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원자력협회 중국 원자력 발전소 현황 발표
블룸버그 “중국 2035년까지 150개 건설 계획”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원자력 발전소(원전)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4일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중국은 건설 중인 원자로 숫자가 23기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원자로 총 59기의 약 40% 규모다.
그다음은 인도(8기), 터키(4기) 순이었고 한국과 이집트, 러시아가 각 3기로 네 번째를 차지했다. 그 외 미국 등 7개 국가가 각 1기씩 건설 중이었다.
원전 건설이 활발한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도 중국이 건설하려는 원자로 숫자는 압도적인 규모이지만, 이 역시 전체 원전 건설 계획의 일부에 그친다는 지적도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2035년까지 150기의 원자로를 신규 건설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계획대로라면 중국은 10년 안에 세계 최다 원전 가동국이 된다.
중국은 가동 중인 원자로 숫자에서도 55기로 미국(93기), 프랑스(56기)에 이어 선두권이다. 특히 2000년 이후 원자로 가동을 10배 이상 늘리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원전을 확대해왔다.
이러한 중국의 원전 확대 이유로는 ‘탄소중립’ 목표가 거론된다.
세계원자력협회는 중국이 석탄화력 발전소의 대기오염 때문에 원자력 발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보고서).
중국은 원자력 발전설비와 기술 수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에 원전을 포함시켜 참여국을 중심으로 원전 수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국영 원자력 기업인 중국광핵그룹(CGN)은 지난 2017년 9월 캄보디아 정부와 원전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앞서 케냐, 이집트, 아르헨티나, 루마니아에서도 원전을 수주했다.
중국의 원전은 동부와 남부 연안에 집중된 것도 특징이다.
랴오닝성 훙옌허 원전에 원자로 6개가 가동 중이고, 장쑤성 톈완 원전에는 가동 중인 원자로 6개에 2개가 추가 건설 중이다.
서해 맞은편 산둥성 스다오만 원전의 경우 원자로 1기가 상업가동 중이며 1기는 시험가동, 4기는 오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이 원전은 서울 중심부에서 직선거리로 약 400km 지점에 위치해 부산 고리원전(약 630km)보다 가깝다.
스다오만 원전은 중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제4세대 원전으로, 세계 최초로 원자로 고온가스 냉각 기술이 들어가 “안정성이 높고 발전효율이 높다”는 게 중국공정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술인 데다 중국 원전 중 한국과 가장 가까운 산둥반도 끝자락에 짓고 있어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원전 건설 열풍에 관해, 에너지 수입 국가인 중국이 석탄과 석유 등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원전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21년 2월에는 홍콩에서 130km 떨어진 타이산 원전의 1호 원자로가 자동 정지하고, 4월 방사성 물질인 크세논과 크립톤이 포함된 가스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5월에는 서해를 마주한 텐완 원전 6호 원자로가 터빈 이상으로 일시 중단됐다.
중국 국가핵안전국은 세 차례 사건 모두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INES) ‘0등급’에 해당하는 경미한 사건이라고 발표했지만, 일부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등의 당국 대응이 국제적으로 논란이 됐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직된 조직문화와 문제를 감추는 관행이 원전 안전에 있어 기술적 요소보다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솔직히 보고하면 문책을 당하는 분위기에서는 문제를 감추려다 더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는 국내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려 있지만, 우리와 가까운 동부 연안에 많은 중국의 원전 안전도 우리에게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