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 GFI(global financial integrity) 보고서를 인용해 “2012년 10월 28일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믹스에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01년부터 2012년까지 무역을 통해 3조6000억 달러를 해외로 빼돌렸다”며 “이러한 상황을 미뤄보면 2020년 기준 중국 공산당은 해외로 약 10조 달러를 세탁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팬데믹 확산 기간 동안 각국 공급망이 중단되면서 중국의 수출이 급증했다. 이 시기 중국 고위층의 돈세탁 규모도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은 해외로 빼돌린 거금을 분명히 대만을 침공하기 전에 회수할 것이다. 외부에서는 이러한 자금의 움직임을 감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장 박사는 “미국 연방 하원은 올해 2월, 초당적 합의를 통해 ‘2023 대만 충돌 억제법’이라 불리는 554호 법안을 발의했다. 중국 당국의 대만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서다. 해당 법안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은 중국 공산당 최고위층 간부 200명, 그들의 가족, 친척, 친척의 친척 등이 소유한 재산을 모두 공개, 동결하는 방법으로 이들을 제재하도록 규정했다. 단, 미국 정부에 중국 공산당 관련 정보를 제보하는 사람은 대통령 특별 면책권을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법안은 조만간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 공산당 관리들에게 치명적이다. 이런 이유로 중국 공산당 관리들은 시진핑이 대만을 침공하는 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 박사는 말했다.
“中, 기술·경제 제재받으면 국민 통제 어려워…경제는 무너질 것”
장 박사는 중국 당국이 대만 침공을 망설이는 두 번째 이유로 과학 기술을 꼽았다. 장 박사에 의하면 중국은 제조 대국이지만 강국은 아니다. 구미 국가들이 제조업에 필요한 거의 모든 핵심 기술을 장악하고 있다.
장 박사는 중국 ZTE를 사례로 들었다. 미국 상무부는 2018년 4월 ZTE에 대해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했다. 그러자 ZTE 생산라인은 2주 만에 전면 중지됐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직접 통화해 △벌금 5억 달러 지급 △ZTE에 대한 감시 허락 △미국 법안 준수 등을 약속했다. 미국은 그제야 ZTE에 대한 제재를 철회했고 ZTE는 다시 생산을 회복했다.
화웨이도 마찬가지다. 화웨이는 70% 이상의 수익을 모바일 기기 판매로 얻는다. 미국이 화웨이를 제재하기 전인 2019년, 화웨이 모바일 기기 시장 점유율은 애플을 초과해 삼성 뒤를 이었다. 화웨이는 당시 세계 1위 모바일 기기 판매 업체를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화웨이의 모바일 기기 시장 점유율은 제로에 가깝다.
이런 이유로 장 박사는 “중국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구미 국가에 매우 많이 의존한다. 이들 국가의 지지를 잃으면 중국의 과학기술은 파멸 위기에 처한다”고 말했다.
장 박사는 이어 “과학기술이 파괴되면 중국 당국은 디지털 감시 통제 수단도 유지하기 어렵다”며 “마오쩌둥 시대 중국 공산당은 국민의 정신을 통제하는 방법으로 통제를 유지했다. 마오쩌둥이 아무리 황당한 발언을 해도 대다수 사람은 그를 따랐다. 하지만 오늘날 중국인들은 그렇지 않다. 중국인들은 현재 오로지 이익을 얻으려고 중국 공산당을 지지한다. 이익을 얻을 수 없으면 다수 샤오펀훙(小粉紅·중국의 이른바 ‘애국청년’)마저 반기를 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공산당이 통치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가 첨단 과학기술이다”라고 설명했다.
장 박사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각국은 바로 중국을 제재할 것이며 중국 경제는 제재로 인해 몰락하게 된다. 중국 공산당의 체제 유지 비용이 고갈되면 민간의 항의도 더 이상 진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시진핑이 권력 안전에 대한 우려
장 박사는 “시진핑은 수중의 권력이 빼앗길까 봐 대만을 침공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그에 의하면 시진핑은 대만을 침공하기 위해서는 최첨단 무기와 군 지휘권을 군 지휘관에게 양도해야 한다. 이는 시진핑에게 매우 위험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1989년에 발생한 ‘6·4 톈안먼 사건’을 예로 들었다. 당시 평화 시위를 벌이고 있던 학생들을 진압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은 1만 명 정도였다. 하지만 덩샤오핑은 군인과 무장경찰 30만 명을 톈안먼 광장에 파견했다. “무장 경찰 1만 명이 갑자기 총 끝을 공산당을 향해 돌리는 상황을 대비해 30만 명을 파견한 것이다. 이들 군인들이 돌발 상황에서 서로 제압하도록 하기 위해서다”라고 장 박사는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최신예 무기를 어느 장군에게 맡겨야 하는데, 시진핑이 감히 그럴 수 있겠느냐? 그 장군에게 군 지휘권을 줄 수 있겠는가? 그 장군이 시진핑을 배신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라며 이는 시진핑에게 매우 현실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시진핑은 대만 침공에 실패하면 정권을 잃을 것이고 성공하면 전쟁 승리를 이끈 장군에게 권력을 빼앗길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장 박사는 “시진핑은 이 전쟁에 승산이 없다. 이것이 다섯 번째 이유이자 가장 심각한 이유이다”라고 말했다. 그에 의하면 미국이 지금까지 진행한 전쟁 시연은 모두 중국 공산당이 패배하는 결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시연은 모두 중국 인민해방군이 강력한 전투력을 구비했다는 가정하에 진행됐다. “하지만 중국 인민해방군은 실제로 그렇게 강력한 전투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이다. 이런 이유로 시진핑도 자신이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라고 장 박사는 말했다.
장 박사는 마지막 이유로 시진핑의 성격을 꼽았다. 그는 “시진핑은 성격상 이런 위험을 부담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시진핑의 친구 녜웨이핑(聂卫平)이 쓴 책 ‘바둑 인생’에 담긴 시진핑의 일화를 소개했다.
시진핑은 문화대혁명 당시 한번은 친구 2명과 함께 일반인 출신 조반파(造反派)들과 싸우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현장에 가보니 상대방은 머릿수도 많고 준비도 많이 해왔다. 시진핑을 이 상황을 보자마자 곧바로 도망쳤다.
장 박사는 “이 일을 통해 시진핑은 자신보다 강한 사람과 맞닥뜨리면 매우 빨리 도망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장 박사는 그러면서 “중국 당국이 각종 방법으로 대만을 침투하고 전복하려는 의도는 3만4000제곱킬로미터에 불과한 대만 땅을 가지기 위해서가 아니다. 대만 문제는 통일·독립, 영토와 무관하다. 대만의 자유민주주의가 시진핑이 대만을 침공하려는 유일한 이유이다”라며 “대만은 반드시 경제, 외교, 문화, 제도 장점을 충분히 이용해 중국 당국의 위협 속에서 평형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