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8일 오후 7시,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2023 광주인권상’ 시상식이 개최된다.
올해는 홍콩 민주주의 투쟁을 이어온 인권변호사 초우항텅(鄒幸彤·38)이 ‘2023 광주인권상’을 받는다. 중국 정부의 수상자 선정 취소 압력에도 흔들림 없이 5·18기념재단 측이 수상자를 원래 계획대로 확정한 것이다. 다만 초우항텅은 현재 중국 정부에 의해 구금된 상태여서 시상식에는 대리인이 참석할 예정이다.
앞서 5·18기념재단은 지난 2일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 부의장으로 1989년 톈안먼 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 집회를 주최해 온 초우항텅을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인권운동가이자 노동운동가인 초우항텅은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 부의장으로, 홍콩 정부의 반(反)민주·반(反)인권 처사에 지속해서 저항해 온 인물이다. 지련회는 1990년부터 30년간 매년 6월 4일 홍콩 빅토리아파크에서 톈안먼 민주화 시위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를 개최해온 단체다. 2021년 9월 홍콩 당국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초우항텅을 구속한 이후 해산했다. 2020년 6월 30일 중국이 제정·시행한 홍콩 국가보안법에 따르면 △국가 분열 △국가권력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
초우항텅은 2020년과 2021년 톈안먼 시위 추모 집회에 다른 이들의 참가를 독려한 혐의로 징역 22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2023 광주인권상심사위원회(위원장 문희상 전 국회의장)는 “홍콩 정부의 반민주·반인권적 처사에 맞서 저항해 오며 현재 구금상태에서도 홍콩 민중을 억압하는 제도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 나가고 있는 초우항텅의 노력이 전 세계의 인권운동가들과 민주사회를 염원하는 시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고 있다”며 초우항텅을 수상자로 선정한 취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자 중국 정부가 수상자 선정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지난 5월 8일 장청강 주(駐)광주중국총영사 등 총영사관 관계자 3명이 광주 서구 5·18기념재단 사무실을 방문해 원순석 재단 이사장 등을 면담하고 광주인권상 시상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된 인물은 중국 내에서 폭력시위로 법을 어긴 범법자”라며 “이런 인물에게 인권상을 주면 광주와 중국의 우호에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수상자 선정 재고를 요구했다고 재단은 전했다.
이에 5·18 기념재단 측은 “광주인권상은 인권이 억압받는 현장에서 인권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활동가에게 주는 상”이라며 수상자 선정 철회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이지용 계명대 인문국제대학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 민주화의 상징으로 알려진 5·18 기념재단에서 중국 공산당의 압박에 민주주의와 인권을 내세워 대응한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중국 공산당은 ‘인권’ 등 자신들이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가 거론되면 중국의 내정 문제라며 간섭하지 말라고 강하게 반발한다. 한두 번이 아니라 계속 반복하면서 알게 모르게 우리를 중국 공산당이 설정한 범위 내에서 행동하도록 만드는 ‘살라미 전술’에 넘어가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살라미 전술은 짜고 향이 강한 이탈리아식 살라미 소시지를 아주 얇게 썰듯이 단계적으로 일을 진행하며 목적을 달성하는 방식을 뜻한다.
덧붙여 이 교수는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중국의 눈치를 보고 말조심하면서 중국이 원하는 대로 알아서 행동하는 게 일상화돼 있다”며 “중국 공산당이 세뇌한 ‘한중관계를 해친다’는 어젠다를 빨리 깨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야외 행사로 치러지는 이번 시상식은 1부 본식(시상행사), 2부 축하공연(플래시몹과 대중가수 공연 등)으로 구성되며 5·18기념재단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