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난 3년간 민간단체 보조금 비리 1865건 적발

한동훈
2023년 06월 04일 오후 8:02 업데이트: 2023년 06월 04일 오후 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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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1조1천원대….우선 확인 부정수급만 314억원
통일운동단체, 민족영웅 발굴 명목 윤 정부 퇴진 운동

정부가 최근 3년간 민간단체의 국고보조금 사업에 대해 감사를 실시한 결과, 1조1천억 원 규모의 사업에서 총 1865건의 부정·비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4일 발표한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 및 개선 방안’에서 올해 1월부터 4개월간 국무조정실 총괄하에 29개 부처별로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사업을 일제히 감사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감사 대상 기업은 최근 3년간 국고보조금을 받아 사업을 벌인 민간단체 1만2천 곳이며, 지급된 총금액은 6조8천억 원이었다.

이들 민간단체에서는 횡령, 리베이트 수수, 허위 수령, 사적 사용, 서류 조작, 내부거래 등 다양한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현재까지 우선 확인된 부정사용 금액만 314억 원에 달했다.

한 통일운동단체는 “묻혀진 민족의 영웅들을 발굴한다”는 명목으로 6260만 원을 받아 윤석열 정권 퇴진운동에 나서겠다는 내용이 담긴 정치적 강의를 진행했다. 지급 한도 3배 이상의 원고료를 지급하기도 했다.

이산가족 관련 모 단체는 이산가족 교류 촉진 사업을 추진하며 전직 임원의 휴대폰 구입비와 미납 통신비, 현 임원 가족이 쓴 통신비 등에 541만 원을 지출했다. 임원 소유 기업의 중국 내 사무실 임차비로 1500만 원을 유용했다.

한 협회연맹의 사무총장 A씨는 국내·외 단체 간 협력 강화 사업으로 보조금을 받은 후 사적 해외여행 2건, 아예 출장을 가지 않은 허위 출장 1건 등 총 3건의 출장비 1344만 원을 착복했다.

모 연합회 이사장 등 임직원은 통일 분야 가족단체 지원사업을 추진하면서 245건, 1800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주류 구입, 보조금 사용이 금지된 업종(유흥업소 등) 등에 사용했다. 업무 추진으로 보기 힘든 주말·심야 시간대 지출도 있었다.

정부는 보조금 환수를 추진하고, 비위 수위가 심각한 86건은 사법기관에 형사고발, 수사 의뢰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또한 목적 외 사용, 내부거래 등에 대해서는 감사원 추가 감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각 부처에서 추가적으로 비위와 부정이 있는지 계속 확인하고 있어 추후 수사나 감사 의뢰 건수가 늘어날 수도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정부에서 (민간단체 정부 보조금 사업이) 2조 원 가까이 급증했으나, 제대로 된 관리·감독 시스템이 없이 도덕적 해이와 혈세 누수가 심각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감사는 한정된 기간, 부처 인력 규모와 전문성의 한계 등으로 인해 보조금 전체가 아닌, 규모가 큰 사업 위주로 진행했다”면서 “향후 감사에 포함되지 않았던 보조금 사업에 대해서도 추가적 감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감사에서 적발된 문제점들에 기반해 제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국고 보조금의 경우 1차 수령 단체뿐만 아니라 재위탁을 받아 실제 예산을 집행한 단체들도 국고보조금 관리시스템에 등록하도록 하는 등 민간단체 보조금 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한다.

지자체 대상으로는 보조금 관리 전용 시스템 없이 종이 영수증으로 증빙을 받고 수기로 장부를 관리해온 관행을 없애고 앞으로는 국고보조금과 같이 전자증빙 기반의 보조금 관리시스템을 구축해 관리하기로 했다.

사업 결과에 대한 외부 검증도 대폭 강화한다. 국고보조금 정산보고서 외부 검증 대상을 현행 3억 원 이상 사업에서 1억 원 이상으로, 회계법인 감사 대상을 기존 10억 원 이상 사업 대상에서 3억 원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지방보조금법을 개정하고 보조금 집행 점검 관리체계를 강화한다. 이 밖에도 국민들의 보조금 부정·비리 신고를 활성화하는 등 보조금 상시 감사 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아울러 지난 정부에서 2조 원 가까이 급등한 민간단체 보조금 예산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도 예고했다. 우선 내년도 민간단체 보조금부터 올해 대비 5천억 원 이상 감축한다. 1회에만 그치지 않고 윤석열 정부 4년간 지속 추진할 방침이다.

대통령실은 “금번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와 제도 개선이 자율성과 투명성을 근간으로 하는 비영리 민간단체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단체 설립 취지에 맞게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는 대통령실이 작년 12월 발표한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현황과 향후 계획’에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민간단체 보조금은 박근혜 정부 4년 차인 2016년 3조5571억 원이었으나, 문재인 정부 4년 차인 2021년 5조3347억 원으로 약 2조 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민간단체 보조금이 5조원을 돌파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