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중보건단장 “소셜미디어, 아동·청소년 정신 건강 위기 초래”

정향매
2023년 05월 25일 오후 4:43 업데이트: 2023년 05월 26일 오후 12:04
TextSize
Print

비벡 머시(Vivek H. Murthy) 미국 보건복지부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 겸 의무총감(Surgeon General)이 5월 23일(현지 시간) 발표한 권고문에서 “소셜미디어 사용이 아동 청소년의 정신 건강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며 정부, 기술 기업, 부모 및 보호자, 연구자들에게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당장 조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권고문). 

머시 단장은 25쪽 분량의 권고문에서 최근 10년 동안 발표된 관련 연구 자료 100여 건을 인용해 소셜미디어가 아동과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미국 여론 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8월 공개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13~17세 미국 청소년 중 95%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사용한다”고 했고 3분의 1 이상은 “거의 계속 사용한다”고 답했다. 

권고문에 의하면 어린이들은 문화, 역사, 사회경제 요인에 따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영향받는 방식이 다르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4~5월 미국 청소년과 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청소년 참여자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더 인정받는 것 같다(58%)’ ‘힘들 때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67%)’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것 같다(71%)’ ‘친구들의 삶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80%)’는 느낌을 받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2019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 의하면 하루 3시간 이상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12~15세 아동은 우울과 불안으로 인해 정신 건강이 나빠질 위험이 두 배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논문). 2022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미국 초등학교 8~10학년(13~16세) 학생들은 하루 평균 3시간 30분을 소셜미디어에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논문).  

다수의 연구에 의하면 소셜미디어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의 뇌 구조는 약물 또는 도박 중독자의 뇌 구조와 유사한 형태로 바뀌었다. 11~15세 여성 청소년의 3분의 1은 “특정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중독된 것 같다”고 했고, 10대 청소년 가운데 50% 이상은  “소셜미디어 사용을 포기하기 어렵다”고 답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권고서에 의하면 소셜미디어 과다 사용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 42편을 체계적으로 검토한 결과, 소셜미디어 과다 사용은 청소년 수면 장애, 우울증,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과 관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춘기 소녀들은 소셜미디어 사용으로 인해 영구적인 신체 불만족, 식생활 불규칙, 타인과 비교, 자존감 저하 등의 문제를 겪을 위험이 있다. 

소셜미디어상의 극단적이고 부적절한 콘텐츠도 아동과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권고서에 의하면 관련 연구 20개 이상을 체계적으로 검토한 결과, 일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는 발작을 일으키는 부분 질식, 심각한 출혈을 유발하는 자상(傷) 등 자해 행위를 생중계로 보여주는 콘텐츠가 게시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 중  64%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혐오스러운 콘텐츠를 ‘자주’ 또는 ‘가끔’ 본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성적이거나 금전적 착취 등 약탈 행위에도 노출돼 있다. 2023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 의하면 인스타그램, 스냅챗, 틱톡을 사용하는 여성 청소년 가운데 각각 58%, 57%, 46%가 해당 플랫폼을 사용하면서 “낯선 사람으로부터 원하지 않는 연락을 받았다”고 답했다(보고서).  

머시 단장은 23일 권고서 발표 시 성명에서 “소셜미디어는 안전하다는 충분한 증거가 없다. 실제로 소셜미디어 사용이 청소년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점점 많이 발견되고 있다. 우리는 청소년 정신 건강 위기를 겪고 있다. 이 위기의 주된 원인은 소셜미디어 사용”이라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미국 각 주정부들은 일반적으로 소셜미디어 플랫폼 사용 최소 연령을 13세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머시 총감은 지난 1월 미국 CNN 방송에 “13세부터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타주(州)는 지난 3월, 미국에서 최초로 소셜미디어 기업이 소셜미디어 계정을 신설하는 유타주 주민의 나이를 확인하고 이용자가 18세 미만이면 부모의 동의를 받은 후 계정을 신설할 수 있는 규정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유타주는 소셜미디어 기업이 부모들에게 자녀의 소셜미디어 계정 접속 권한을 모두 허용하는 법안도 통과시켰다. 

머시 단장은 권고문에서 “대다수 부모는 온라인상의 유해 콘텐츠로부터 자녀를 보호할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소셜미디어 사용으로 인한 피해와 위험을 완화하는 모든 부담을 아이와 부모에게 넘길 수는 없다. 정책 입안자, 소셜미디어 기업, 부모, 아이 모두가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머시 단장은 정책 입안자에게 소셜미디어 기업이 연령 기반 플랫폼 기능 사용 기준을 수립하고 자사 플랫폼이 사용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된 데이터를 독립 연구진과 대중에게 공유하도록 보장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학교에 디지털 문해력 커리큘럼 개발을 지원하고 △연구자들에게 소셜미디어 사용의 장단점을 연구하기 위한 연구 자금을 지원할 것을 권고했다. 

소셜미디어 기업에는 “사용자 데이터를 연구자들과 공유하고 플랫폼 도구와 기능을 조절하며 더 안전한 온라인 행동을 장려할 것”을 건의했다. 

부모에게는 자녀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제한하고 아이에게 소셜미디어의 위험성을 가르치며 온라인 괴롭힘 또는 학대를 신고할 것을 권했다. 

아동과 청소년에게는 온라인 활동에 소비하는 시간을 인식하고 원하지 않는 콘텐츠를 차단하며 온라인 괴롭힘을 발견하면 신고하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