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중·러 안보리 대북 제재 훼방에 美日 “북한에 용기 주는 격” 비판

김태영
2023년 06월 04일 오전 10:57 업데이트: 2023년 06월 04일 오전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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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시도와 관련해 2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유엔본부에서 긴급 개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가 중국과 러시아의 훼방으로 구체적인 대응 조치를 마련하지 못한 채 또다시 허무하게 끝났다. 거듭된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안보리가 매번 제 기능을 못 하게 되자 동맹국인 미국과 일본이 전면적인 비판에 나섰다.

앞서 지난 5월 31일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발사체 ‘천리마-1형’을 발사했다. 결국엔 실패로 끝났지만 사실상 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것으로,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대표부 차석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는 다수의 안보리 결의를 뻔뻔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이는 역내 긴장을 고조하고 주변국 안보에도 위험을 초래했다”고 규탄했다. 이어 “이번 발사는 실패로 끝났지만, 북한은 이를 경험 삼아 자신들의 역량 격차를 파악하고 불법 대량살상 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발전시킬 것”이라며 “안보리는 이번 일을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도발을 비호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해 우드 차석대사는 “안보리의 침묵으로 인해 북한은 안보리 결의를 지켜야 하는 의무를 무시하고 국제 비확산 체제 약화를 모색할 용기를 얻고 있다”면서 “이는 북한이 지속적으로 식량(nutrition)보다 탄약(ammunition)을 선택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군사 도발 원인에 한미 연합 군사 훈련 등을 거론한 점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불법 탄도미사일 발사와 합법적이고 방어적인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동등한 것처럼 거짓 비교한다”며 “북한의 역내 긴장 고조 행위를 방어하기 위한 우리(한미)의 합법적인 노력은 결코 북한의 불법 행위를 정당화하는 구실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의 대량살상 무기와 탄도미사일 위협이 커지고 있는 점에 대해 설명하며 “안보리가 이 문제에 침묵하고 있는 상황에서 두 이사국(중국과 러시아)이 미국과 동맹국이 (북한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으리라고 기대한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철통같다”며 “(대북 제재를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시카네 기미히로 주유엔 일본대사도 북한의 반복적인 국제법 위반 행위에도 안보리가 대응하지 않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우리의 침묵은 규칙을 위반한 나라가 마음대로 행동하게 부추길 뿐”이라며 “북한이 이를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해 당사국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북한 발사체에 위성 대신 핵탄두를 탑재하면 핵무기가 되는 것”이라며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떠한 발사든 모두 안보리 결의에 따라 명백히 금지된 행위”라고 강조하며 안보리가 북한의 불법 행위에 침묵하지 말고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