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본 시진핑 ‘국가안전위 회의’…“대외보단 내부 위협 대비용”

차이나뉴스팀
2023년 06월 05일 오후 3:08 업데이트: 2023년 06월 05일 오후 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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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전위 부주석에 ‘충성심’ 증명된 최측근 임명
시진핑, 국가안전위 회의 소집해 “안보 환경 험준”
전문가 “외부 압력 높지만, 내부 불신감이 더 위협적”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국가안전위원회 회의를 소집해 “어마어마한 격랑(驚濤駭浪)의 중대 시련을 겪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 회의에서 차이치(蔡奇) 정치국 상무위원이 국가안전위원회 부주석을 맡은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해 10월 20차 당대회에서도 ‘국가안보’ 기준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특히 ‘당내 안보’에 대한 요구를 한 단계 높였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는 중난하이 지도부가 더욱 불안해하고 있고 중국 공산당이 종말적 안보위기에 처해 있음을 극명히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20차 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안보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보’를 거듭해서 강조하는 것은 ‘불안 심리’ 반영

5월 30일, 공산당 기관지 신화망(新華網)은 시진핑이 이날 국가안전위원회 주석 신분으로 베이징에서 20차 당대회 이래 첫 국가안전위원회 회의를 개최했다고 전했다. 회의에는 시 주석과 함께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차이치(蔡奇) 당 중앙판공청 주임 등 중앙정치국 상무위 위원 4명이 참석했다.

시진핑은 이 자리에서 “국가 안보가 직면한 복잡하고 험준한 형세를 깊이 인식하고 ‘투쟁 정신’을 발양해야 한다”며 “높은 바람과 거센 물결(風高浪急), 심지어 거칠고 사나운 파도(驚濤駭浪)의 중대 시련을 겪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은 지난해 10월 20차 당대회 보고서에서 ‘안보(安全)’를 수십 차례 언급했고, ‘국가 안보’를 별도의 장(章)으로 떼어내 강조하며 ‘투쟁’을 20차례 가까이 언급했다. 또 “높은 바람과 거센 물결, 심지어는 거칠고 사나운 파도의 중대 시련을 겪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시진핑은 똑같은 말을 새 지도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한 이유가 무엇일까?

시사평론가 중위안(鍾原)은 30일 “시진핑은 ‘거칠고 사나운 파도’ 이야기를 과거에도 여러 차례 언급했다”며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안보 상황이 심각함을 알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시진핑은 과거에 ‘마지노선 사고(底線思維)’를 언급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극한사고(極限思維)’라는 표현을 추가했다. 쓸 수 있는 표현을 다 쓴 것 같다. 이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확실히 더욱 불안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공산당은 확실히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시진핑이 3연임에 성공하고 지도부를 자신의 측근 그룹인 시자쥔(習家軍)으로 채워 권력 기반이 튼튼한 것 같지만 실제 상황은 정반대인 것 같다.”

‘당내 안보’ 강화

국가안전위원회는 2013년 11월 12일 중국 공산당 18기 3중전회에서 설립됐고, 2014년 4월 15일 열린 첫 회의에서 시진핑 총서기가 주석, 리커창(李克強) 총리와 장더장(張德江) 전인대 위원장이 부주석을 맡은 바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리창 총리와 자오러지 전인대 위원장 외에 중앙서기처 서기 차이치도 부주석 자리에 올랐다.

시사평론가 리린이(李林一)는 5월 30일 에포크타임스에 차이치가 부주석을 맡게 된 것은 ‘당내 안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총리가 부주석을 맡는 것은 ‘경제 안보’ 때문이고, 전인대 위원장이 부주석을 맡는 것은 ‘국가 안보’ 분야에서 입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차이치가 부주석을 맡게 된 것은 시진핑이 ‘당내 안보’를 한 단계 높였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당내 안보’와 관련해 중국 공산당이 일련의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시사평론가 차이신쿤(蔡慎坤)은 30일 에포크타임스에 “권력을 잡은 시진핑에게는 향후 권력을 어떻게 공고히 다지느냐가 최우선 과제가 됐다”고 했다. 시진핑은 지난 10년간 당내 정적(政敵)을 제거했고, 관례를 깨고 3연임(또는 종신 집권)의 장애물을 제거했다. 그는 당내 투쟁에서 승리를 거둔 셈이다.

중위안은 “시진핑이 3연임에 성공한 이후에도 실제로는 안심하지 못하고 있고, 자신이 직접 발탁한 사람들조차 극소수 심복 외에는 믿지 못한다”고 했다.

시진핑은 20차 당대회에서 관례를 깨고 베이징시 당서기 차이치를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판공청 주임 자리에 올려 놓았다. 이에 대해 중위안은 “차이치야말로 정치국 상무위원 중 시진핑이 가장 믿는 사람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라고 했다.

최근 차이치는 시진핑의 어록을 담은 ‘시진핑저작선독(習近平著作選讀)’ 출판 세미나에서 “시진핑 사상이 ‘뇌에, 마음에, 영혼에 주입되도록(入腦入心入魂)’ 해야 한다”고 충성 어린 발언을 했다.

2021년 10월 11일, 중국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시에서 유엔 생물다양성회의(COP15)가 열리는 동안 미디어센터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선집을 전시하고 있다. | STR/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차이치는 권력에는 맹종하지만,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책에는 냉혹한 일면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베이징 시장으로 재직하던 2017년 11월 도시빈민층 강제 퇴거를 강행했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앞둔 시내 정비의 일환이었지만, 한겨울에 거리로 나앉은 빈민들은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당원·간부들에게 강조했던 “기층 민중을 대할 때 진짜로 총칼을 빼 들어야 하고, 총검으로 피를 보여야 한다”던 통치 철학을 몸소 선보인 사례였다.

올림픽이 내세우는 평화와 화합 정신을 고려하면 최소한의 생계 대책은 제시해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그는 소위 중화인민공화국의 최저 계급인 기층 민중에 대해서는 일말의 여지도 남기지 않았다.

내외 압력으로 정권 위기 고조

시진핑은 집권 후 대외적으로 일련의 ‘전랑(戰狼)외교’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했다. 차이신쿤은 이에 대해 언급했다.

“국제사회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 공산정권에 유화정책을 폈으나, 근년에 들어 태도를 바꾸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국제사회는 분명한 두 개의 전선이 형성됐다. 중국 공산당은 침략자 편에 서서 침략자를 지지하고, 또 대만을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대만해협의 현상 변경에 반대하고 있다.”

최근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일사분란하게 중국 공산당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련의 양자·다자 정상회담에서는 중국 공산당의 ‘경제적 압박’과 ‘대만 침공’을 저지하는 의제를 다루었다.

차이선쿤은 “미국 행정부가 취한 대중국 반도체 봉쇄, 중공 간첩 검거, 해외 비밀경찰소 폐쇄, 중공 관리 제재 등의 정책은 중공의 인권 유린 행위와 해외 침투 공작을 차단하기 위한 강력한 대응책이다. 다른 나라들도 뒤따르고 있다”고 했다.

중위안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분명히 외압이 높아지고 있음을 느꼈을 것”이라며 “현재 중공은 감히 전쟁을 선동하지 못하고 오히려 ‘우리에게 유리한 외부 환경을 주도적으로 조성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중국 공산당은 외부 압력보다 내부에서 문제가 생길까 봐 정치적 안보를 수호할 것을 요구하고, 인터넷 데이터와 인공지능의 보안 관리 수준을 높일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3년 동안 코로나19를 겪은 후 중국 각지에서는 민중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22년 10월 13일, 베이징시 하이뎬구 쓰퉁차오(四通橋)에서 1인 시위를 벌인 펑리파(彭立發)가 다리 난간에 “나라의 도적 시진핑을 파면하라”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2022년 11월 말, 중국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비판하는 이른바 ‘백지혁명(白紙革命)’ 시위가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다.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가 이어지는 가운데 27일 베이징에서 열린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 추모 행사에서 시민들이 흰 종이를 들어 코로나19 봉쇄에 항의하고 있다. 2022.11.27 | 로이터/연합뉴스

2023년 2월, 의료보험 보조금 삭감에 항의하는 은퇴 노인들의 ‘백발시위(白髮革命)’도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다.

차이신쿤은 “시진핑 정권의 위기의식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며 “내부 감시와 야만적 탄압으로 당 안팎의 반대 목소리를 억누르고 있고, 또 당국의 여론 통제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지난 3월, 중공 당국은 ‘칭랑(清朗·인터넷 정화운동)’ 특별 작전을 펼쳤다. 중국 인터넷정보판공실은 지난 5월 27일 소셜미디어 게시물 140만여 개를 정리하고 ‘1인 미디어’ 계정 92만7000여 개를 ‘처리’했다고 통보했다.

리린이는 중국 공산당이 끊임없이 ‘안보’를 강조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했다. 국간안전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안보 문제는 줄기는커녕 더 많은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중국 공산당 정권의 종말을 알리는 징후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